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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3. 뿌리깊은 나무 (18)2015.02.05 PM 11:19
그는 이를 악물었다. 턱 근육이 일그러지는 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그것은 언뜻 보아선 화가 난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당혹함을 감추고자 필사적으로 애쓰는 것이었다.
입이 열리지 않으니 대답이 나올 턱이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의사소통에서는 간혹 침묵이 또 다른 대답이 되곤 한다. 리타는 롱소드를 쓰러진 남자의 목에 겨눈 채로 말했다.
“제가 맞췄나 보군요.”
“……”
그녀의 검이 쓰러진 남자의 목에 거의 닿을 듯이 다가갔다. 그는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은광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클로와 쿠크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이 분들도 제가 짐작한 가문의 사람들이겠지요.”
자이펀의 가문, 특히 명가라 불리는 곳은 가문만의 병기를 가지고 있다. 클로의 트리그로스, 팔치온의 코다슈, 롱파이크의 그리거스, 시미터의 하심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문의 사람들은 먼 옛날로부터 이어지는 비전을 통해 그 사용법을 익혔다. 폐쇄적인 가문의 특성상 그것이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가문은 자신만의 병기를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이 사실은 자이펀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다. 하물며 리타는 상대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트리그로스의 클로를 혼자서 제압했다.
자연스럽게 자이펀 남자들 외에도 일행들의 이목이 리타에게 집중되었다. 그녀는 주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느낌으로 운차이라 불린 남자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리타는 자이펀 남자들에게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혼자서 계속 말을 이었다.
“코다슈씨를 보았을 때부터 무엇인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짐작했습니다. 어떤 것인지는 모르나 일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겠지요.”
남자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는 리타의 옆에 서 있는 후치를 바라보았다.
“이봐, 저 여자에게 뭘 알고 있는지 물어봐 주겠어?”
“대가는요?”
“뭐?”
후치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왜 내가 적인 당신의 부탁을 들어줘야하나요? 그것도 아무런 대가 없이 말이에요.”
“…… Atlla ckraap-moinar.”
남자는 스산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후치는 전혀 겁먹지 않은 태도로 리타를 돌아봤다. 리타는 평온한 목소리로 ‘빌어먹을 땅개 새1끼들.’이라고 말해 주었다.
“대가로 내놓을 게 욕밖에 없다면 제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두 분, 정겹게 대화 나누세요.”
후치의 모습에 일행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리타도 가볍게 웃고 나서 다시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신이 운차이 발탄이 맞다면, 저와 대화를 삼가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남자가 리타를 다시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제 스승이 되는 분과 저는 피를 나눴습니다. 자이펀 말로는 Atrman이라고 하더군요. 스승과 당신은 친지가 될 테니 당신과 저의 관계도 Atrman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요?”
“Atrman?”
남자의 말은 의문문이었다. 그 단어의 의미를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닌, 믿기지 않기에 물어보는 것이다. 리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남자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전처럼 억지로 시선을 마주치려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외인(外人)이다. 다만 지금 만큼은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군. 당신이 스승이라고 부르는 인물은 누구지?”
“누군가를 독살해야 된다면 방울뱀의 독을 모아 1파인트 잔을 넘치도록 채운 다음, 상대에게 그것을 간절히 마시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만들어준 후, 그것을 마시고 쓰러진 상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정말 죽었을까 곰곰이 생각할 인물이지요.”
“확실하군.”
남자는 벽에 머리를 기대며 피식 웃었다. 꽤나 힘이 빠진 웃음이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일행은 리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서 얼빠진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는 의욕을 상실한 모습이었기에 후치는 눈치를 보다 리타에게 질문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리타?”
“괜찮은 사나이란 뜻이야.”
“그 나라는 편집증이 괜찮은 사나이의 기준이 되나보죠?”
“방울뱀의 독을 1파인트나 모았으니 인내심이 있으며, 상대에게 독이 든 잔을 마시고 싶게 만들었으니 친절한 것이며, 독을 1파인트나 마신 상대방의 죽음을 섣불리 확신하지 않는 신중함을 가지고 있단 말이지.”
“꽤나 은유적인 표현이로군요.”
후치는 무슨 말을 그렇게 복잡하게 꼬았냐고 생각했다. 그 나라 사람들은 왠지 칼하고 잘 맞을 것 같다.
분위기는 많이 풀어졌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정리된 것은 아니었다. 남자는 여전히 포박되지 않은 상태였고, 리타는 그의 동료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중이다. 다른 사람들은 둘이 의미모를 대화를 하기에 끼어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운차이씨.”
그는 자신의 정체를 부정할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얌전히 투항하란 말이라면 거부하겠다.”
“어째서인가요?”
“당신이 나에 대해서 알고 사촌형과 Atrman이라고 해도, 그건 지금 이 일과는 별개의 것이다.”
리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착각하고 계시군요.”
“인간의 지혜로 완전히 꿰뚫어 볼 수 있는 게 한줌이라도 되던가?”
“이건 그 한줌이로군요. 나는 당신에게서 스승을 느꼈기에 말했을 뿐, 그것으로 당신을 회유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할 셈이지?”
리타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발밑에 있는 동료들이 바로 보인다.
“먼저 말씀 드렸습니다. 동료들의 목숨이 아깝다면 순순히 투항하세요.”
다시 한 번 들어도 악당이 할 법한 대사다. 후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운차이는 확고한 의지가 담긴 눈으로 쓰러진 그의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한 명은 기절해 있지만, 한 명은 입이 밧줄로 묶여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깨어 있었다. 그는 목숨을 살려달라는 간절함 대신에 다른 간절함을 품은 눈으로 운차이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나도 미리 말했었다. 이미 각오한 일이라고.”
“죽음을 각오했다면서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각오는 왜 무시하시나요?”
“……”
“조금 더 덧붙이자면, 아이들을 저렇게 만든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하겠습니다.”
아이들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한 모습이었다. 우선은 간첩들과의 대결이 중요했기에 일행은 아직 그들을 챙기지 못했었다. 그대로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50여명의 아이들에게로 운차이의 시선이 향했다. 그의 표정은 결코 비겁하지 않았다.
운차이의 고민은 잠깐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쳐다보다 다시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리타의 발밑에 깔린 남자는 잘 움직일 수도 없는 머리를 흔들었다. 눈앞에 있는 검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의 의지는 확실히 전해졌다. 그랬기에 운차이는 빠른 결단을 내렸다. 그는 들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
“마음대로 해라.”
사실 그가 살기에 제압당했을 때, 리타가 바로 달려들었다면 그는 꼼짝없이 포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를 회유할 때도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이 동정이나 얕보는 감정에서 나온 게 아니란 것을 운차이는 알고 있었다.
운차이가 항복의 뜻을 표하자 터커와 크라일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일행의 귀에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호호호홋! 역시 버림받은 개들이라 주인 바꾸는 것도 한순간이네.”
그 말은 동굴의 입구 쪽에서 들렸다. 일행은 황급히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번쩍이는 빛이 일행을 향해 날아들었다. 정확히는 이루릴을 향해서다.
이루릴은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몸을 움직여 그 빛을 피해냈다. 하지만 급하게 반응하느라 집중이 흐트려져 그녀가 불러내고 있던 윌오위스프가 사라졌다. 동굴은 순식간에 암흑만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침착해!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귀로 소리를 들어!”
불이 꺼지는 상황은 벌써 두 번째였다. 터커가 말하지 않아도 일행은 동요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무기를 꺼내든 상태로 암흑 속을 주시했다. 그때 이루릴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모두 엎드려요!”
아무것도 안 보이니 뭐가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은 어떤 공격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몇 명은 암흑 속에서 너무 급하게 숙이는 바람에 턱과 땅이 격렬하게 인사하고 말았다.
챙!
귓가로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이루릴과 목소리의 주인공이 부딪치는 것이다. 후치는 이루릴의 칼솜씨를 알기에, 상대방이 결코 녹록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치는 자신이 아무리 OPG를 끼고 있어도 정교한 칼솜씨를 지닌 이루릴을 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암흑 속에서 움직이는 상대방은 그런 이루릴과 맞부딪치고 있다.
그때 펠레일이 외쳤다.
“라이트!”
동굴의 어둠이 물러갔다. 환하게 떠오른 빛의 공은 동굴 안을 훤히 비추었다. 동굴 천장에 달린 빛의 구체에 사람들을 습격자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검은 로브를 입고 꾀죄죄한 몰골에 검은 머리를 산발한 여자였다. 그녀는 레이피어를 들고 이루릴과 검을 맞대고 있었다.
후치가 사납게 외쳤다.
“뱀파이어!”
일찍이 그녀에게 호된 경험을 한 그였다. 잊지 못할 짜릿한 첫경험을 선사해준 그녀에게 후치는 보답해 주리라 다짐했었다. 후치는 이를 갈면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다.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리타가 그녀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리타의 손에 들린 얇은 롱소드가 공기를 가르며 여자의 옆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뱀파이어는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며 리타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블링크! 어디로?”
이루릴이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만다가 고함질렀다.
“입구!”
일행이 들어온 입구에 그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손가락을 들어 이루릴을 겨냥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제대로 목적을 수행하지 못했다. 그녀에게 날아드는 거대한 빛의 화살 때문이다.
“매직미사일? 이익!”
블링크해서 나타나자마자 보이는 매직미사일에 기겁하며 뱀파이어는 황급히 몸을 피했다. 다행히 제대로 겨냥한 것은 아니었는지 매직미사일을 그녀를 지나쳐 벽을 가격했다.
놀란 눈으로 그것을 본 뱀파이어는 재빨리 일행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서늘한 은광이 비쳤다.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당도해 있는 검은 여자가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다.
“너!”
뱀파이어는 익숙한 그녀의 모습에 소리치며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그녀의 지척까지 다다랐던 롱소드가 간발의 차이로 비껴났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커헉!”
레이피어를 휘두르느라 비어버린 그녀의 가슴으로 묵직한 충격이 느껴졌다. 리타는 주저하지 않고 그녀의 복부에 왼손을 박아 넣었다. 쇠망치로 두들겨 맞는 것 같은 충격에 뱀파이어는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며 숨 막힌 소리를 내뱉었다.
리타는 그것으로 멈출 생각이 없었는지 떨어지며 무릎으로 그녀의 숙인 얼굴을 가격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리타와 거리가 벌어진 틈에 자세를 고쳐 잡으며 무릎을 피해냈다.
뱀파이어가 분노한 얼굴로 리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리타도 평소처럼 무감정한 시선으로 있진 않았다. 그녀는 드물게도 감정을 드러냈다.
“받은 건 갚아줘야 하는 성격이라서.”
“너…… 크윽. 그 반지만 받을 생각이었지만, 이젠 필요 없어. 죽인 다음에 시체에서 빼내가지!”
“네 굵은 손가락엔 안 맞아.”
리타는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롱소드는 뱀파이어의 레이피어와 허공에서 재빠르게 부딪쳤다. 뱀파이어는 결코 리타에게 뒤지지 않는 칼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리타에게 검으로 밀리지 않았다.
“큭!”
그러나 리타는 검만 쓰는 게 아니었다. 검격을 막아내고 나면 이어서 주먹과 발이 날아든다. 그녀는 육체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롱소드보다 짧은 레이피어로 파고드는 거리를, 그녀는 체술로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리를 벌리면 캐스팅도 없이 매직미사일이 날아든다. 리타의 뻗은 왼손에 껴진 반지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뱀파이어는 매직미사일을 간신히 방어해 내고선 헉헉거리는 숨을 내쉬었다. 리타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노려보면서 말했다.
“이 반지에 꽤나 집착하네?”
“네 년이 가질만한 물건이 아니야.”
“그건 아냐. 선물 받은 것이라서. 선물해준 사람이 자기가 직접 만들었다고 했으니, 가치를 제대로 봤겠지.”
“뭐?”
뱀파이어가 눈에 띄게 반응을 했다. 그녀는 레이피어를 내려버릴 정도로 놀라서 두 눈을 부릅떴다. 이제까지 보여준 광기어린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글쎄.”
“…… 죽인다.”
뱀파이어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리타는 그녀답지 않게 뻔뻔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그녀는 반지에 집착하고 있는 뱀파이어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뱀파이어는 반지 자체보다, 그에 얽힌 사람에 더 집착하고 있었다.
“선물 받았다고? 그게 누구지? 그 사람이 직접……”
뱀파이어는 빠르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다른 일행들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타와 맞부딪치는 사이에 일행이 거리를 좁혀들었다. 가장 앞서서 달려오는 건 번개를 막아선 소년이었다.
“쳇. 시간이 없군.”
뱀파이어는 그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리타는 주의가 멀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뱀파이어가 또다시 블링크를 사용했다.
리타는 재빨리 동굴 안을 바라보았다. 동료들을 챙기러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굴 안에는 일행만 보일뿐,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벽에 손을 대고 있는 뱀파이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잔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급한 인간들도 유피넬의 자식도 모두 파묻혀라. 네 반지는 나중에 땅을 파서 찾아주지.”
뱀파이어는 벽에서 손을 떼었다. 하지만 완전히 뗀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은 다시 벽을 향해서 뻗어갔다.
“잘 가라!”
그 단순한 동작과 말은 일행에게 불안감을 선사했다. 뱀파이어의 손은 벽의 한 부분을 내리쳤다. 그리고는 모습이 점차 흐릿해지더니, 곧 안개가 되어버렸다. 그 순간 리타가 외쳤다.
“카피!”
리타의 등 뒤에 매달려 있던 카피가 브레스를 내뿜었다. 파괴력은 약한 빙결 브레스지만, 형체 없는 것을 상대하기엔 더 없이 훌륭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냉기의 숨결은 흩어지는 안개를 잡아냈다. 검은 안개는 미처 제대로 흩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얼음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얼어버린 안개는 곧 인체의 모습으로 화했다.
“빌어먹을 년!”
몸의 절반쯤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린 뱀파이어에게 리타가 다시 쇄도했다. 떨어진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리타의 검이 그녀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갈 때,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쿠르르르…… 쫙, 쫘자아아아……
리타의 검은 제대로 뻗지 못하며 중간에 멈추었다. 땅이 일렁이더니 천장에 붙은 불도 일렁인다. 일행은 불안함을 느끼며 위를 쳐다보았다. 천장에 금이 가면서 돌가루가 떨어져 내린다.
“제기랄!”
누군가의 욕 소리가 들렸다. 뱀파이어를 쫓던 일행은 동굴 길의 중간쯤에서 멈춰있었다. 그들은 무너져 내리려는 동굴 천장을 보면서 허둥지둥 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동굴 안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몸이 구속된 포로들도 있다. 단순히 그들만 빠져나갈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을 모두 구할 시간이 없다. 동굴은 금방이라도 무너지려고 하였다.
버릴 것인가, 같이 죽을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한 일행은 빠르게 행동할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의 사이로 리타의 평온한 목소리가 들렸다.
“금방 무너지진 않을 겁니다. 폭탄이 연결된 장치를 몇 개 끊어 두었어요. 통로 쪽은 그렇지만, 안 쪽은 받치는 곳이 없어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군요. 어서 아이들과 포로들을 데리고 나오세요.”
“리, 리타?”
너무 느긋하게 말하는 리타에게 후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도 충분히 그럴만했다. 어느새 그런 일을 했단 말인가?
“망설일 시간 없어요. 이루릴의 마법이라면 잠시 동공의 붕괴는 멈출 수 있을 겁니다. 빨리 움직이세요.”
리타는 일행에게서 등을 돌리며 말했다. 그녀는 제대로 안개로 변하지 못한 채 이를 바드득 갈고 있는 뱀파이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목적은 동굴 안보다는 지금 이곳에 있었다.
뱀파이어가 격렬한 증오를 내뿜으면서 리타를 노려보았다.
“끝까지 방해하다니!”
“놓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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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시오네 vs 이루릴의 구도였지요. 유피넬과 헬카네스를 이종족을 빌려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그걸 약간 바꿔서 시오네 vs 리타의 구도로 만들었는데, 나름 여러가지 복선과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차이점 보다는 비슷한점이 있는 여자들이거든요.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1 개
- 매드★몬스터
- 2015/02/07 AM 02:54
톱메이지 펠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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