• [시사 | 역사] [Why] 마크롱의 ‘승부수’ 통했지만, 佛 안팎에서 우려 나오는 이유 2024.07.08 PM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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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조기 총선에서 애초 1위로 예상됐던 극우 국민연합(RN)이 3위로 밀리는 깜짝 결과가 나왔다. 극우 돌풍을 꺾고자 조기 총선을 선택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승부수가 절반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프랑스 안팎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인 289석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제1당에 오르면서 정부 운영에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7일(현지 시각) 프랑스 총선이 끝나고 파리의 한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날 치러진 프랑스 총선 2차 투표에서는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극우 정당을 누르고 1당 자리를 차지했다. /AFP



8일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 7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연합인 NFP가 전체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하면서 1당 자리를 차지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 연대인 앙상블은 168석을 얻으면서 2위가 됐고, 1차 투표에서 선두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켰던 RN과 연대 세력은 143석 확보에 그치면서 3위로 밀려났다.





이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와는 다른 결과다. 1차 투표에서는 마린 르펜의 RN이 33.2% 득표율을 기록하며 창당 52년 만에 처음으로 의회 권력을 쥘 가능성이 제기됐다. 절대 과반을 차지해 정부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나왔었다. 당시 NFP와 범여권은 각각 28.5%, 22.5%를 기록했었다. 이후 2차 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RN이 줄곧 1위로 예측됐다. 1차 투표 이후 좌파와 여권 연합에서 210명 이상의 후보가 사퇴한 ‘단일화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마크롱 대통령의 ‘승부수’가 절반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냈던 것은 급부상하는 RN의 세력 저지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NFP가 원내 1당으로 등극하기는 했지만, 여당은 제2당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절반의 성공’이다. 어느 진영도 과반인 289석에 미치지 못한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다시 출연하게 됐기 때문이다. 헝 의회란 의원내각제 정부 체제에서 의회 내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불안하게 매달려 있는 상태(Hung)의 의회를 뜻한다. 절대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나오지 않으면서 총리 인선은 불확실한 상태에 빠지게 됐다.



프랑스 좌파 연합 내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7일(현지 시각) 파리 시내에서 총선 2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양팔을 번쩍 치켜들고 있다. 이날 치러진 프랑스 총선 2차 투표에서는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극우 정당을 누르고 1당 자리를 차지했다. /AFP=연합뉴스



프랑스 역사상 네 번째 ‘코아비타시옹(Cohabitation·동거 정부)’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총리를 선택하는데, 총리는 일반적으로 국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당에서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역대 세 번 동거 정부 시절이 있었다. 1986년과 1993년 사회당 출신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아래서 두 차례 ‘동거 정부’가 구성된 바 있다. 동거 정부에선 정당이 서로 다른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견제하는 만큼 대통령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각종 정책 추진이 더딜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정책 상당수는 철회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좌파 연합에선 마크롱 대통령에게 정부 운영권을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출구 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며 “좌파 연합은 집권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NFP 소속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NFP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책임져야 한다”며 “우리는 반대되는 세력과의 연합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NFP 중심으로 정부를 구성할 것을 강조했다. LFI는 프랑스 내에서도 극좌로 분류되는 정당이다. NFP는 지난달 마크롱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만에 만들어진 좌파 연합으로, LFI, 이보다 온건한 사회당, 공산당, 녹색당, 중도 좌파인 플라스푸블리크 등이 속해있다.


하지만 범여권과 좌파 연합의 의석수 차이가 14석밖에 되지 않아 마크롱 대통령이 우파 공화당과 손을 잡고 의회 다수파를 형성한 뒤 본인이 원하는 총리를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 정당 LFI에는 정부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 구성과 관련해 엘리제궁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에서 전체 그림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이 때문에 프랑스 안팎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24는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극우 세력이 집권하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남은 대통령 임기를 수행해야 하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라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치 못한 좌파의 승리로 프랑스는 의회 내 교착 상태와 정부 구성을 위한 험난한 여정으로 들어섰다”라며 “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유럽연합(EU)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프랑스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간다는 것은 프랑스와 EU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도 “조기 총선에서 좌파 연합이 깜짝 승리를 거두면서 프랑스는 정치적 불안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한편, RN의 실질적 지도자인 마린 르펜은 “우리 승리는 늦춰졌을 뿐”이라며 “마크롱 대통령과 극좌의 부자연스러운 동맹이 아니었다면 RN이 절대 과반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르펜 의원은 “(극우의) 물결은 계속 거세질 것”이라며 “우리는 의원 수를 두 배로 늘렸으니 실망할 것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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