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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1. 그림자 경주 (7)2014.10.11 PM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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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지금 저게 뭐라고 생각해?”
탁!
“나도 마침 그 질문을 하려던 참이었어.”
타닥!
“여신님이 어째서 라자를 안고 있는 거야?”
탁!
“이런, 그 질문도 하려던 참이었는데.”
탁!
터너와 자렌은 마주한 검에 힘을 주며 뒤로 물러났다. 둘은 서로 부딪치고 있었지만 시선은 서로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연병장 구석의 스탠드였다.
암암리에 마을의 여신으로 통하는 흑발의 여성과 드래곤 라자라는 레어한 직업을 가진 소년이 그곳에 있었다. 다만 드래곤 라자는 여신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이처럼 자연스럽게 여신의 품에 안겨있는 것이다.
마을의 청년들이 희망해 마지않는 곳에 위치한 어린 아이에 대한 부러움은 검을 통해 나타났다.
타닥!
두 청년은 매섭게 검격을 교환했다. 진검이었으면 진즉에 사단은 나고도 남았을 법한 모습이다. 목검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부딪친다.
그들은 정벌군 출정이 얼마 남지 않았단 긴장감에 연병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리타와 드래곤 라자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대뜸 훈련을 보고 싶다고 했다. 리타는 평소에도 자주 연병장에서 그들과 같이 훈련하거나 구경하곤 했기에 허락했다. 그리고 그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여신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한가득 품고 최선을 다해 훈련하기 시작했다.
그 치열한 훈련 경쟁은 대무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 자리에 없는 샌슨을 제외하고 가장 괜찮은 실력을 가진 둘이 부딪치게 되었다. 어느 사이 나머지 병사들은 나가떨어져 방관자가 되어 있었다.
“이거 언제 끝내지.”
탓! 타닥!
“니가 쓰러져라.”
턱! 탁!
“아까 전부터 생각했지만, 너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하는 재주가 있어.”
다시 한 번 둘은 검을 번개처럼 부딪쳤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불타오르게 만들었던 리타의 관심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녀는 무릎위에 앉은 디트리히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으랏차!”
“이얍!”
어떻게든 관심을 끌기 위한 기합성이 연병장을 크게 울린다. 사실 리타는 디트리히에게 둘의 대무를 설명하는 중이었지만 터너와 자렌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둘은 ‘우리가 왜 이 짓을 계속하는 걸까?’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가슴에 품은 채 계속 검을 휘둘렀다. 어쨌든 리타 앞에서 질 순 없다.
둘의 대무가 한참 이어지며 슬 다른 병사들이 관심을 거둘 때쯤 둘을 구원해주는 존재가 나타났다.
“그렇게 붙다가 진짜 죽겠다. 그쯤 해둬. 둘이 왜 그렇게 죽자고 붙고 있어?”
“할슈타일공이 대무를 보고 싶다고 하셨거든. 지금 일 끝난 거야?”
터너와 자렌은 그만두라는 지시가 없었다면 오늘이야 말로 네가 끝났을거란 시선을 교환하며 동시에 쓰러졌다. 그 광경을 보고 샌슨은 혀를 차며 연병장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다. 발걸음이 무거운 게 언뜻 지친느낌이 들어 리타는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샌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리타를 보다가 그녀의 무릎에 시선이 갔다.
“어. 그런데 네 모습은 뭐냐?”
“자상한 어머니의 모습?”
“하 어디서 꼬맹이를 데려와서, 어머니들 다 죽…… 하, 할슈타일공!”
샌슨은 기겁하며 경례했다. 전혀 경례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그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시골 헬턴트의 순박한 경비대장은 그의 오랜 친구가 드래곤 라자를 무릎에 앉히고 안고 있으리란 생각 따윈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물론 헬턴트의 어떤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해본적은 없을 거다. 그의 머리는 드래곤 라자가 리타의 손을 잡고 있었단 사실에서 지금의 상황을 유추할 만한 사고과정을 갖추지 못했다.
“제, 제가 잘못을… 아, 아니, 죽을죄를 지, 지었습니다.”
샌슨은 덜덜 떨며 경례자세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직접 검을 빼서 자해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쯤, 우렁찬 목소리에 놀랐던 디트리히가 그를 진정시켰다. 샌슨은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디트리히에게 머리를 조아렸고 디트리히는 괜찮으니 제발 진정하라고 달랬다.
잠시 후 디트리히의 노력으로 샌슨은 간신히 진정했고 그는 리타의 옆에 앉았다. 디트리히도 계속 안겨 있다간 샌슨이 언제 다시 울지도 모른단 생각에 리타 옆에 앉았다. 스무 살은 차이 나는 두 남자가 리타를 사이에 두고 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멀리서 보면 마치 가족이라 생각할 정도로 퍽 단란해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은 할 수 없었고, 설령 하더라도 드래곤 라자를 두고 농담할 배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어…… 리타, 그러니까 무슨 일이라고 했지?”
“어제 순찰 보고랑 앞으로 순찰 계획을 들으려고.”
“아, 그래. 저, 할슈타일공도 계시니 안에 들어갈까?”
"그럴까요?“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넵! 그러면 여기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추우실수도 있으니 모포를 가져다 드리…… 아, 아니, 병사용 모포는 더러우니까 하녀에게 침실용을 받아와야 하나……”
“샌슨, 진정해.”
샌슨은 목구멍까지 튀어 나온 말을 간신히 삼켰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할 수 있는 사람은 너 말고 아무도 없어!’
디트리히는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샌슨을 올려다보았다. 사실 후작가의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샌슨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새삼 당연한 것이었지만 리타 덕에 잠시 잊었을 뿐이다.
그렇다 해도 어제 라이칸슬로프를 도륙하던 오거 같은 전사가 이토록 당황하는 그림은 꽤 어색하다.
“저는 괜찮아요. 두 분 이야기 나누세요.”
“넵!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한지도 모르겠지만 샌슨은 경례했다. 그리고 무표정하게 있던 리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굳어서 말을 더듬기도 했던 그는 금방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드래곤 라자가 이야기하라고 했다고 정말 그를 등한시 한 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샌슨이 아니면 힘든 일이리라.
리타와 샌슨은 정벌군이 성을 떠나게 되면 남은 병력이 어떻게 운용되고, 순찰 계획은 어떻게 바뀌는 등에 대한 이야기를 세세하게 나눴다. 그들은 꽤 진지하게 긴 시간동안 이야기했다. 그 덕에 디트리히는 군사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심심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얌전한 아이가 으레 그러하듯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홀로 연병장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꽤 시간이 경과했을 무렵, 멀리서 날개짓 소리가 들렸다. 날개짓 소리라고 했지만 새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중후한 관악기가 이와 같은 소리를 낼 수 있을까. 몹시도 웅장한 소리가 하늘을 수놓았다.
날개짓 소리에 이야기를 나누던 리타와 샌슨을 포함한 연병장의 모두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쪽 하늘은 해가 산맥에 걸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햇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석양은 더 큰 가을이라 했던가. 가을이 산을 붉게 물들이듯 석양은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그리고 그렇게 타는 듯한 붉은 석양을 가르며 새하얗고 거대한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캇셀프라임.”
샌슨은 멍하니 그것의 이름을 되뇌었다. 너무도 압도적인 존재감은 저 먼 하늘에서조차 그를 압박한다. 리타도 아득한 시선으로 캇셀프라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디트리히는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어서와! 카피!”
*
“차는 입에 맞는가?”
“무척 좋네요.”
차를 거의 마셔본 적이 없는 리타도 단번에 맛있다고 느낄 만큼 훌륭하다. 흰 찻잔에 담겨 붉은 물결을 만들어 내는 차는 선홍빛 입술에 닿았다. 진하면서도 불쾌하지 않은 향이 올라온다. 리타는 눈을 감고 향을 즐기며 천천히 차를 음미했다.
헬턴트 성에서 유일하게 실용성보다 미관에 초점을 맞춘 응접실은 때 아닌 다과회가 펼쳐져 있었다. 넓고 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여성과 한 아이가 앉았고, 테이블 위에는 쟁반에 담긴 쿠키가 놓여 있었다. 아이는 눈처럼 새하얀 머리를 가진 여성에게 기대앉아서 쿠키에 열심히 손을 가져갔다.
“어제는 디트리히가 신세를 졌다고 들었네.”
백발의 여성은 찻잔을 한손에 들고 다른손으로 아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말투는 나이 많은 사람의 그것이었다. 외모와 말투의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은 분명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머리뿐만 아니라 눈썹을 비롯해 속눈썹과 눈동자, 피부, 옷마저도 하얀색이었다. 어떤 침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순백의 결정을 구체화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든다.
헬턴트 식으로 보자면 표백제에 통째로 담가둔 것 같다. 후치는 눈에 파묻혔다고 표현하고 샌슨은 밀가루를 뒤집어썼다고 표현할 법하다.
물론 상대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 생각을 입에 올리진 않겠지만.
캇셀프라임은 온화한 눈으로 리타를 보고 있었다. 살짝 쳐진 눈은 좋은 인상을 가졌지만 눈을 자세히 본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흰자위와 눈동자의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하얀 느낌에 묘한 광기마저 느껴진다. 낮에 본 장님 마법사 타이번과는 다른 느낌이 드는 눈이다.
“아닙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지요.”
“물론, 드래곤의 라자에게 칼을 겨눈 것은 꽤 실례되는 행동이지.”
“그렇지요.”
캇셀프라임의 흰 눈이 이채로운 빛을 띠었다.
“그대는 사정을 설명하지 않는가? 디트리히에게 듣기로 그곳은 영주의 사유지였고 그대는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일 텐데.”
“그것은 인간의 사정입니다. 캇셀프라임님께서 보시는 건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뿐이겠지요. 그 상황은 사실이고 그에 대한 사죄를 구한 다음, 인간의 이해를 납득시키는 게 순리라 생각합니다.”
“호오, 네가 나를 판단하는가?”
“인간은 상대방을 인간화 시키는 존재니까요.”
“크흡, 큭큭큭.”
“카피?”
캇셀프라임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숨을 삼킨 채 웃었다. 차를 들었던 손은 테이블을 탕탕 내리쳤다. 그녀에게 안겨있던 디트리히는 갑자기 웃는 그녀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캇셀프라임은 웃음을 멈추고 눈앞에 앉은 여성을 마주보았다. 앞에 앉은 여성은 피부색을 제외하고는 그녀와 모든 것을 반대로 한 모습이었다. 검은 머리와 검은 눈, 검은 옷.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제외하고는 온통 검은색이다.
검은 눈동자는 어떤 두려움의 기색도 비치지 않았다. 리타는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서 양손으로 찻잔을 쥐고 있었다. 표정은 물론 몸에서 조차 긴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할슈타일 가의 건방진 마르퀴스놈을 제외하고 그 어떤 누구도 그녀를 이렇게 마주한 적이 없었다. 물론 귀여운 디트리히와 답답한 돌멘은 제외한 이야기다.
“아무것도 아니다. 디트리히. 제법 재미있구나. 리타라 했던가? 어제의 실례를 용서하마.”
“감사합니다.”
리타의 검은 머리가 가볍게 흔들렸다. 고개를 살짝 숙인 탓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어떻게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는지 떠올렸다.
캇셀프라임은 성으로 복귀하면서 연병장에 디트리히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병장에는 경외의 시선을 보내는 많은 인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폴리모프를 사용했다.
캇셀프라임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갑자기 드래곤의 거체가 사라지자 당황하며 창공을 살폈다. 그 덕에 연병장 가장자리에 새롭게 나타난 인물을 발견하는 게 늦어졌다. 샌슨과 리타, 디트리히 만이 그녀를 바로 인식했다.
폴리모프한 모습을 처음 보았기에 샌슨은 그녀가 캇셀프라임이라는 것을 연상하지 못하고 멍한 모습을 보였다. 그와 대조되게 디트리히는 그녀에게 달려가 안겼으며, 리타는 일어서서 인사했다. 사람들이 흔히 드래곤에게 붙이는 ‘위대하신’, ‘지고한’, ‘지엄한’ 등의 수식어는 생략된 간단한 인사였다.
그 인사말을 듣고서야 샌슨은 새 인물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드래곤에게 산채로 먹히면 어떤 느낌일지 따위의 망상을 하며,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 경례하였다. 그의 모습에 연병장의 다른 사람들은 자기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택했다.
헬턴트 성의 넓은 연병장은 삽시간에 사람의 형상을 한 존재는 넷밖에 없게 되었다. 캇셀프라임은 주변이 어떻든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샌슨의 경례 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디트리히와 이야기했다. 그리고 성안으로 그를 데리고 들어가려고 하였을 때, 디트리히가 갑자기 리타를 잡아끌었다. 리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에게 이끌려갔고 캇셀프라임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용인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샌슨은 계속 경례한 자세로 서서 오늘 마을에 부고를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를 남겨두고 들어온 셋은 디트리히의 요청에 의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게 되었다. 캇셀프라임은 어제저녁 본래 모습으로 소를 포식했기에 따로 식사는 필요 없었지만 디트리히를 위해서인지 같이 맞춰주었다. 그리고 헬턴트에 있을리 없는 상품의 차는 캇셀프라임이 따로 챙겨온 것이었다. 쿠키는 하멜 집사가 어디서 구했는지 금방 준비해주었다.
여하튼 이 사태를 만든 것은 디트리히란 소년이었고, 지금 그는 천진난만하게 두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피, 리타누나는 여자이면서도 검을 배웠데. 부모님을 돕기 위해 배웠데. 대단하지 않아?”
“그렇구나. 그래서 여성치고 상당히 잘 단련된 몸을 하고 있군. 미약하지만 마나의 기운도 느껴지네.”
“경비대에서 몸을 지킬 정도만 배웠습니다.”
“몸을 지킨 다기엔 꽤 흉흉하군. 남쪽 놈들이 우리를 흉내 낸 이상한 기운도 있고.”
“이곳에서 몸을 지킨다고 말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캇셀프라임의 선해 보이는 눈이 살짝 가늘어 졌다. 그녀가 폴리모프한 모습은 꽤 유약하고 착해 보이는 인상이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공주가 이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드래곤에게 잡혀가서 용사를 기다리는 그런 공주 말이다.
그런 아이러니한 모습을 한 채 캇셀프라임은 턱을 괴었다. 그녀는 오늘 정찰을 가서 보고 온 것들을 떠올렸다.
“아무르타트 때문이군.”
“그렇습니다.”
“회색산맥에 그녀가 있어서 이 마을은 몬스터의 습격을 많이 받는다고 했었지. 확실히 오크나 고블린 같은 놈들뿐만 아니라 좀처럼 보기 힘든 놈들도 보였어. 미노타우르스나 오거에게서 몸을 지키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겠군.”
캇셀프라임은 납득했는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디트리히가 끼어들었다.
“헤에. 리타누나는 오거도 잡을 수 있는 거야?
“아무리 저라도 오거를 혼자서 상대하는 건 무리입니다.”
캇셀프라임은 겸손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몸을 지켜낼 정도는 돼 보이는데.”
“그런 정도입니다.”
“그래도 대단해! 오거는 기사들도 여러 명이서 덤벼야 이길 수 있잖아.”
디트리히는 감탄하며 손을 붕붕 흔들었고, 그의 작은 손에 들렸던 쿠키는 부서져서 사방으로 날아갔다. 캇셀프라임은 파편이 튀는 것을 보고 디트리히의 손을 잡고 얌전히 있으라고 하였고 리타는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두 여성은 계속 차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겉보기는 기품 있는 모습이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가씨의 다과회라고 보기엔 대화주제가 꽤 이색적이다. 몬스터의 동향이나 아무르타트의 레어에 가는 길 등에 대한 이야기 등이 오가며 군사회의를 연상시킨다. 자연스레 심심해진 디트리히는 다른 때와 달리 캇셀프라임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였다.
시간이 흘러 디트리히는 졸리는지 눈을 깜박이며 캇셀프라임에게 기대었다. 캇셀프라임은 그가 불편해하지 않게 살짝 안았다. 디트리히의 눈은 수마를 참지 못하고 곧 감겨들었다.
리타는 디트리히가 깨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추었다.
“꽤 시간이 늦었군요.”
“그렇군. 로넨이 작전에 대해 말할게 있다고 했었지. 이만 자리는 파해야겠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캇셀프라임은 일어나려고 하는 중이다. 마치 정말 동생을 안은 누나처럼 조심스럽게 디트리히를 안은 채로 말이다.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지만 그 광경을 보고 있으니, 속안에서 무엇인가가 확 튀어 나왔다.
“실례지만 질문을 하나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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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파트가 거의 10페이지씩 되어서 중간에 끊으려니 애매하게 끊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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