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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3. 뿌리깊은 나무 (12)2015.01.15 PM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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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날아다닌다. 나는 나비를 잡고 싶어서 쫄랑쫄랑 따라다녔다. 하지만 손 안에 잡힐 것 같았던 나비는 더 멀리 날아갔다. 쫓아가고 싶었지만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엎어졌다.
“조심하세요, 우리 공주님.”
누군가 나를 번쩍 안아들었다. 검은 머리에 선해 보이는 얼굴을 가진 남자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품에 안겨들었다.
“아빠아아아, 아파.”
“그래요? 어디 다친 덴 없어요?”
“흐아아앙!”
“자자, 울지 마요. 울면 오늘 간식은 없어요. 뚝.”
“뚝!”
“잘했어요.”
나는 오물거리는 손으로 그의 옷깃을 잡으며 눈물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시야가 뿌연 게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 같다. 그런 나를 남자가 쓰다듬어 주었다.
그 손길이 따뜻해서 무척 좋았다.
그는 나를 안은 상태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 고향에서는 나비에 대한 몇 가지 말이 있어요.”
“후에?”
웅얼거리는 소리가 입으로 튀어 나왔다.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먼저 한 가지는, 어느 유명한 사람이 꿈에서 나비가 되었어요.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본래의 자신이었어요. 그는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꾼 건지, 나비가 자신의 꿈을 꾼 건지 알 수가 없어졌어요.”
“히잉.”
나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 칭얼거렸다. 남자는 나를 달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내가 잡으려고 했을 땐 멀리 도망갔던 나비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손끝에 내려앉았다.
가까이서 바라보니 몹시 아름다운 나비였다. 나는 잡으려고 했던 사실도 잊은 채 멍하니 나비를 바라보았다.
“두 번째는, 이 작은 나비가 날개 짓을 하면서 생긴 바람의 변화가 점점 커져서, 먼 곳에서는 폭풍이 된다는 이야기에요.”
남자는 나비가 앉은 손을 내 바로 눈앞에 가져다대었다. 나는 뚫어져라 나비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편안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세 번째는 조금 다른 이야기네요. 나비가 거미줄에 걸려 죽을 뻔 했는데 간신히 살아났어요. 하지만 나비는 계속 죽음의 위기를 겪어요. 그리고 마침내 죽고 말지요.”
나비가 죽는다는 말에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빠를 바라보자 그는 내 볼을 쓰다듬었다.
“다른 이야기들도 있지만 저는 이 세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자아의 경계를 다루고 스스로를 구분 짓는 나비. 그리고 사소한 변화가 큰 변화를 몰고 오는 나비와 어떻게 하든 하나로 귀결되는 나비. 마치 인생 같지 않나요?”
“우웅.”
“하하하, 지금 이야기 해줘봐야 소용없겠죠. 하지만 나중에 공주님이 커서 이 말을 기억한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예요. 그때를 위해 들어둬요.”
남자는 손을 움직였다. 나비는 날아갔고 아빠는 나를 양 팔로 가슴에 안았다. 따뜻하고 넓은 품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풀어진다.
“자신의 경계를 세운다는 건 나눔의 의미와도 같아요. 저기 날아간 나비는 누군가의 편린일지도 모르지요.”
그런 말해도 나는 잘 모르겠는걸요.
“그리고 운명은, 하나로 단정 지을 수 없어요. 과연 내가 한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진 알 수 없는 거예요. 나는 그게 궁금해요. 이 작은 변화는 얼마나 큰 변화를 몰고 오게 될까요? 그리고 귀결되는 걸까요? 즐거운 문제로군요.”
모르겠어요. 왜 아빠는 즐거워하나요? 하지만 아빠가 즐겁다면 나도 즐거워요.
남자는 따라서 베시시 웃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음껏 부딪쳐 보세요. 지금은 오로지 인간이지만, 나중에 자신을 받아들인 후의 당신이 어떻게 되던, 저는 즐거울 테니까요.”
남자는, 아빠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의 소년은, 청년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즐거운 듯 웃었다.
*
아침이 밝았다. 붉은 기운을 넘실거리는 태양이 산의 저편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세상 만물을 모두 태워버릴 것처럼 강렬한 빛이 영지에 내리쬔다. 어둠에 숨죽여 있던 병마의 기운들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한시라도 빨리 탐색에 나서야겠습니다. 이제는 물도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되었소. 환자를 치료할 최소한의 여유도 주지 않을 셈인 모양이오.”
후치는 새벽에 일어나 사람들이 모두 먹을 음식을 준비하려고 하였다. 그는 우물에 가서 물을 길렀는데, 그 안에는 시체의 썩은 팔이 있었다. 드디어 마실 물조차 없게 되었다.
칼은 더 이상 탐색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태양이 떠오른 동안은 뱀파이어가 직접적인 공격을 할 수 없을 테니, 신전에는 게덴의 힘을 막기 위한 에델린만 남겨두고 다른 사람들은 탐색에 나서기로 했다.
에델린은 일행이 게덴의 힘에 당하지 않도록 축복을 걸어주었다. 터커 일행과 칼 일행이 합쳐지자 일행은 꽤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테페리의 프리스티스인 사만다의 가세는 든든함을 가져다주었다.
갈림길의 테페리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반드시 답을 내려준다. 탐색에 더 없이 유용한 능력인 셈이다.
“에델린 양, 카피 양, 리타와 사람들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몸 조심히 다녀오세요.”
“맡겨 달라 에요.”
칼은 자리를 비워 미안하다는 투였지만, 에델린도 탐색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괜찮다는 미소로 화답했다. 카피도 활기차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루릴은 출발을 서두르는 와중에도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진지한 눈으로 바닥을 내려보며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이루릴, 왜 그래요?”
“이대로 저희가 신전을 비워도 괜찮을지 생각했어요.”
후치는 하드레더의 끈을 조이며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낮이니까 상관없지 않아요?”
이루릴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우리를 공격했던 뱀파이어는 괜찮아요. 하지만 리타가 추측했던 게 있지 않나요? 그 뱀파이어에게는 일행이 있을 거라고요. 그러면 그들이 저희가 떠난 신전을 가만히 놔둘까요?”
“어…… 하지만 이제까지 다른 사람이 공격한 건 없었잖아요?”
“모르죠. 사람일지 아닐지는.”
후치는 순간 몸을 굳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사람 중심으로 생각했다.
이루릴은 끼고 있던 팔짱을 풀었다. 그녀의 가죽 재킷이 보기 좋게 흔들렸다. 그녀는 가방을 어깨에 둘러맸다.
후치는 잠시 침묵하고 있다가 그녀의 행동에 놀랐다.
“가시게요?”
이루릴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방금 전에는 신전이 공격 받을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랬었죠.”
계속 당연하다는 투로 이야기하는 이루릴에게 후치는 답답해졌다. 하지만 그녀가 일부러 그러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차근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신전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는데 이루릴은 그냥 탐색에 나서는 건가요?”
“직접적인 전투 행위를 한 건, 그 뱀파이어 밖에 없었어요. 다른 동료들과 같이 공격하는 게 더 효율이 좋을 텐데 그렇게 했죠. 같이 공격하지 않은 이유가 있는데다, 구름이 끼었을 때가 아닌 낮 동안은 공격당한 적이 없지요.”
“하지만 생각을 바꿀지도 모르잖아요? 우린 환자들을 치료했고, 이제 그들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하는 데요.”
이루릴은 동작을 멈추고 물끄러미 후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깐 뜸을 들인 다음 말했다.
“후치는 초장이라고 했었죠?”
“네? 네, 그래요.”
“만약 후치가 초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후치가 초 만드는 것을 방해하려고 해요. 그러면 후치는 그 사람을 막겠어요? 아니면 그 사람의 집이나 물건을 손상시키겠어요?”
“당연히 그 사람을 막아야지요.”
그런 놈이 있다면 양초에 쓰이는 기름을 어떻게 짜내는지 직접 체험시켜주겠다는 생각을 하며 후치는 대답했다. 이루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뱀파이어의 일행은 탐색하는 우리를 막지 않을까요?”
“음, 이해했어요. 어차피 탐색이 성공하면 그들은 실패하는 셈이니 굳이 신전을 노리기보다 우리를 직접적으로 방해하겠다는 거군요.”
“맞아요.”
“그렇지만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그 사람들…… 아니, 그들이 우리를 협박하기 위한 인질로 신전을 공격할 수도 있을 텐데요.”
“……”
이루릴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녀의 투명한 눈동자에 후치는 왠지 인간으로서 민망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피하지 않고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는 인간의 모습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잠시 후, 이루릴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저희의 머리수는 많지 않아요.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면 탐색이겠지요. 말했듯이, 탐색을 방해하려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탐색에 전력을 많이 할당하는 게 합리적…… 합리적인 선택이겠죠.”
이루릴은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 그녀는 스스로도 그런 말을 한 게 당황스러운 기색이었다. 후치는 그녀의 말 이름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나가죠. 리타를 위해서도.”
이루릴은 짧게 말하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후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리타를 바라보았다.
어제 문에서 쓰러진 그녀는 아침이 되도록 계속 기절한 상태였다. 여전히 몸은 뜨거웠고 안색은 창백했다. 아침에 에델린이 신성마법을 썼지만 그대로다. 카피도 지속적으로 냉기를 둘러주었지만 그저 열을 내리는 효과밖에 없었다.
펠레일과 이루릴은 어쨌든 그녀의 증세가 세이크리드 랜드 자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탐색에 성공해 세이크리드 랜드를 해제할 수만 있다면 그녀도 나아지리라.
아픈 리타를 위험할지도 모르는 신전에 놔두고 가야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계속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을 흘리는 리타를 보고, 후치는 그녀가 악몽에 시달리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단호한 눈빛으로 밖을 향해 나아갔다.
*
빛줄기가 쏟아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거대한 쇳덩어리들.
청명한 하늘을 모두 가려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수.
크롸롸롸!
분노에, 고통에, 세상이 떠나가라 포효했다.
하지만 빛과 쇠와 철덩어리의 하늘은 계속된다.
꼼짝할 수도 없는 절망적인 광경.
소년은 웃었다.
갈색 머리의 소년은 웃으며 그녀를 보냈다.
소년도 웃었다.
검은 머리의 소년은 웃으며 그녀를 잡았다.
크롸롸롸!
소년을 집어삼킬 듯 소리쳤다. 후려치고, 씹으며, 잘근잘근 밟았다. 사정없이 짓뭉갰다.
하지만 그는 웃었다.
그것은 격정.
그보다는 호기심.
안정.
무엇이 그를 이루는가. 나는 무엇을 이루는가.
풍경은 변함없다. 빛, 쇠, 철.
벗어날 수 없는 고통에 희미해져 가는 눈,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어서 다가오는 석양을 본다. 붉은 빛, 그 가운데서 오롯이 서있는 검은 것.
소년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당신의 추억 속에서 즐거울 것입니다. 당신 속의 나를 아껴주시길.
크롸롸롸!
미련, 그리고……
기억은 속박이 되었고, 속박은 저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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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오늘은 몸이 안좋아서 미리 안 써놨으면 못올릴뻔 했네요.
잠이라도 푹 자야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3 개
- 매드★몬스터
- 2015/01/17 AM 12:57
카피 등장이다요
- Defiance
- 2015/01/18 AM 12:07
사실 앞부분에 전개에 집중하는 바람에 카피의 존재를 잊고 있었...
- 매드★몬스터
- 2015/01/19 AM 03:11
가방속에서 계속 잠자는줄 알았는데 꼭 그런건 아니었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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