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3. 뿌리깊은 나무 (14)2015.01.21 AM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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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사에 나갔던 일행이 신전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그들은 꽤 당황스런 상황을 맞이했다. 마을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그들이 잘 아는 두 여성이 서 있었다. 그리고 우악스럽게 기둥에 묶인 남자가 있다.



“누구죠?”



“음…… 소아(小兒)를 상대로 성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



“변태네요.”



“뭐, 그런 거 같아.”



기둥에 묶인 남자는 머리를 축 늘어트린 채 기절해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방금의 대화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부정했을 것이다. 마을사람들의 살기어린 눈초리가 피부를 따끔거리게 할 정도로 강렬하게 그를 향해 있었다.



후치는 하얀 소녀가 슈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상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아이들을 납치했을까요?”



“슈를 납치하는 현행범을 잡아 왔으니까, 아닐 확률이 더 적겠지.”



“현행범이라니. 그럼 리타가 잡은 거예요? 아참, 몸은 이제 나았어요?”



“보다시피.”



리타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의 얼굴은 전처럼 보기 좋은 혈색을 띄고 있었다. 과연 펠레일과 이루릴의 추측대로 세이크리드 랜드 자체가 리타를 아프게 한 원인이었다. 후치는 새삼 펠레일의 지식에 감탄하며, 리타의 옆에 섰다.



일행은 리타와 후치의 대화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들은 각자 다양한 시선으로 기둥에 묶인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호의적인 감정이 담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칼은 리타에게 건강해져서 다행이라고 짤막하게 인사하며 물었다.



“어떻게 잡으신 겁니까? 이제까지 누구도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알지 못했는데.”



“별다를 것 없습니다. 사람은 한 곳에 집중하면 다른 곳에 신경 쓰기 어려운 법이지요. 모두가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긴다면 은밀한 일을 벌이기 쉽습니다.”



“양동작전이란 말이군요.”



“언데드의 공격이라는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아이를 납치한다면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의를 기울이려는데 이미 사라졌더군요. 방금까지 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금방 쫓아 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걸 발견했지요.”



리타는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집어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는 앙증맞은 빨간색 구슬이 있었다.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는 그것을 보고 샌슨과 후치가 탄성을 질렀다.



“그 목걸이!”



“응, 네가 유스네에게 연정의 징표로 받은 목걸이지.”



“으악! 아니라고요!”



샌슨이 장난어린 얼굴로 지나가듯 말했다.



“아니긴, 순진한 처녀의 마음을 빼앗은 방랑자님이신데.”



“성밖 물레방앗간 소리 요란한데……”



“후치잇!”



칼이 차분하게 서로 아웅다웅하는 후치와 샌슨을 말렸다. 둘이 떨어지고 나자 재밌게 그들을 구경하던 리타가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슈가 들고 있던 후치의 목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국을 따라갔죠. 아이를 안고 있는데다 숲 속이었기 때문에 금방 따라잡았습니다.”



터커 일행은 리타의 말에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는 헬턴트 남자들은 바로 수긍했다. 숲에서 리타를 따돌릴 수 있으려면 엘프인 이루릴 정도나 가능할 것이다.



“자신이 쫓긴다는 생각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았는지, 뒤에서 습격해 바로 기절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론 보시는 대로 카피와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카피?”



후치가 고개를 갸웃했다. 캇셀프라임의 분신이라고는 하지만 그 작은 몸으로 성인 남성을 운반하는 게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리타는 손으로 옆을 가리켰다. 슈를 안고 있는 하얀 소녀가 그를 보고 있었다.



하얀 머리에 하얀 눈, 리타보다도 훨씬 새하얀 피부, 새하얀 옷. 모든 것이 하얗기만 한 소녀다.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빤히 그를 보고 있는 소녀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보다는 샌슨의 반응이 더 빨랐다.



“카, 캇셀프라임!”



샌슨은 헬턴트에서 캇셀프라임이 폴리모프한 모습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존재감이 너무도 강렬했기에 머릿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아무리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외향적으로 완벽히 같은 모습이다. 샌슨이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카피는 볼을 부풀리며 인상을 썼다.



“카피다요!”



“카피?”



후치는 다시 한 번 멍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어째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가 카피라는 사실이 납득이 갔다. 칼이 넌지시 말했다.



“지난번 스마인타그 양께서 레너스에서 있었던 일을 말씀하실 때, 카피 양이 폴리모프를 했다고 하셨지요. 지금 그 모습이 폴리모프한 모습인가 보군요.”



“맞다 해요.”



카피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칼은 가볍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안겨있는 슈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주위가 시끄러움에도 깨지 않고 잠들어 있었다.



“그 아이는 괜찮습니까?”



“단순히 잠든 것뿐입니다. 약품을 써서 재운 것 같습니다. 이건 치료로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에델린도 어쩔 수 없더군요.”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리타는 기둥에 묶인 남자를 보면서 평소처럼 차갑게 말했다.



“만약 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저렇게 성한 상태로 있진 못하겠지요.”



그녀의 어조는 고저 없이 평탄했으나, 후치는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말 속에 담긴 힘과 의미, 그녀의 눈매는 익히 보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결코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지 않았다.



칼은 리타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기절한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며 말했다.



“일단 깨우는 게 좋겠군요. 다행히 슈를 납치하는 것은 스마인타그 양의 뛰어난 기지로 막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다른 아이들의 행방을 찾아야겠습니다.”



크라일이 불쑥 나서며 칼에게 물었다.



“깨우기만 하면 됩니까?”



“예? 예.”



“알겠습니다.”



크라일은 이가 드러나도록 씨익 웃었다. 그리고 기절한 남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머리가 축 늘어진 남성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후치는 이 다음에 어떤 행동이 이어질 것인가 내기를 한다면 반드시 맞출 자신이 들었다.



짜악!



가죽이 터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고개가 우악스럽게 옆으로 돌아갔다. 이루릴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크라일은 멱살 잡은 손으로 그를 한번 흔들어 보더니 다시 뺨을 쳐 올렸다.



“컥!”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 모양이군.”



남자는 새된 비명소리를 내뱉었다. 샌슨과 거의 비슷한 체구의 크라일이 전력으로 갈긴 따귀였으니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남자의 입 안이 터진 것인지 입술을 타고 피가 흘러내렸다.



크라일은 남자의 멱살을 거칠게 놓으며 뒤로 물러났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할 일은 깨우기 뿐이라는 깔끔한 태도였다.



칼은 다소 당황했으나 크라일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크라일을 비롯한 터커 일행은 아이들이 납치당하는 것을 전혀 막지 못했었다. 그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신 정신을 차린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정신이 듭니까?”



“……”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으나 눈을 치켜뜨며 칼을 노려보았다. 제법 매서운 눈매였기에 영지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하지만 일행 중에서는 아무도 물러서는 이 없었다. 오히려 사만다가 흥분하고 말았다.



“뭘 잘했다고 그렇게 눈을 부라려! 아이들을 납치한 주제에!”



“진정하십시오, 크레틴 양.”



“네……”



사만다는 아직 불만스러운 듯 했지만 물러났다. 칼은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다시 남자를 향해 침착하게 말했다.



“아이들을 납치한 목적이 무엇입니까?”



“……”



“말하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바꿔서 물어보지요. 아이들을 어디로 납치하셨습니까?”



칼의 질문은 그들의 본거지를 묻는 것과 매한가지였다. 후치는 당연히 그가 대답할리 없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남자는 계속 침묵을 지켰다. 칼은 전혀 아쉬운 기색 없이 계속 물었다.



“당신들은 아마도, 아, 그 뱀파이어와 당신 외에도 다른 동료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당신들은 아마도 이곳을 세이크리드 랜드로 만든 장본인들 일 테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세이크리드 랜드를 위해 필요하지 않습니까?”



“……”



남자는 입을 다물고 있었으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곳에는 당신들이 납치한 아이의 부모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당신에게서 답을 들으려는 것을 막을 자신이 없군요.”



“…… 협박인가?”



메말랐으면서도 어딘가 어색한 목소리. 물기가 없이 건조했다. 그리고 능숙하지 않은 말을 하듯 말의 억양이 다소 이상했다.



“드디어 입을 여셨군요.”



“소용없다. 고통은 이미 각오한 것. 너희가 원하는 대답은 어느 것 하나도 들을 수 없을 거다.”



남자가 말을 길게 하자 어색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 그는 끊어지는 곳 없이 매끄럽게 말했지만, 오랫동안 그 언어를 써왔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어색함이 묻어있었다.



리타는 그의 목소리에서 광활한 모래의 대지를 떠올렸다. 그녀의 검은 눈이 이채를 띄었다.



칼은 남자의 대답을 듣고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뒤에 있던 터커와 크라일이 달려들 것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과 대비되었다. 칼은 여상스럽게 말했다.



“우발적으로 한 짓이 아니군요. 치밀하게 계획하고서 실행했습니다. 계획 도중에 잡히는 것에 대해서 대비도 하셨군요. 그렇다면 적어도 개인이나 소수가 도모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



“이 나라 안에서 과연 그런 일을 할 만한 곳이 얼마나 있을까요? 더군다나 영지 하나를 세이크리드 랜드로 만드는 규모의 일인데 말입니다.”



“당신……”



남자가 놀란 눈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칼은 남자의 말에서 순간적으로 정보를 읽고 그것을 분석해냈다. 칼은 조금도 겸연쩍다거나 우쭐해하는 모습 없이 그저 이야기하듯 말했다.



“그러면 나라 밖으로 초점을 맞춰 볼까요? 당신의 바이서스 어는 꽤 훌륭합니다.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지만, 의사소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군요. 다만 현지인은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인 티가 납니다. 그런 외국인이 바이서스에 와서 이런 짓을 벌인다? 그럴만한 국가는 단 한 곳뿐이죠.”



사람들은 각자 생각했다. 그러나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로 일치했다. 터커는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그는 섬뜩하게 이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머리에 떠오른 것을 말했다.



“자이펀.”



칼이 잔잔하지만 결코 얌전하지 않은 웃음을 띠었다.



“맞습니까?”



“Osrm ikan trusu. Ckraap-moinar hereta xiau damarn.”



남자는 더 이상 숨길 것 없다는 듯이 자신의 언어로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 흉악하게 일그러진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바이서스에 사는 사람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도발은 훌륭하게 먹혀들었다.



“크아! 이놈! 죽여 버리겠어!”



“진정해!”



금방이라도 핼버드를 들고 남자를 내려찍어 버리려는 터커를 사만다가 달라붙어서 말렸다. 터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 그는 격정적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그때 터커의 시야를 검은 색의 무엇인가가 가렸다. 남자인 그의 시야를 가릴 정도로 키 큰 여자다. 리타는 터커에게 등을 보이며 남자를 똑바로 응시했다.



“[정답이다. 땅개 새1끼들 중에 똑똑한 놈이군.]”



“응?”



“방금 저 남자가 한 말입니다.”



친절한 해석에 터커는 온 몸으로 감사를 표현했다. 사만다는 다시 날뛰는 그에게 매섭게 핀잔을 주며 말렸다.



남자는 리타가 쳐다보자 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리타가 자이펀 어를 알아들은 것에 놀랐지만, 그보다는 그의 앞에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이 나라 말을 아는 것 같으니 바이서스 어로 이야기하죠.”



“스마인타그 양?”



“칼, 잠깐 제가 이야기 하겠습니다. 아마도 이건 칼도 모르는 것일 테니까요.”



칼은 의아했지만 바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리타는 여전히 시선을 돌리고 있는 남자의 머리채를 잡았다. 갑자기 우악스런 그녀의 행동에 일행은 놀라고 말았다. 리타는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억지로 시선을 그녀에게 향하도록 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이 더욱 가늘어지며 그 속에 담긴 눈동자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품었다.



“그쪽은 외간 여자와 이야기하지 않는 관습이 있죠. 그럴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여자로 취급하지 않는 노예로 여기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대로 제가 당신을 겁탈해서 가족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쿨럭!”



그녀의 발언에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그것들은 공통적으로 놀람이라는 감정에서 우러나는 것이었다. 갑자기 사례가 걸린 듯 기침하는 샌슨의 등을 두들겨주는 후치의 표정에는 어이라는 개념이 가출해 있었다.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건 말건 리타는 계속 남자를 응시했다. 남자는 억지로 눈만 돌려서 시선을 피했다. 리타는 한층 더 우악스럽게 그의 머리를 잡았다.



“좋습니다. 그대로 듣기만 해보시죠. 과연 당신이 듣기만 할 수 있다면요.”



“……”



리타의 검은 눈에는 귀기가 어렸다. 그녀의 감추지 않은 흉포한 감정이 그대로 눈을 통해 전해졌다. 남자는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에게서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홀린 게 아니다. 범주할 수 없는 것을 목도했을 때 압도당해서 꼼짝도 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닐림의 날개. 코다슈의 불이 되었어야 할 당신이 어째서 그곳에 들어간 것이죠?”



남자의 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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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과 FW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한 설명... 인데 따로 적어야 할까요?

그냥 다음화에 설명넣어야지.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2 개
닐림의 날개?? 코다슈?? 아마도 퓨처워커에서 나오는 말인가요?
도서관에 3권까지 밖에 없어서 안읽었었는데..
코다슈는 DR에도 나와요. 닐림의 날개에 대한 설명은 FW 신차이편에서 나옵니다.
그래도 이해를 위해 다음편에 넣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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