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3. 뿌리깊은 나무 (3)2014.12.29 PM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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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크리드 랜드라는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리타 녀석은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 한 번 한적 없었는데 갑자기 병에 걸리다니요.”



“말 그대로 신의 힘이 펼쳐지는 땅이지. 오로지 그 신의 율법만 지켜지고 다른 힘들은 완전히 배척당하네.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신의 율법을 거스를 수 없어. 아무리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이더라도 질병의 힘이 있는 곳에서는 질병에 걸릴 수밖에 없네.”



“어…… 제가 정확히 이해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칼의 말대로라면 세이크리드 랜드라는 건 한 신의 힘만 있는 땅이라는 거군요?”



칼은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림지(神臨地), 신이 임한 땅. 높은 디바인 파워를 보유한 프리스트나 전설이나 전승이 있는 아티팩트를 통해 신의 힘을 강제로 대지에 역사하는 것이지. 무서운 것이네.”



어감상 세이크리드 랜드라는 것은 신성하고 거룩한 느낌이다. 하지만 실상은 지상에 펼쳐진 지옥이다. 최소한 지상에 사는 생물에게라면 지옥보다 더 무서운 장소다.



칼라일은 게덴의 세이크리드 랜드가 되었으니 질병이 만연한다. 카리스누멘의 세이크리드 랜드라면 불이 가득할 것이다. 레티라면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고, 에델브로이라면 항상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화렌차는 사소한 일도 반드시 복수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랑엘베르라면 숨막히는 순결만이 존재한다. 후손을 만들 수도 없다. 모든 여자는 처녀여야 하고, 처녀는 애를 못 낳는다. 모든 것이 조화롭기 때문에 그대로 고정되어서 더 이상 시간조차 흐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신의 힘만 행하여진다는 것은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말과 같다.



리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어버린 샌슨과 후치를 보았다.



“세상은 여러 신의 율법이 존재하고 있어. 다양한 율법들이 균형을 이루면서 지금 같은 세상이 유지되는 거지. 그런데 세이크리드 랜드는 그 균형을 파괴해버려. 엄밀히 말해 신의 힘을 퍼트리는 게 아니라 다른 신의 힘을 몰아내는 것이지.”



그녀는 칼라일을 쳐다보았다.



“저곳은 게덴의 힘이 가득한 물건이나 프리스트에 의해 다른 신의 힘이 단절된 거야. 남는 것은 게덴의 율법 뿐. 결과는 같지만 그 원인은 힘의 증강이 아니라 타력(他力)의 단절이야.”



칼이 리타를 돌아보았다. 힘겨워서 창백해진 안색임에도 두 눈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스마인타그 양은 신학에 대해서 잘 아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보고 들은 것이 많았을 뿐이죠. 어쩌다 세이크리드 랜드에 대한 이론을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도대체 그런 지식은 어디에서 쌓을 수 있는 거예요?”



후치가 불쑥 질문하자 리타가 힘겹게 웃었다.



“네가 제미니의 손을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연애서적을 고르는 사이에 신학에 관련된 책을 읽었을 뿐이야.”



“그런 책 본 적 없거든요!”



“그럼 그때 품안에 몰래 숨긴 건 도색서적이었니?”



“…… 그냥 연애서적으로 타협하죠, 우리?”



툴툴거리는 후치를 보고 잠깐 쓴웃음을 지은 칼은 리타에게 물었다.



“그럼 세이크리드 랜드를 어떻게 해제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알고는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가 없군요. 우선 이 정도의 넓이를 세이크리드 랜드로 만들려면 엄청난 신성력이 필요할 겁니다. 소수의 프리스트로는 불가하고 하이프리스트라 하여도 두자리수 이상의 인원이 있어야 해요. 아티팩트는 물론 아무리 전설적인 것이라 해도 불가능하죠. 어떤 제물이라도 바쳐서 힘을 빌린다면 모를까요. 지금 우리는 어떤 방식을 이용해 세이크리드 랜드가 되었는지 알지 못하니, 그에 대한 해결책도 세울 수 없습니다.”



샌슨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면 그냥 프리스트를 처치하거나 아티팩트를 파괴하면 되지 않아?”



“그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해결책이지. 신력을 신력으로 누르기 위해서는 그와 비슷한 수의 프리스트가 필요하니까, 사실상 불가능해. 그렇다면 원인을 파괴해야 하는데, 그것도 단순한 문제는 아냐.”



샌슨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었다. 리타는 그녀의 곁에 앉은 이루릴에게 기대며 샌슨에게 설명해 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칼이 말했다.



“퍼시발 군. 자네가 만약 세이크리드 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보세. 아,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어디까지나 가정이니까 말이네. 여하튼 자네라면 그 중요한 프리스트나 아티팩트를 어디에 보관하겠나?”



리타는 말하긴 힘든 그녀의 상황을 배려해 일부러 설명해주는 칼을 쳐다보았다. 칼은 모른척했고 샌슨은 상황을 모른 채 칼의 말에 답변하기 위해 고심했다.



“으음, 아무래도 쉽게 접근하기 힘들고 발견하기 힘든 곳에 보관하겠습니다.”



“타당하네. 그렇다면 역으로 우리가 탐색해야 한다면 꽤 많은 수색시간이 필요하겠지? 찾기 힘든 곳에 숨긴데다 그런 곳이라면 대게 마을 깊숙한 곳에 있지 않겠는가. 과연 저 곳에서 행사되는 게덴의 힘이 우리에게 그런 시간을 줄까?”



샌슨은 양손을 마주치며 고개를 육중하게 흔들어댔다.



“그렇군요. 저 땅은 이미 게덴의 힘이 있으니 방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병에 걸리고 말겠네요.”



“맞네. 확신할 순 없지만 스마인타그양이 혹시라도 그 힘에 노출되어서 이리 된 것이라면, 우리가 다시 들어갈 때 같은 신세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네. 특히나 게덴의 율법에 반대되는 일을 하려고 하면 우린 순식간에 여러 질병에 걸려버릴 가능성이 높겠군.”



샌슨은 먹구름 가득한 칼라일 영지를 분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우직한 전사인 그에게 있어, 불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단 현실은 분노하기 충분한 이유였다.



“어떻게 방도가 없겠습니까?”



“모르겠네. 저런 현상 자체가 워낙 희귀한 것이라서. 스마인타그 양이 말한 것처럼, 다른 신의 힘을 모조리 배제시키려면 엄청난 대가가 필요하니까, 거의 불가능한 일일세.”



후치는 답답한 마음에 말했다.



“하지만 저기에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잖아요?”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만, 확실한 건 몇 몇 삐뚤어진 소수에 의한 일은 아니겠군. 그렇다 하더라도 이대로 손놓고 있을 순 없지. 혹시, 세레니얼 양께서는 신학에 밝으십니까?”



“저도 신학에는 어둡습니다.”



“예. 그러면 어쩌겠는가? 할 수 없지. 가장 가까운 신전을 찾아보세. 신전에 조력을 구해야겠네. 더군다나 이대로 스마인타그 양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퍼시발 군, 주위 어디에 신전이 있는가?”



샌슨은 배낭에서 지리서를 꺼내어들었다. 그는 칼라일 영지와 그 근처 페이지를 뒤적거리는 듯하더니 곰곰이 살펴보다가 이윽고 지리서에 코를 박고 살펴보았다.



“젠장,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잔뜩 낀 먹구름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날이 꽤 어두워져 있었다. 이루릴은 하늘을 보며 말했다.



“먹구름이 짙어서 빛이 부족하군요. 그것…… 응?”



이루릴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리타를 부축하지 않은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후치가 그녀의 행동을 의아하게 여기며 물었다.



“왜 그러죠, 이루릴?”



“먹구름, 구름이라, 이상해요. 좀 이상하지 않나요?”



“구름이…… 이상하다고요?”



후치와 샌슨은 일어나서 구름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하늘 가득한 먹구름에서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해내지 못했다. 그런 그들의 귀로 이루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이 게덴의 세이크리드 랜드라면 구름이 저렇게 낀다는 것이 이상해요. 병이라는 것은 보통 열이 나요. 그렇지 않은 병도 있긴 하지만 대게 병을 상징하는 것은 몸을 태울 것 같은 고열이에요. 이곳이 게덴의 세이크리드 랜드라면 찌는 듯한, 아애 메말라버릴 듯한 공기가 있어야 해요.”



이루릴에게 기대고 있던 리타도 그녀에게 동의했다.



“확실히 이상하군요. 저 먹구름은 우리가 처음 왔을 때부터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어요. 아무리 바람이 적은 날씨라지만 이 시기에 저렇게 장시간 가만히 있는 먹구름은 존재치 않아요.”



“저 구름은 누군가 만들어 보내는 거예요! 가보죠. 일어날 수 있겠어요, 리타?”



“몸을 움직일 정도는.”



리타는 짧게 대답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가능함을 피력하자 이루릴은 완전히 믿은 것인지 손을 놓고 배낭을 집어 들었다. 후치는 참으로 객관적이고 쿨한 여성들이라 생각하며 제미니를 찾았다. 이루릴은 날렵한 동작으로 레셔널 셀렉션 위에 올라탄 다음 캐스트에 들어갔다.



“그 숨결에 생명을 담고 모든 것을 바라보며, 종속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자여. 그대의 장난감을 요구하는 자에게로 날 안내해요.”



바람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리타는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허공에 펼쳐지는 광경을 넋 놓고 구경했다. 무엇인가 움직인다는 것은 느껴지지만 똑바로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다. 옆눈길로 바라볼 때만 흘깃흘깃 드러나는 모습이다. 작은 사람 같은 모습의 무엇인가가 허공에서 꺄르르 웃으며 날아다니고 있다.



후치가 그런 리타를 보고 피식 웃었다.



“실프는 처음 보나 보네요?”



“응……”



후치는 신기해하는 리타를 신기해하며 말에 올라탔다. 실프를 불러낸 이루릴은 잠시 집중하여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됐어요. 절 따라와요.”



이루릴은 레셔널셀렉션을 출발시켰다. 그다지 빠른 속도는 아니었기에 일행은 수월하게 그녀에게 따라붙었다. 정령술은 술자의 집중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엘프라 하여도 빠르게 달리는 말 위해서 장시간 유지하기란 힘들었다.



일행은 이루릴을 따라 칼라일 영지를 크게 우회했다. 야산의 낮은 구릉을 따라 꽤 달렸을 쯤, 갑자기 나무들이 없어지고 넓은 비탈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분홍색 반점이 펼쳐졌다. 이루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코스모스와 폭풍의 에델브로이인 것 같군요. 썩 어울리게도 저기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산비탈이군요.”



일행은 멀리 분홍색으로 보이는 것이 코스모스라는 것을 깨닫고 이루릴의 시력에 감탄했다. 산비탈은 완만했지만 전망이 좋아 칼라일 영지를 내려다보기 좋은 장소였다. 조금 더 달려가자 비로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코스모스가 보였고, 그 가운데 있는 어떤 형체가 보였다.



그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속에 홀연히 서 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마을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코스모스와 거리에 자세히 알아 볼 수 없었다. 얼핏 보면 커다란 바위에 보자기를 뒤집어씌워둔 것 같다. 그는 일행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짙은 먹구름 때문에 빛은 부족했고, 그 덕에 후드에 가린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불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날아오르는 코스모스들. 그것을 사이에 두고 그는 일행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이루릴과 리타를 제외한 일행은 순간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들이 멀리서부터 서 있으리라 짐작했던 크기는 앉은 것이었다. 몸을 일으킨 그의 키는 거의 6큐빗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체격이 좋은 헬턴트 경비대 속에서도 키가 큰 축인 샌슨조차도 4큐빗이 안 된다. 그런데 그는 무려 샌슨보다 2큐빗가량 더 컸다.



그는 손에 스태프를 들고 있었는데, 후치는 흡사 어느 신전의 기둥이라도 뽑아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로브의 후드를 뒤로 넘겼다. 드러나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후치와 샌슨은 각자 칼자루를 쥐며 이를 악물었다.



차갑고 돌을 보는 것 같은 피부. 무엇이라도 간단히 찢을 것 같이 커다란 송곳니. 사람은 순식간에 박살낼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체구. 로브 아래 나타난 얼굴은 트롤이었다.



이루릴은 래셔널 셀렉션에서 뛰어내렸다. 온 몸을 긴장하고 있던 후치가 소스라치며 외쳤다.



“이, 이루릴! 위험해요!”



그러나 이루릴은 후치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슴없이 트롤에게 다가갔다. 트롤은 멀거니 자기 몸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이루릴을 내려다보았다. 후치는 이를 악물며 지금이라도 검을 뽑고 달려들어야 하는 것인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누군가 움직였다.



“리타!”



평소의 가볍던 몸놀림과 다르게 떨어지듯 말에서 뛰어내리며 달려가는 리타를 보고 샌슨이 기겁했다. 하지만 리타도 이루릴과 마찬가지로 그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다만 그녀는 이루릴처럼 걸어서 다가간 게 아니라 트롤에게 부딪치기라도 할 것처럼 달렸다.



헬턴트에서 창고를 습격한 트롤 셋을 혼자서 상대한 적이 있다지만, 그래도 지금 성치 않은 몸 상태로 트롤에게 돌격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이루릴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일까? 언제나 냉정했던 그녀다운 행동도 아니었다.



트롤은 갑자기 인간이 달려들자 눈앞의 이루릴에게서 리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후치는 트롤의 눈빛을 본 순간 무엇인가 위화감을 느꼈다. 트롤의 눈은 단순히 위협에 대한 놀람보다는 뭔가 인간의 만남에 대한 놀람의 감정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트롤의 지척에 다다라 리타는 팔을 활짝 펼치며 그대로 몸을 던졌다.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던 트롤이 팔을 들어 올렸다. 저 두꺼운 팔이 내려쳐진다면 아무리 리타라 하여도 성치 못할 것이다. 샌슨은 하얗게 질려서 달려 나가려고 하였다.



그리고 리타는 그대로 트롤의 품에 안겼다. 트롤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길쭉하게 늘리며, 입꼬리를 위로 올리고, 양팔로 그녀를 안았다.



“린!”



“오랜만이에요, 리타.”



후치는 이날의 일을 확실히 기억했다. 그의 17년 인생동안 저 무뚝뚝하고 이상한 누나를 봐 오면서, 지금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흩날리는 꽃잎과 바람에 춤추는 코스모스 사이로 트롤에게 안긴 인간의 여자는 깃발처럼 나부끼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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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참 생각을 많이합니다.

스토리에 대한 것은 물론이지만, 어떻게 해야 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더 크네요.

보는 사람이 없는 소설은 안쓰니만 못한 자기위로에 불과합니다.

단순히 즐거워 쓰기 시작했지만 250장이 넘어가고 연재하기 시작한지 2달이 넘어가는 지금도 바닥인 인기에 여러번 생각하게 되네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1 개
이제야 여길 찾다니.....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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