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1. 그림자 경주 (17)2014.10.22 PM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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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은 대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후치는 자꾸만 드는 불안한 생각에 작업에만 몰두했다. 리타도 그 자신의 상념에 빠져들었기에 타이번만 여상스럽게 작업했다. 그는 두 어린 남녀의 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타이번의 분위기에 감회되어 분위기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후치가 가진 마음의 짐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리타는 후치의 숨소리가 이상해지는 것을 깨닫고 그를 불렀다. 후치는 아무르타트가 아버지를 짓밟는 상상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타이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고 들판은 온통 검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돌아보는 타이번의 흰 눈동자에도 검붉은 빛이 서린다. 후치는 그 자신도 석양에 물든 얼굴로 말했다.



“나 술 한잔 사줘요.”



“가자.”



산트렐라의 노래로 향하니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타이번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했으나, 사람들이 알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면 세 부대로 나뉜 게 패착이군요?”



“그렇지. 어디까지나 그 전술은 아무르타트가 계곡 아래로 내려온다는 걸 전재로 하니까 말이야. 몬스터가 먼저 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어.”



“캇셀프라임 그 멍청한 드래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군.”



“휴리첼 백작이라고 했나? 그 양반도 백작이나 되는 주제에 이런 변방에 파견될만한 이유가 있었네. 그따위 전술을 짜?”



“안 그래도 약한 병력을 세 개로 나누다니. 계획대로 아무르타트를 유인해서 협공할 수 있다면 모를까, 아무르타트가 바보도 아니고 뻔히 보이는 함정에 순순히 들어갈 리가 없지.”



대체적으로 분위기는 총사령관인 로넨 휴리첼과 화이트 드래곤 캇셀프라임을 욕하는 것이었다. 후치는 욕지거리도 내뱉지 않고 묵묵히 맥주를 마셔댔다. 해너는 후치의 아버지가 정벌군에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만큼은 아무말없이 맥주를 채워주었다. 그리고 리타는 캇셀프라임에 대한 욕설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자기에게 빠져서 후치와 비슷하게 맥주를 마셨다.



“천천히들 마셔라. 젊은 것들이 벌써부터 술맛을 알아서 술맛도 안보고 마시는 거냐?”



“기다리죠.”



“뭘?”



“내가 이해 못할 소리를 하면 나중에 설명해 주니까, 그 설명을 기다리는 겁니다.”



“요 맹랑한 것 보게?”



타이번은 후치의 머리를 쥐어박으려고 했지만, 후치는 술기운이 올랐어도 장님의 주먹에 맞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가볍게 주먹을 피해내며 다시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평소라면 타이번 대신 설명해주는 역할이던 리타는 그녀의 술잔만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취하면 여러모로 많은 사람에게 폐가 된다는 것은 알지만, 생각의 독에 빠지나 술의 독에 빠지나 비슷할 거 같다. 그러므로 마시자.



두 남녀는 산트렐라의 노래에 있는 모든 맥주를 거덜내기로 합심한 듯이 맹렬히 마셨다. 그때 누군가가 물을 벌컥 열면서 소리쳤다.



“이봐요! 다른 병사들이 도착했답니다!”



후치는 의자를 박차고 테이블을 뛰어넘어 창문으로 나가려고 했다. 리타는 벌떡 일어나서 문을 향해 달려갔다. 참고로 그들은 마주보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즉, 후치가 테이블을 넘다가 뛰어가던 리타를 치면서 둘이 같이 바닥에 뒹굴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으악!”



“윽, 후치 나와.”



후치는 리타의 엉덩이를 깔아뭉개고 있었다. 그가 몸을 날리다가 부딪친 탓에 둘은 사정없이 나자빠졌다. 정신을 차린 그는 리타에게 짧게 사과하고 급하게 일어나려고 하다가, 리타와 엉키는 바람에 다시 나자빠졌다.



“날 잡지 마요!”



“팔! 팔! 팔!”



“잘 들 논다.”



해너는 두 사람이 벌이는 촌극에 비웃음을 날렸다. 펍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에 잠시나마 어두운 분위기를 털어내며 웃었다. 타이번은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둘에게 외쳤다.



“이것들아!”



후치와 리타는 겨우 정리해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들은 혼자 달려가서는 안 되는 것임을 깨닫고 타이번의 양 팔을 잡았다. 타이번은 빽 고함을 쳤다.



“내가 죄수냐! 후치, 업어!”



남자라는 이유와 OPG를 가졌다는 이유가 합쳐서 타이번의 가마 역할을 하게 된 후치는 두말 않고 그를 업었다. 신세를 따지기보다 성에 재빨리 가는 게 더 중요했다.



리타는 타이번을 후치에게 맡겨두고 바로 성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타이번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야이, 주정뱅이 꼬마 녀석아! 좀 똑바로 달려!’



적당히 취기는 올랐지만 달리는 데 지장은 없었다. 간혹 그녀가 아는 것보다 길이 구불구불한 곳이 나오기도 했으나 그런대로 무사히 성에 도착했다. 성문 앞에서는 경비병들이 횃불을 들고 서 있었다. 그들은 리타 혼자만 보이자 물었다.



“타이번은?”



“뒤에 후치랑 오고 있어요. 그것보다 복귀한 사람은 얼마나 되나요?”



경비병은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얼마 안 된다는 표현이다. 리타는 수고하란 말만 남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홀에 들어서자 수많은 신음소리와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그녀를 반겼다.



홀 바닥에는 짚을 깔고 그 위에 시트를 덮어 자리를 마련해놓았다. 그리고 스무명 가량의 부상자들이 그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상처를 보는데 익숙한 그녀지만, 수많은 부상자들이 저마다의 상처로 앓고 있는 모습은 자연스레 표정이 굳게 만들었다.



하멜 집사를 비롯한 성의 하인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부상병들을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온 것인지 부상병들을 돌보는 사람들 중에 칼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는 꽤 바쁜 모습이었기에 리타는 간단하게 인사하고 나서 부상병들을 살폈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서 익숙한 덩치를 발견했다.



“샌슨?”



괴물 같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헬턴트 경비대 가운데서도 가장 괴물 같은 몸을 가진 남자다. 그리고 그녀의 가장 오래되고 절친한 친구 가운데 한명이다. 샌슨은 웅크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러다 리타의 목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그는 리타를 발견하고 처연한 미소를 띄었다.



“리타, 왔구나. 나 보려고 그렇게 급하게 뛰어온 거야?”



“……”



“그렇게 아무 말도 안하면 민망하잖아. 무슨 말이라도 해봐.”



“응……”



리타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어서 그냥 조그맣게 대답했다. 그녀는 다치고 지친 샌슨을 앞에 두고도 그의 말 때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뛰어왔지?’



샌슨……은 물론 걱정한다. 샌슨 뿐만이 아니라 정벌군에 참여한 수많은 친구와 이웃, 영주까지 모두 무사했으면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걱정만으로 이렇게 허겁지겁 달려오진 않는다. 술기운 때문인가. 그녀는 무엇을 보고 싶었기에 이렇게 자신도 이해 못할 만큼 열심히 달려왔을까.



리타는 머리를 흔들며 샌슨의 옆에 주저앉았다. 샌슨은 그런 리타를 물끄러미 보다가 얼굴을 팔에 떨구듯이 기대었다. 리타는 지금만큼은 샌슨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너 술 냄새 난다. 술 마시고 있었냐?”



“오전에 스로이라고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도망쳐왔거든. 후치도 나도 마음이 불편해서 마셨지.”



“네가 술을 이렇게 마시는 날이 올 줄이야.”



“나도 은근히 잘 마시거든?”



“하하…… 그래. 하…… 술 생각나네.”



“가져다줄까?”



“그럴래? 아니, 아니다. 나중에 마시지.”



샌슨은 몹시 지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리타는 활기 넘치는 헬턴트의 경비대장이 이토록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당황했다. 심한 부상이라도 당한 것인가? 하지만 아까 보았을 때 몸에 이상은 없어 보였고 그를 치료하러 오는 사람도 없었다.



“다친 데는 없어?”



“몸은 그냥 저냥…… 마음이 다쳤지.”



“마음?”



샌슨은 고개를 들어 벽에 기댔다. 홀의 천장을 올려다보는 그의 눈은 초점을 상실하고 있었다. 리타는 그의 대답을 보채지 않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때 후치가 황급히 안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의 눈이 샌슨을 발견했다.



“샌슨!”



“뭐야, 후치냐? 제법 멋진 복장을 하고 있네. 어떻게 된 거냐?”



샌슨은 힘없게 웃으며 실없는 소리를 했지만 후치는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우리 아버지, 혹시 우리 아버지 어떻게 됐는지 알아?”



샌슨은 표정을 조금 일그러트렸다.



“미안하구나. 난 너희 아버지와 다른 부대여서. 그러니까 우리는 끝없는 계곡에서 절벽 위에 있었고, 에, 그러니까 휴리첼 백작님의 작전에 따라서……”



“그 멍청 무쌍한 작전은 잘 알아! 먼저 온 사람이 다 말해줬어.”



“후치.”



리타는 조용히 후치를 불렀다. 그녀는 너무 흥분해 있는 후치를 진정시켰다. 리타의 서늘한 눈과 마주치자 후치는 그가 패잔병을 앞에 두고 너무 조급하게 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샌슨의 지친 얼굴이 제대로 눈에 들어온다.



“……미안해. 고함질러서.”



“아니, 괜찮아. 이해한다. 들었으니 알겠지만, 너희 아버지랑 떨어져 있었어.”



“그럼 못 본거야?”



“응. 미안.”



“그래…… 샌슨은 괜찮은 거야? 옆에 미녀를 끼고 앉아서 팔자는 좋아 보이네.”



“원 녀석도. 상처는 없어. 여기까지 오느라 조금 지쳤을 뿐이야. 응? 근데 너도 술 냄새가 난다? 아참 리타랑 같이 마시고 있었다고 했었지. 아이고 술 냄새. 부탁 하나 하겠는데 나도 너 마시던 술 좀 가져다주겠니?”



후치는 허허 웃어버렸다. 지금 마을로 도로 내려갔다 올 수는 없다. 후치는 알았다고 말하며 주방을 찾아갔다. 리타는 샌슨을 바라보았다.



“내가 가져다준다니까 말리더니, 후치한테는 시키네?”



“술 냄새가 양쪽에서 나면 배로 고픈 법이더라.”



샌슨은 피식 웃었다. 어려서부터 곁에 있었던 친구는 타인에게 베풀고 받는 것을 어색해 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샌슨은 아직도 어릴 때의 모습이 기억나기에, 그녀에게 되도록 주지 않고 받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평범하게 행동하지만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싫어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의 배려를 모르는 리타는 웃는 샌슨을 보며 눈을 흘겼다.



“어쩐지 후치한테 진 기분인걸.”



“누가 더 부려먹기 좋으냐는 경쟁에서 지는 건 괜찮잖아?”



“음, 그건 그러네.”



리타는 짖궂은 표정을 일부러 지었다.



“그러고 보니 너 어떻게든 살아 왔으니 물레방앗간 그녀가 좋아하겠어? 밤마다 그리던 님이랑 다시 물레방앗간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뭐? 하…… 너 그보다 그렇게 웃지 마라. 섬뜩하다.”



발끈하려던 샌슨은 리타의 표정을 보고 말을 바꾸었다.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으면서 입꼬리는 억지로 올리고 있다. 입가에 이는 경련이 보인다. 친구는 그에게 어떻게든 활기를 불어넣고자 그러는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리타는 샌슨의 말에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다른 사람에겐 잘 통하는 데 역시 오랜 시간 같이 해서 그런지 속이기 힘들다. 그녀는 샌슨과 같이 무릎을 끌어 당겨 팔로 감싸고 그 위에 얼굴을 올렸다. 그녀는 눈만 빼꼼히 내놓은 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후치가 주방에서 술을 찾아 들고 왔다. 성이 바쁘기 때문인지 주방에는 사람이 없었고 후치는 아무 술이나 바로 가져올 수 있었다. 샌슨은 후치에게서 술을 건네받으며 고맙다는 듯이 웃고는 술병을 입에 가져갔다. 그의 손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고 술병은 몇 번이나 이빨과 부딪혔다. 샌슨은 얼마 삼키지도 못하고 술병을 도로 내려놓았다.



“이제 좀 살 것 같구나. 목마르던 참인데 고맙다.”



“샌슨. 확실히 아무 데도 안 다친 거 맞아?”



샌슨은 리타한테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쓰게 미소 지었다.



“……마음을 다쳤다. 너무 끔찍했어. 해리도, 자렌도 모두 죽었어. 내가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구나.”



그의 말은 몹시도 공허했기에 리타는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뭐, 항상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던 일이지만…… 아무르타트의 브레스에 맞아 녹아내리는 동료들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한데.”



후치는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 밖에는 하지 못했다. 샌슨은 혼잣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계속 이야기했다.



“귀환길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부상으로 죽어가던 동료들의 신음소리에 미치는 줄 알았어. 치료는커녕 굶어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부상당한 인간들은 몬스터들의 좋은 목표였지. 계속되는 공격은 악몽 같았다. …… 몇 명은 내 손으로 죽였어.”



“샌슨.”



리타도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샌슨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회한에 젖은 눈을 보고 도저히 가만있을 수 없었다. 리타는 몸을 뻗어 샌슨의 큼직한 몸을 안았다. 온 몸으로 그의 떨림이 전해져온다.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었어…… 나머지 사람들도 살려면 그들을 버려야 했어.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두면 어차피 고통스럽게 죽어가거나 우리를 따라오던 몬스터들에게 죽임을 당할테니까. 그들도 납득했지. 고통은 없었을 거라고 믿어. 하지만 내 손으로 동료들의 목을 치게 될 줄은 몰랐지.”



“그만해. 샌슨……”



“모르겠다. 그렇게 살아왔어야 했는지.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파.”



리타는 옷이 축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볼 수 없었지만 느껴지는 고동과 감정은 샌슨이 어떤 상태인지 말해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후치는 힘겨운 발걸음을 옮겨 샌슨의 옆에 앉았다. 그는 가만히, 조용히, 전사의 고통을 묵과했다.



고통스런 비명과 신음의 가운데 세 사람은 아무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샌슨의 떨림이 멎었다. 그리고 쑥스런 목소리가 조그맣게 나온다.



“이만 놓아주겠어? 숨이 막히는데.”



“미안.”



“나한테 이러는 거 사람들이 다 본다. 너 시집가는 것까지 내가 책임지고 싶진 않아.”



“위로해준 친구에게 할 말은 아니지 않아? 그리고 누가 봐도 그건 상처 입은 몬스터를 치료해주는 성녀 같은 모습이었을 거야.”



“그런 말을 참 표정도 안 바꾸고 잘만 말한다.”



“리타의 특기잖아.”



샌슨의 핀잔에 후치가 이어서 말했다. 리타는 살짝 웃고는 다시 샌슨의 옆에 앉았다. 샌슨은 팔뚝으로 눈가를 훔치며 벽에 기대었다.



“영주님도 구출하지 못했구나. 영주님의 경비대로서 면목이 없는걸. 나 살자고 이렇게 성까지 달아나버리다니.”



“그건 걱정 마. 영주님은 안전해.”



샌슨은 후치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르타트가 몸값을 받겠다고 했어. 그러니까 영주님은 안전할 거라고.”



“아무르타트가?”



리타는 후치와 타이번에게 어떤 것도 묻지 않았기에 샌슨처럼 스로우가 어떤 말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아무르타트가 몸값을 요구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



“그래요. 스로우 마이어핸드가 말했어요.”



“영주님이 살아 계시다니 다행이구나. 그것보다 드래곤이 원하는 몸값이라…… 엄청나겠지?”



“짐작해 보겠어? 10만 셀.”



“맙소사.”



샌슨의 머리로는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는 금액이다. 그는 입을 쩍 벌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후치도 비슷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곤이 인간의 몸값을 원한다라…… 무슨 생각이냐, 아무르타트.”



“리타?”



“보석을 원한다면 이해하겠지만, 인간의 돈 따위는 아무 쓸모도 없을 텐데. 자기가 직접 돈을 들고 보물상에 가서 보석이라도 살려고 그러나?”



리타는 허공을 노려보았고 후치는 10만셀의 가치를 짐작하느라 그녀를 보지 못했다.



“10만 셀을 화폐로 다 준비할 수 없을 테니까 보석으로 들고 올 걸 알고 그러는 게 아닐까?”



“100셀 금화가 1천개만 있으면 10만 셀이야. 사람이 들긴 무겁지만 궤짝에 넣을 정도로는 충분하지.”



후치는 별 게 다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리타를 보았다. 하지만 아무르타트가 돈으로 그 걸 가져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다. 특히 금이 아닌 일반 1셀 짜리 주화로 10만개를 들고 가면 어떨까? 녹아내리겠지.



“아무르타트 그 새끼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죠. 그놈 생각까진 하고 싶지 않아요. 퉷.”



“부상자들 앞에 두고 침 뱉지 마. 임마.”



샌슨은 후치의 뒤통수를 쳤다. 후치는 아버지의 일로도 속이 상하는 데 그 까짓 드래곤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냐 싶었다. 아버지만 생각해도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데, 그 가증스러운 아무르타트까지 머리에 두고 싶지 않았다.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꺼낸 리타가 원망스러워 진다.



“그렇지…… 드래곤의 마음 따위는 상관없겠지.”



리타는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완전히 무릎사이에 파묻었다. 혼란스러운 주변의 소리가 귀로 들어오지만 머리까지 이르지 못한다. 그녀는 상처 입은 친구와 아버지를 잃을지도 모르는 동생을 두고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캇셀프라임. 당신은 어떤 마음이었나요. 내가 당신의 마음을 알아도 될까요? 알 수나 있을까요? 아무르타트 당신은 어떤가요? 당신은 왜 이런 길을 마련했나요. 어떤 운명을 걷게 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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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 ch1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마이피란 공간이 연재를 하기에 그리 좋지는 않은곳인지라 읽는분이 얼마나 계실지 잘 모르겠네요.

전편까지 8편째 댓글이 없는걸 보아 없을수도 있겠군요.

남은 ch1은 마저 연재하고 나서 계속 해야할지 결정해야겠습니다.
댓글 : 2 개
잘 읽고 있습니다~
1화부터 봐주시고 계신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절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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