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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2. 딸의 아버지 (20)2014.12.18 PM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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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의 즐거움은 잠깐이었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를 들은 하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아래층에서 이층 난간을 올려다보며 웅성거렸다. 리타는 들리는 소리에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도망가야 할 타이밍이군요.”
“예? 예. 사정은 나중에 듣기로 하고 일단 남작을 끌고 도망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요. 들으셨죠? 얌전히 포로가 되세요.”
“읍!”
“동의하는 걸로 알겠습니다.”
리타는 들고 있던 대거로 실리키안을 묶고 있던 로프를 잘랐다. 남작은 바둥거리려고 하였지만 리타가 계속 목에 대거를 들이대는 상태라 반항할 수 없었다.
“읍! 읍읍!”
여전히 입이 틀어 막힌 채인지라 실리키안이 지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리타만 손이 축축해지는 것에 불쾌함을 느꼈을 뿐이다. 그런 실리키안을 보고 후치가 말했다.
“리타, 잠시 그것 좀 빌려줄래요?”
“영구대여도 가능해.”
“그건 사양할게요.”
리타는 실리키안을 후치에게 밀쳤고 후치는 그의 다리를 잡아들어 올렸다.
“이, 이놈! 감히 나를! 이것 놓지 못하냐!”
“내가 당신 하인이면 당신 말을 듣겠지만.”
후치는 그대로 실리키안을 들어올려 이층 난간 밖으로 내밀었다.
“으악!”
실리키안은 입에 거품을 물었고, 후치는 팔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말했다.
“당신 좀 무거운 편이군.”
“이 죽일 놈! 네가 감히 나에게 이런 짓을 하고도……”
“실리키안씨.”
차가운 리타의 목소리에 실리키안은 떠드는 것을 멈추었다. 그는 방금 전까지 협박을 당하다 과거를 털어놓는 이상한 경험을 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죽음의 공포도 겪었다.
후치가 놀란 눈으로 입을 멈춘 실리키안과 리타를 번갈아 보았다. 리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당신의 담보는 당신의 목숨만이 아닙니다.”
“이, 이 놈들은 이미 풀려났잖아!”
“쫓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우선 우리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니 얌전히 따라주시겠습니까?”
실리키안은 입을 다물었고 몸부림을 멈추었다. 후치는 계속 그를 거꾸로 들고 있기가 민망해 그를 내려주었다. 그는 무뢰한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불안한 듯 했지만 리타가 무서워서인지 달아나려고 하지 않았다. 후치는 신기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헤에. 원래 이렇게 얌전한 사람이 아니었잖아요?”
“닥쳐라! 건방진 꼬마 놈이 누구 앞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리느냐!”
후치는 질린 표정을 지으며 실리키안을 다시 난간위로 들어올리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가 양 손을 오물딱 거리자 실리키안은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본관 정문이 열리며 사병들이 들이 닥쳤다. 그들은 이층을 올려다보더니 남작이 잡혀 있는 것을 보고 외쳤다.
“이봐! 너희들, 딸꾹! 완전휘이 위포되어, 아, 아니 포위되었다!”
“말이나 똑바로 해. 멍청아! 출동이나 한 게 용하다!”
사병들은 모두 취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었다. 갑옷을 거꾸로 입은 자, 걸치다 만 자, 방패를 머리에 쓰고 투구를 손에 들고 온 자 등 각양각색이었다. 후치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택을 지켜야 할 사병들이 저런 꼴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남작은 침울해 있다가 사병들의 그런 모습을 보자 다시 분노로 달궈지는 듯했다. 돈 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데 시킨 일은 지지리도 못한다.
칼은 그 사병들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
“좋아. 저 정도면 충분하겠군.”
후치와 샌슨은 칼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리타는 그 사이에 후치들과 같이 서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엘프와 청년 한 명이다. 그녀는 정황상 청년 보다는 같이 투옥되었다고 하던 엘프가 일행이라고 판단하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타라고 합니다. 저 셋의 고향 친구입니다.”
느닷없는 인사였을 텐데도 엘프는 침착하게 인사를 받았다.
“반가워요. 저는 이루릴 세레니얼입니다. 저 분들에게 동행을 제의받았습니다. 후치와는 친구네요.”
“후치와 친구신가요? 제 동생이 걱정할만한 일이군요.”
이루릴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째서인가요?”
“후치가 제 동생을……”
“으아악! 리타!”
후치는 재빨리 끼어들어 리타가 더 이상 말을 못하게 막았다. 그 스스로 제미니에 대한 연정을 인정할지언정 남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진 않다.
그러는 사이 칼은 실리키안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실로 칼 다운 내기였다. 그는 남작이 이대로 사라지면 병사들과 하인들이 남작의 재산을 완전히 끝장낸다고 하며 거기에 걸겠다고 했다. 남작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에 걸지 않겠냐면서 그를 농락했다.
실리키안은 시퍼렇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었다. 리타에게 들러붙은 후치 대신 샌슨이 그의 후두부를 내리쳐 기절시켰다. 리타는 그게 못마땅한 듯 쳐다보았지만 딱히 뭐라고 하진 않았다.
칼은 아래를 굽어보더니 같이 왔던 청년에게 물었다.
“아프나이델씨, 남작의 가족은?”
“없습니다. 아내는 사별했고 딸은 이미 시집갔습니다.”
리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개구리처럼 뻗어있는 실리키안을 내려다보았다. 리타는 그의 과거를 알았다고 해서 그가 불쌍하게 여겨지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그는 악인이었다. 물론 선인이었다고 해도 그녀가 동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그녀가 잡았던 악인의 약점을 다른 사람들이 쉽게 말하는 것이 묘하게 느껴졌다. 기분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걷잡기 힘든 기분이다.
칼은 아프나이델에게 적당히 챙기라고 말했다. 아프나이델은 피식 웃었으나 이루릴의 눈길에 고개를 푹 숙였다. 칼은 괜찮다고 했으나 아프나이델은 새 주문을 얻었다며 사양했다.
그 대화에서 리타는 사람들이 말하던 무서운 마법사가 저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보기에 무섭다기 보다 연약하고 가녀린 선을 가진 보통의 청년이었다. 다만 그녀는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이 의아했을 뿐이다.
아프나이델은 짐을 챙기겠다며 지하로 사라졌고 리타는 그의 뒷모습에서 눈길을 땠다. 칼이 남은 사람들에게 빠르게 지시했다.
“사병들이 분탕질을 치는 도중에 하인이나 하녀가 다쳐선 곤란하다. 퍼시발군, 네드발군, 가서 사병들의 무장을 제거하고 모두 기절시켜둬. 취한 놈들이니 간단하겠지? 그리고 하인과 하녀 여러분, 이 작자는 우리가 끌고 갈 테니 취향대로 골라가지시오!”
“뭐, 뭐라고?”
칼은 능글스럽게 말했다. 리타는 역시 저 사람은 정치인의 기질이 있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당황하면서도 칼에게 빠져 있었다.
“서두리지 않으면 많이 못 챙길 겁니다.”
하인들은 서로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황급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후치와 샌슨은 빙긋 웃으며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야호!”
후치가 환호성을 지르며 마구 날뛰었다. 리타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칼을 쳐다보았다.
“전 뭘 할까요, 칼?”
“그, 커흠, 옷을 제대로 입어주시겠습니까?”
리타는 자신의 복장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자기 여자가 남들에게 몸매를 보이는 게 싫다는 건가요?”
“…… 아무래도 좋으니 입어주시죠.”
“하지만 짐은 말에 놔두고 왔는걸요. 어쩔 수 없으니 조금만 참아요. 후치처럼 바라보셔도 뭐라고 안 할게요.”
“크흠!”
칼의 어색한 기침 소리와 함께 야밤의 남작 저택은 소란스러움으로 가득 채워졌다.
*
시청 근처의 골목에서 칼은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실리키안에게 투기장을 시에 기증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도록 명했다. 리타는 칼의 의도를 깨닫고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으나, 실리키안은 당연히 노발대발 했다.
“뭐? 뭐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리타는 말에서 내려 그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주었다.
“슬 인연의 끈을 놔도 되지 않겠어요?”
“뭐?”
“당신에게 그 거래를 맡겼던 사람이 지금 시장 아닌가요?”
“……”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이시군요. 시청을 방문했을 때 그 사람은 당신에게 빚을 진 인상을 강하게 풍겼어요. 그리고 방금 전 당신은 시청의 이야기를 비웃었죠. 두 상황을 연결짓는 것은 쉬웠어요.”
실리키안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무 대답 없이 종이에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리타와 이루릴을 제외한 일행은 놀랍다는 듯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내 각서는 완성되었고 칼과 후치, 샌슨은 공증인으로서 서명했다. 후치는 성인이 안 된 자신보다 리타가 좋지 않겠냐고 했지만, 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드발군. 자네의 성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영주 권한이야. 그러니 전권대리인인 내 이름 밑에 적힌 자네의 이름은 같은 효력을 발휘하네. 그리고 스마인타그양 보다는 자네의 이름이 좋지.”
“그건 왜 그렇죠, 칼?”
칼은 서명을 끝낸 종이가 마르도록 휘휘 내젓고, 다른 종이를 꺼내 빠르게 휘갈겨 썼다. 칼은 헬턴트 출신임을 부정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가 갇혔었기 때문이지. 우린 죄인명부에도 없는 죄인일세. 그러니 시에서는 우릴 꼭 쫓을 필요가 없고, 그래서 우리 자유와 투기장을 교환하자고 썼다. 시장이 머리가 돌아간다면 내 제의를 수락하겠지. 우리를 끝까지 죄수로 취급해서 뒤쫓는다면 남작의 각서는 효력이 없어지거든? 죄수는 공증인이 될 수 없어. 그러니 죄인이 아닌 스마인타그양 보다는 네드발군이 어울리지 않겠나?”
“오, 그렇군요.”
후치는 칼에게 진심으로 감탄하며 그가 과거에 공갈범이나 사기꾼이 아니었을까 고민했다.
칼은 말을 달리며 두 장의 종이를 묶은 화살을 시청에 날렸다. 그들은 그 길로 레너스시를 벗어났다.
*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실리키안 남작은 레너스시를 충분히 벗어난 들판에서 내려주었다. 그는 모든 것을 다 잃은 폐인 같은 모습이 되어있었다. 순박한 헬턴트 청년들이 이렇게 만든 것을 보며 리타는 그들이 당한 게 많았겠거니 짐작할 수 있었다.
실리키안은 리타가 조사한대로 변변한 친구 하나 없었다. 그는 레너스로 돌아가 봐야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리타는 의기소침해진 그에게 말했다.
“저로서는 당신이 다시 부를 갖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습니다만, 제 일행이나 도시에 사는 분들은 다를 것 같군요. 그래서 별로 알려드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거짓말을 했으니 그에 대한 대가로 말씀드리지요.”
“거짓말? 아니, 그보다 뭔가?”
“명확하게 당신에게서 소유권이 넘어간 것은 투기장뿐입니다. 나머지는 현물로 거래되는 것을 제외한 여러 서류들. 현물은 아주 특정한 것이 아니라면 추적이 힘드니 포기해야겠지만, 서류는 특성상 거래가 어렵고 추적이 쉽습니다. 찾아서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집이나 토지정도는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겨우 그런 것 되찾아서……”
“실리키안씨가 말하는 겨우의 가치는 일반적인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큰 것입니다. 설령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다고 하셔도 저로서는 별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것의 가치를 못 느끼신다면 남쪽으로 한번 내려가 보시길 권유하고 싶군요.”
실리키안은 의아한 시선으로 말에 탄 리타를 올려다보았다. 일행은 얌전해진 실리키안과 리타의 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리타가 어떤 말을 할지 기대했다.
“따님의 자식이 곧 태어나지 않겠습니까? 부자 할아버지보단 인자한 할아버지가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요?”
“에이라! 그 애는 무사한 거겠지?”
리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애초부터 따님분의 목숨을 노리는 일 따위는 없었습니다. 실리키안씨의 약점이라고 판단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하하…… 그랬군.”
실리키안은 화내는 기색도 없이 허탈하게 웃었다. 리타는 할 말을 다 끝냈다는 듯 그로부터 멀어졌고 일행도 우물쭈물하다가 그녀를 따라 말을 몰았다. 후치가 뒤돌아보았을 때 실리키안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치는 재물을 가진 자에게 재물을 잃게 하는 복수법을 행한 칼을 두려워하며 바라보았다. 칼은 눈에 보이는 형벌이 아니라 내죄된 형벌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후치는 한층 더 그를 무섭게 보았다.
후치는 칼에게서 시선을 때고 대신 리타를 바라보았다. 리타는 그녀가 말을 일러준 실리키안에게 관심도 없는지 앞만 보며 가고 있었다.
“리타.”
“왜?”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리타는 손가락을 턱에 가져다 댔다.
“후움, 말하자면 꽤 길어질 거 같은데? 어디 편하게 쉴 곳을 찾은 다음에 이야기하는 게 내가 말하기도, 네가 듣기도 좋을 거 같아.”
“알았어요.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남겨두죠.”
리타는 후치의 말이 책에서 인용한 것임을 기억하고 살짝 웃었다.
“내 이야기는 접어두고 너는 어떻게 감옥에서 탈출했어? 그것도 긴 이야기니?”
“리타가 우리 일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투옥된 것 까지는 알고 있어. 딱 탈옥이 궁금할 뿐이지.”
“그러면 간단하네요. 버터핑거라는 하플링과 엑셀헨드라는 드워프가 우리를 꺼내주었어요. 그대로 도망치기엔 아쉬워서 남작의 저택을 습격한 것이고요.”
리타는 두 땅딸막한 종족의 은밀한 대화를 떠올렸다. 그들이 계획에 동참해 줄 것을 바랬고, 그녀도 대충 탈옥이려니 짐작했었다. 다만 그 후를 걱정한 것인데, 생각 이상으로 칼의 대처방식은 훌륭했다.
“내가 이것저것 저질렀는데 아무 소용이 없어졌네.”
“응? 무슨 말이에요?”
“나중에 들어보면 알 거야. 위로해주고 싶어질걸?”
후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장난스런 표정이 떠오른 리타가 진심으로 위로를 바라는 것은 아닐 테다.
후치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태양을 마주한 채 눈을 지긋이 감고 있는 이루릴이 있었다. 마치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향해 있다. 그녀의 긴 속눈썹에 햇살이 부서진다.
그녀는 간밤에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라도 인간 세상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품은 게 아닐까? 호기심과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후치는 그 감정을 가슴에 품으며 조심스럽게 이루릴과 대화했다.
리타는 그들의 대화를 귀로 들으면서 안장 앞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 카피는 과연 인간의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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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인물들이 등장하면 항상 고민되는게
어떻게 하면 오리지널과 잘 버무릴 수 있을까입니다.
이 캐릭터들은 너무 강해서 자칫 방심하면 제멋대로 날뛰거든요.
그럼, 좋은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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