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13)2014.12.04 PM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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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넌은 반지와 리타를 멍하니 번갈아 보았다. 그는 지금이라도 경례를 해야하는 것일까 망설이고 있었다. 실리키안 남작 같은 사칭귀족이나 평민과 다를 바 없는 몰락귀족은 봤었지만, 이렇게 소문으로만 듣던 명가를 조우한 적은 없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일에 그의 냉철한 이성도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나마 그는 나은 수준이었다. 경비병들은 반지의 문양은 몰라봐도 경비대장이 외치는 가문의 이름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들은 포차드와 얼굴색을 같게 만들고 싶었는지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리타를 체포하라고 소리치던 청년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도 할슈타일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와 시비가 붙고 그가 무례를 범한 상대방과 귀족을 연결시킬 수가 없었다. 무의식중인 본능이 그 생각을 방해했다. 그렇게 되면 끝이라는 참담함이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청년은 사시나무 떨 듯이 몸을 떨며 양팔로 몸을 꽉 끌어안았다. 얼굴은 창백하게 물들었다가 이내 실소하기 시작했다. 그가 날뛰는 것을 제지하던 경비병들은 그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는 것을 지탱하는 것으로 목적이 바뀌었다.



리타는 정적이 가득한 홀을 둘러보았다. 인간의 권력이란 게 이런 느낌이던가. 살짝 조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너무 놀렸군요. 기분이 상해서 심술을 부렸습니다. 긴장 푸세요. 저는 귀족이 아닙니다.”



“네?”



레넌은 얼떨결에 높임말로 대답하고 얼굴을 붉혔다. 귀족이 아니라는 안도감 보다는 당황이 먼저였다. 리타는 그의 얼굴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말했다.



“경비대장님이 놀라시는 걸 보니 반지가 어떤 의미인지는 아시나 보군요.”



“그렇…… 습니다.”



“그러면 병사들을 물려주시겠습니까? 이곳에 계신 분들이 불편해 하는군요.”



“네, 넷!”



레넌은 경례를 붙여 대답했다. 상대가 평민이라고 해도 가문의 반지를 가진 이상 가문의 사람이나 다름없다.



그는 재빨리 홀 안에 있는 경비병들을 밖으로 나가게 지시했다. 그리고 얼이 빠져있는 청년도 데리고 나가게 했다. 그들을 밖에서 대기 시켜 놓은 다음 리타를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도 다른 경비병들과 같이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경비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그를 계속 홀 안에 있도록 만들었다.



리타는 문 밖에 서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밖에 대기시키면 이곳 장사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레넌은 즉각 대답하고 명령을 내리려고 하였지만 쉐린이 만류했다.



“아닙니다. 어차피 지금은 장사를 접은 상황입니다. 그대로 대기시켜두셔도 됩니다.”



“지금 한창 장사할 때가 아닌…… 아, 그렇군. 실례했네.”



레넌은 털로 가득한 쉐린을 어제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실리키안 남작 사병들이 여관에서 행패를 부린 것도 들었다. 그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경비대장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레넌을 보며 리타가 말했다.



“일단 앉으시겠습니까?”



레넌은 리타가 옆자리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상대방의 신분을 떠나서 여성의 옆자리에 바로 앉는다는 게 그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리타는 레넌이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대신 유스네가 눈치 채고 그녀의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쪽 자리도 부담스럽긴 했지만 리타의 바로 옆자리 보다는 나았다. 하지만 레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밖에 대원들을 세워두고 혼자만 앉을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화낼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지만 상대방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세요.”



“감사합니다.”



리타는 평소처럼 뭐가 감사한지 되물어보는 대신 그녀가 하려던 말을 꺼냈다.



“다른 대원들도 없고 시끄러운 사람도 없으니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레넌은 경청하겠다는 의도를 온 몸으로 표현했고, 다른 사람들은 애매하게 웃었다. 리타도 살짝 쓴웃음을 짓고서 말했다.



“근래에 가장 큰 사건이 뭔지 아십니까?”



“큰 사건이라면 어제 투기장에서 트롤이 탈출한 것과 실리키안…… 크흠, 그 사람의 일이 있습니다.”



“그런 작은 일 말고요. 나라 규모의 큰 사건에 대해서 들은 게 있습니까?”



자이펀과의 전쟁은 항상 일어나고 있는 문제니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 외에 큰 사건이라고 해봐도 데밀레노스 공주의 혼담 정도 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잣거리에서 떠도는 회색 산맥에서 마왕이 부활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우스갯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다 그는 문득 드래곤에 관해 들었던 소문을 기억해냈다. 할슈타일 가문과 드래곤. 연관시키기 쉬운 주제다.



“혹 얼마 전에 서쪽의 작은 영지로 파견된 캇셀프라임의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리타는 정답이라는 듯 미소를 띄었다. 새삼 눈에 들어오지만 레너스에서도 보기 힘든 미인이다.



“맞아요. 그 캇셀프라임의 라자가 디트리히 할슈타일 공입니다. 그리고 제 임무는 명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그분에 관련된 것입니다.”



“……”



레넌은 입만 벙긋벙긋했다. 도시라고는 하지만 비교적 외곽에 위치한 레너스에서 경비대장을 하는 그에게 드래곤과 드래곤 라자라는 존재는 생각하기조차 버겁다.



지금 그 말을 꺼내는 사람도 쉽게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거기다 할슈타일 가문의 반지를 지니고 일반 남성 한 둘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앞에 앉은 여성도 뭔가 달라 보인다.



리타는 무표정으로 일관한 채 레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그가 간신히 다시 이야기를 들을 상태가 된 것 같자 말을 이었다.



“이제 제가 왜 체포되면 안 된다고 했는지 이해하겠나요?”



“물론입니다. 몰라 뵙고 큰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결례라고 할 건 아니죠. 경비대장님은 본인의 말처럼 본인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니까요.”



리타의 말은 비꼬는 뉘앙스가 아니었지만 레넌은 얼굴을 붉혔다. 그도 자신의 일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기 힘들었다. 어제 겪은 일은 그의 자부심을 꺾고도 남을만한 것이었다.



“부끄럽습니다.”



레넌은 고개를 숙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리타는 단지 사실을 말했는데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더 물어봐야 그를 의기소침하게 만들 것 같았다.



“힐난하는 것이 아니니 그 문제는 이만 넘어가도록 하지요. 내일 시청을 방문할 때 처리하는 것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러면 다른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밖에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니 오래 잡고 있진 않겠습니다.”



“어떤 이야기 말씀입니까?”



“방금 전 이야기가 나왔던 모험가들에 대해서 입니다.”



레넌은 리타의 말에 급격히 표정을 굳혔다. 리타는 그가 무엇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레넌은 한손으로 입가를 쓰다듬다가 리타의 앞인걸 알아차리고 자세를 바로했다. 그는 몹시 피로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는 분들입니까?”



“네.”



레넌은 입에 쓴 것이 들어온 것만 같았다. 그리고 유스네도 몹시 궁금하단 표정이었지만, 경비대장과 유명한 귀족가문의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데 끼어들 만큼 눈치 없진 않았다.



“그들을 찾고 있습니다. 혹시 행방을 아십니까?”



침울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레넌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시청 감옥에 투옥되어 있습니다.”



“뭐라고요?”



순간 발끈한 유스네가 사나운 목소리를 냈다. 레넌은 힘없는 눈으로 그녀를 한번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리타는 그의 넓은 어깨가 축 처진 것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곳 여관 주인이나 어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사람들은 순순히 동행조사에 응했습니다. 정황이 명백했기에 재판까지 갈 것도 없이 조사만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청의 사람들은 이미 실리키안에게 매수당한 상태였습니다.”



“실리키안 남작이 시청까지 손을 뻗었나 보군요.”



“후…… 그는 성격은 둘째치더라도 경영자로서의 재능은 엄청난 사람입니다. 투기장 말단직원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가진 것을 잘 이용할 줄 압니다. 시의 직원들을 구워삶는 것은 쉬운 일이겠지요.”



“그러면 실리키안 남작은 그대로 풀려났겠네요?”



“맞습니다. 오히려 그를 체포한 저에게 직무태만이라고 감봉처분을 내리더군요. 원래는 정직을 시켜야 하지만 그동안의 정을 봐서 감봉으로 그친 거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감옥에 갇히고요?”



레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바닥을 바라보았다. 올바른 자세를 하고 있었기에 몸으로 어떤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얼굴만으로도 그가 어떤 심정인지 충분히 드러난다.



그는 불만스러우면서도 시청의 일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옥에 갇힌 것은 사실이지만, 실재적으로 죄인취급을 받는 게 아닙니다.”



리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죄목이 없는 죄수는 없다.’라는 거군요. 실리키안 남작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만?”



“예.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죄수입니다. 죄인명부에도 등재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조사나 재판이 이루어질 수 없지요.”



“무슨 그런 일이!”



가만히 듣고 있던 엑셀핸드는 노성을 터트리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큰 소리가 나면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홀 안의 모두가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엑셀핸드는 노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로 레넌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내 듣기로 그 사람들은 도망친 트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지 않았나? 너희 인간들은 의로운 자는 감옥에, 악인은 밖에 두나 보지?”



“……”



레넌은 부끄러움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고 엑셀핸드도 그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귀에 리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진 않아요, 엑셀핸드.”



“의로운 자는 감옥에 갇혀있고 나쁜 짓을 저지르는 놈들은 버젓이 활개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이 상황만 보면 그렇지요.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 감옥에 갑니다.”



“어디까지나 예외라는 말인가? 그렇게 안 봤는데 퍽이나 두둔하는구만.”



“아뇨. 힘 있는 자는 밖에 있고 힘없는 자가 감옥에 있다고 정정해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인간사회는 힘의 유무로 많은 게 결정 나니까요. 잘못을 안 해도 힘이 없다면 감옥에 갇힐 수도 있고, 잘못해도 힘이 있다면 밖에 있을 수가 있습니다.”



“리타, 그건 너무 극단적이잖아.”



쉐린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이 두터운 수염들을 움직이며 말했다. 리타는 무표정한 얼굴과 차가운 눈으로 쉐린을 돌아보았다. 이게 화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움찔하게 만드는 눈초리다.



“사회론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본 것을 그대로 설명하려면 내 말이 맞을 것 같다고 봐. 엑셀핸드에게 제대로 설명해야지 곡해 없이 인간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네가 보는 거지, 모두가 보는 건 아니잖아.”



“음…… 그건 그렇네.”



리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엑셀핸드를 바라보았다. 엑셀핸드는 짧은 팔로 팔짱을 낀 채 여전히 화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네 말이 무슨 뜻인진 알겠네. 어찌 되었건 지금 이 상황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도 말일세. 내가 알기로 의로운 사람들은 밖에 있어야 하거든.”



“맞는 말입니다, 엑셀핸드.”



엑셀핸드는 리타에게서 눈을 돌려 땅을 쳐다보았다. 미간에 많은 주름을 잡으며 그는 고민했다. 그러다 이내 결심한 듯 눈을 돌려 흥미진진하게 사태를 관망하는 하플링을 보았다.



“잠깐 이야기 좀 하자.”



“헤, 나 같은 놈이랑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시나요?”



“시끄럽다, 이 녀석! 네놈도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호오?”



액셀핸드는 의자에서 뛰어내리며(그의 신장에 인간의 의자는 꽤 높았다.) 홀의 구석진 곳으로 갔다. 버터핑거는 아쉽다는 듯이 앉았던 테이블을 보다가 이내 뛰어내리며 엑셀핸드에게 갔다.



자칭 소유권 이전전문가인 그에게 새로운 정보가 가득한 대화는 꽤 흥미를 잡아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드워프가 도둑이라는 직업을 알면서도 그에게 이야기를 권하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그는 후자가 좀 더 재밌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던 둘이 빠지자 테이블은 꽤 널찍해 졌다. 덕분에 유스네와 쉐린은 편하게 테이블에 자리 잡으며 리타와 같이 레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쉐린이 걱정스런 얼굴로 레넌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 분들은 식사나 제대로 하고 있습니까?”



“식사는 나간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군.”



“하! 억울한 사람을 잡아놓고 밥도 제대로 안 주네!”



“그만, 유스네. 레넌씨에게 할 말은 아니야.”



“나도 알아.”



화내던 유스네는 쉐린의 제지에 조금 기세를 누그러트렸다. 쉐린은 미안하고 무안한 표정을 짓는 레넌을 보았다.



“그러면 내일 면회를 할 수 있겠습니까?”



레넌은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개를 저었다.



“안될 거다. 그 사람들은 죄인 명부에도 없으니 면회가 가능할 리 없지.”



“흐음, 그러면 감옥 견학 같은 걸로는 안 되겠습니까?”



“아! 그런 거라면 괜찮을 것 같군. 내일 견학을 신청한다면 바로 수락해주도록 하겠네.”



쉐린과 유스네는 서로를 바라보며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레넌은 그들에게 미안함에 최대한 편의를 봐주겠다는 둥의 말을 건넸다. 그때 리타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치다가 레넌을 바라보았다.



“실리키안 남작이 투기장의 말단 직원이었다고 하셨습니까?”



“네. 맞습니다. 원래는 시청에서 일하다가 일을 관두고 투기장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나요?”



레넌은 그가 민감한 주제가 아니자 긴장이 풀렸는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글쎄요. 확실하다고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만 몇 가지 들은 게 있습니다.”



“말씀해 주시겠어요?”



레넌은 몸을 리타에게 가까이 가져가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원래부터 시청과 투기장은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리키안 남작이 그 거래를 맡았다고 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돈을 횡령한 모양입니다. 그게 걸려서 시청에서 쫓겨났는데 투기장에서 받아주었다고 들었습니다.”



“횡령한 사람을 투기장에서 받아주었다라……”



“애초부터 투기장과 짜고 돈을 빼낸 게 아닌가 합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만.”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레넌은 다시 몸을 일으키며 바른 자세를 취했다. 리타는 다시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이내 레넌을 돌아보며 말했다.



“필요한 용무는 끝입니다. 내일 정오쯤에 시청을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여행자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되도록 삼가주시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지요.”



레넌은 경례를 붙이며 여관을 빠져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어딘지 처량해 보였지만 리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구석에서 밀담을 나누는 작은 이들과(주로 하플링은 빈정거리고 드워프는 화내는) 테이블에서 챙겨갈 것을 의논하는 남매를 보았다.



리타는 얼마 남지 않은 맥주를 마저 마셨다. 그리고 드워프와 하플링이 은밀한 계획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데 거절의 의사와 자신의 존재를 숨겨달라는 부탁을 전했다.



남매와는 그간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지막으로 똑같은 부탁을 남겼다. 그들은 자리를 뜨려는 리타를 붙잡았으나 리타는 거절하고 작별을 고했다.



톨러스의 집에 돌아온 리타는 그녀의 방에 들어갔다. 그녀의 방에는 온몸이 새하얀 소녀가 한 명 있었다.



“다녀왔어요, 카피.”



“어서 와라해요.”



리타는 미소 지으며 그녀를 쓰다듬었다.



“괜찮을 것 같아요?”



“엣헴. 이 정도는 문제없다 에요!”



“그런가요?”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을 짓는 카피를 다시 한 번 쓰다듬으며 리타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이미 도시에 잔뜩 깔린 어둠이 그녀를 반긴다.



간혹 집들의 창문으로 세어 나오는 촛불과 램프의 불빛이 그녀의 시야를 채웠다. 저 멀리 보이는 시청과 큰 건물이 가장 화려한 불빛을 내뿜고 있다.



그들은 내일의 방문을 아는 것인지 리타를 열렬히 환영했다.



“내일은 꽤 바빠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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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을 짧게 가야하는 곳은 짧게 가야하는데

이리저리 늘어놓다 보니까 길어지네요.

이걸로 a4 200장을 돌파했습니다... 으억 아직 ch2도 다 진행안했는데...

이대로라면 ch하나당 한권이 나올것 같네요 ㄷㄷ

내일은 개인적인 일로 서울에 올라갑니다. 낮에 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복귀하는 계획.

최대한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럼 좋은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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