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르타트] 아무르타트 - ch4. 가장 빨리 죽는 새 (3)2015.02.26 PM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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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정은 피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법이에요.’



커튼의 틈새로 살짝 비치는 햇살에 눈이 따가웠다. 리타는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정오의 태양이 세로로 길게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손으로 슬며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옆 침대에선 이루릴이 정좌를 하고 앉아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눈꺼풀부터 부드럽게 떨어져 하늘로 솟은 속눈썹이 수려한 곡선을 그린다. 미끈하게 뻗어있는 검은 생머리에 어울리는 새하얀 피부와 긴 속눈썹이 솜씨 좋은 화가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대비를 이뤘다.



기주 중인 이루릴을 방해하지 않고자 리타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하지만 가슴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고개만 들어서 가슴을 바라보니 카피가 그녀의 가슴을 쿠션삼아 잠들어 있었다.



어쩐지 고양이가 생각나는 모습에 리타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돌려 태양빛을 회피했다. 눈이 부시다.



푹 자지 못했다. 칼라일 영지에서부터 그녀는 깊게 잠들 수 없었다. 잠을 자면 어김없이 나오는 꿈. 과거부터 이어지는 악몽에 이젠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까지 더해졌다. 그는 꿈속에서 언제나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가 해주는 말들. 아마도 꿈이 아닌,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시절에 실제로 했던 말들일 것이다. 그것이 칼라일 영지에서 겪은 일을 계기로 점차 기억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가끔…… 그것은 정말 기억이 맞을까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겪지 않은 일임에도 마치 그 일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땐, 대게 그렇게 되곤 했다. 단순한 상황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그저 감일 뿐인데도 말이다. 더군다나 시오네는…… 그 뱀파이어의 이름은……



“하아……”



숨이 크게 내쉬어졌다.



답답한 가슴에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었지만, 생각보다 흉부의 낙차가 컸는지 카피가 큰 눈을 살짝 떴다.



“갸르릉……”



조그만 입으로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카피는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려는 듯 몇 번 더 눈을 깜박이더니 주변을 둘러보다가 리타의 얼굴을 발견했다.



“좋은 아침이다 해요, 리타.”



“잘 잤나요?”



카피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아직 졸리는지 고개를 리타의 가슴에 파묻고는 부벼댔다.



“꺄아, 간지러워요.”



리타는 양 손으로 카피를 잡고 침대에 내려놓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불편하게라도 잠을 잤기 때문이지 그나마 한결 피로가 가셨다. 때마침 기주를 끝냈는지 이루릴도 눈을 떴다.



“일어났군요.”



“네. 이루릴은 벌써 기주를 끝낸 걸 보면 별로 자지 않았나 보군요.”



“저도 잤어요. 숙면하면 길게 자지 않아도 몸의 피로를 회복하는 데 큰 지장이 없어요.”



“하하, 그런가요?”



이루릴은 허탈하게 웃는 리타에게 의아한 시선을 보냈지만, 리타는 쓴웃음만 지었다.



이루릴은 정좌해 있던 자세를 편하게 고쳐 앉았다. 리타는 그녀의 모습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루릴. 기주는 원래 아침에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건 아니에요.”



“마법사들은 대게 아침에 기주를 하던데요?”



리타가 많은 마법사를 만난 것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하나 같이 아침에만 기주를 했었다. 물론, 헬턴트의 괴상한 노법사는 논외로 친다.



잠깐 생각하는지 뜸을 들인 다음 이루릴이 답했다.



“음…… 인간 마법사도 저희와 같은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기주는 정결한 몸과 정신으로 해야 하는 것이에요. 보통 잠에서 일어나 정신을 차린 직후가 제일 거기에 부합하지요. 그래서 아침에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군요. 그러면 낮잠을 잔 뒤에 할 수도 있는 건가요?”



“짧은 잠이라면 힘들어요. 하지만 지금처럼 긴 숙면을 취한 다음이면 가능하죠.”



리타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별로 길진 않아요. 아마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을 걸요?”



“해가 떠오른 동안은 긴 잠을 자기가 힘들 텐데요?”



“모든 사람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루릴의 동그랗게 떠진 눈이 왜 그러냐고 묻는 거 같았다. 리타는 인간이 숙면에 들지 못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카피가 졸린 듯 하품을 해댔다.



꿈과 고양이의 콜리까지 들어가는 설명을 마친 다음, 리타는 기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가지 더 물어보기로 했다. 칼라일에서 시오네와 마주친 이후, 남에게 물어 해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궁금증 중의 하나였다.



“마법사는 반드시 기주를 해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나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에요. 기주는…… 음, 인간이 사용하는 것에 빗대어 말하자면, 대포 같은 것이에요.”



“대포?”



이루릴은 몸을 리타 쪽으로 돌리며 손으로 어떤 모양을 허공에 그렸다. 리타는 그것이 대포일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루릴이 예로 들었다고 생각하기 힘든 단어가 퍽 낯설게 느껴졌다.



“대포를 발사하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화약을 넣어야 하고, 그다음에 포탄을 넣은 다음, 마지막으로 점화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리고 한 번 발사한 다음에는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하죠.”



“그렇지요.”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자연력인 마나를 다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마나를 움직일 수 있는 주문이 필요하고, 그것은 룬어로 구성되어 있지요. 책을 보고 긴 스펠을 기주하는 건 장전과정에 해당해요. 그리고 필요할 때 캐스팅을 통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죠.”



“이를테면 캐스팅은 점화에 해당하는 과정이겠군요?”



“맞아요. 기주는 대단히 정교하고 섬세함을 요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할 수 없어요. 기주 없이 마법을 쓴다는 것은, 기주할 때보다도 더 큰 심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 않나요?”



리타는 왼손의 반지를 만졌다. 이루릴은 그녀의 손을 보며 말했다.



“룬어는 일반적으로 그냥 외울 수 없는 것이에요. 마법은 말했다시피 자연력을 지니는 마나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 자연력은 변동을 거부하는 것이지만 그것에 힘을 가해 움직이게 만들어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룬어로 된 스펠이지요. 룬어를 외우는 것은 단순히 머리가 좋다고 해낼 순 없는 일이에요. 마법적인 느낌을 잡아내고 그것을 이미지하는 것과 병행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매우 높은 경지에 이른 마법사, 이를테면 핸드레이크나 솔로처 같은 마법사는 낮은 클래스의 마법 정도는 기주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그건 어째서인가요?”



이루릴은 고개를 살짝 내저었다.



“저도 확실하게 답해 드릴 순 없어요. 그들의 이야기로는 오랫동안 이미지 했기에 자연스러워졌다고 해요. 하지만 익숙함 만으로 설명하기엔 많이 부족한 현상이에요.”



“그렇군요. 그럼 다른 경우는 없나요?”



“신의 힘을 빌리는 신성 마법이나, 고전에 이르는 악마와 계약해서 사용하는 마법은 기주가 필요 없어요.”



이루릴은 입을 다물고 리타를 쳐다보았다. 리타도 변동 없이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리타는 입을 열었다.



“왜죠?”



“아, 죄송해요. 그 마법들은 말 그대로 어디서 힘을 빌려와 대신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정령술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지요.”



“이해했어요.”



리타는 좀비를 태워버리던 불의 소용돌이와 바람을 일으키던 실프를 기억해내곤 고개를 끄덕였다. 이루릴은 고개를 살짝 젖히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하거나 매우 사용이 잦은 스펠은 문신으로 새긴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문신…… 이요?”



“네. 마법책을 도난당할 위험이 있거나 자신만의 특수한 마법일 때 그런다고 해요. 하지만 문신을 새기는 것으로 기주를 대신하는 것은 한 주문에 해당하는 것이고, 스펠이 대단히 길기 때문에 몸에 여러 주문을 새기지 못해요. 그리고 스펠을 문신으로 새길 정도로 뛰어난 무녀는 만나기 힘들어요.”



“무녀라면 헤게모니아 쪽 이야기인가요?”



“네. 헤게모니아에서는 문신이 주문을 대신하는 전승이 존재한다고 들었어요. 바이서스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지요. 헤게모니아라고 해도 마찬가지고요.”



문신 이야기가 나오자 리타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한 인물이 떠올랐다. 그녀가 묻게 되었던 원인과도 연관되어 있는 인물이다.



“문신으로 책을 대신할 순 없나요?”



“아니오.”



이루릴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마법 하나에 관해서는 문신으로 대신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책을 통째로 문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대단히 복잡한 과정을 통해 공통점이 있는 주문을 추려내어 각기의 도합을 연결짓고 나서 이어지는 다른 점에 대해서 각기의 연산을 모두 구축해서 또 다른 집합점을 찾아내어 최대한 요약을 해야 해요.”



“…… 그렇군요.”



리타는 간혹 후치가 말하던, ‘바이서스어를 가장한 외국어’라는 말의 사용처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 일은 매우 뛰어난 마법사만이 가능하고, 또 매우 뛰어난 무녀만이 할 수 있어요. 인간은 물론 엘프 중에서도 그 정도에 이른 이는 드물어요.”



“흐음. 저는 마법에 관해 문외한이지만, 단지 마나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이 반지를 통해 매직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루릴은 편한 자세임에도 어딘가 집중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리타의 왼손에 껴진 수수한 모양의 반지가 이루릴의 눈에 비쳤다.



“반지가 문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문신보다도 더 복잡한 과정으로 이루어졌겠지요. 마법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과정을 그 반지 하나에 모두 담아냈으니까요. 사용자는 마나라는 투입물을 넣는 것만으로 마법이라는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어요. 이론상으로 가능한 물건이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려면 마법의 정수에 다다르지 않고는 불가능해요.”



“그렇군요.”



리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루릴은 납득한 것처럼 보이는 리타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였다. 리타는 미소로 그녀의 시선에 답했고 이루릴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렸다.



그러다 한 가지가 더 생각난 듯 이루릴이 눈을 반짝였다.



“마법은 본디 드래곤의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드래곤은 특별히 기주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드래곤은 자체로 마나를 가지고 있으니까?”



“알 수 없어요.”



“그런가요?”



“그건 리타 말대로일 수도 있고, 그들이 우리와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요. 드래곤은 그들의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요.”



하긴 드래곤이 엘프나 사람을 불러놓고 마법학개론을 강의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녀는 대신 마나 볼에 놀라하던 마법사를 떠올리며, 가슴속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이루릴은 설명을 잘 하는군요.”



“후치 덕분이에요.”



“아, 아…… 후치.”



“후치는 언제나 제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주어요. 저, 그런데 왜 그러나요?”



“잠시 다른 생각을 했어요. 미안해요.”



리타는 입을 다물고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사람이라면 이상을 느꼈을 테지만 이루릴은 리타의 말을 완전히 신뢰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리타의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리타는 몸을 일으켰다. 이불에 가려졌던 그녀의 길쭉한 몸이 드러났다. 속옷만 걸치고 있었기에 그녀의 몸매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바닥에 흩쳐 놓았던 옷이 구석에 곱게 개어져있는 것을 입으며 이루릴과 카피에게 감사했다.



이루릴은 이미 옷을 다 입은 상태였다. 그녀는 리타가 옷을 입는 것을 기다렸다가 말했다.



“이제 식사하러 내려갈까요?”



“그러죠. 저도 배가 고프네요.”







*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다른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리타와 이루릴은 식사를 끝낸 후 디저트를 먹으며 책을 읽던 참이었다. 카피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서 열심히 먹을 것에 손을 가져갔다. 리타는 그들의 초췌한 모습에 놀라 물었다.



“꿈에 제미니라도 나왔니?”



“…… 그거 보단 좀 나은 상태죠.”



“샌슨이 나왔나 보구나.”



“……”



후치는 대답하는 대신 샌슨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정답?”



“그건 아니지만, 샌슨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잔 건 사실이에요.”



“크흠. 흠. 미안.”



샌슨은 헛기침을 하며 후치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도 편해 보이진 않았다. 그는 마치 식사거리를 뺏긴 오거처럼 이를 갈고 있었다.



“대충 알겠네. 애도한다, 후치.”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할까요?”



“인사 대신 식사나 제대로 하고 기운 내는 게 나한테 더 감사할 것 같아.”



후치는 피식 웃고는 테이블에 앉았다. 샌슨은 발을 연결한 운차이와 같이 테이블에 앉고 칼이 마지막으로 착석했다. 식사를 주문하자 늦은 시간이라며 레너즈가 투덜거렸지만, 일행의 사정을 고려했는지 금방 식사를 내주었다.



샌슨은 마치 빵과 수프가 네리아라도 되는 것처럼 먹어치웠다. 어찌나 사납게 먹는지 운차이가 으르렁거릴 정도였다. 리타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책을 마저 읽었다. 남이 식사하는 것을 쳐다보는 것도 실례다.



그렇지만 느닷없이 들리는 샌슨의 목소리에는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잡아야 해!”



“누굴?”



“네리아!”



그리고 샌슨은 벌떡 일어나 힘차게 걸었다. 리타는 그의 발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샌……”



“으악!”



“어억!”



“…… 슨. 늦었군.”



샌슨의 발은 운차이의 발과 서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샌슨은 앞으로 넘어지고 운차이는 의자째 뒤로 넘어졌다. 때 아닌 개그에 마냥 웃을 수만도 없어서 리타는 얼굴을 감쌌다. 옆에 있던 후치도 그녀와 비슷한 반응을 취했다.



칼은 조용히 웃으면서 운차이를 부축해주었고, 샌슨은 얼얼한 얼굴을 문지르면서 말했다.



“이봐요! 주인장 아주머니!”



마침 근처에 있던 레너즈는 이 상황을 가장 만끽하고 있었다. 즉, 아무런 구애 없이 허리를 꺾을 정도로 폭소했던 것이다.



“그래, 프흡. 왜 불렀소? 그건 그렇고 왜 그렇게 묶고 있는데?”



“그건 아실 필요 없고요. 그 네리아라는 여자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글쎄…… 어떻게 할까? 난 현상금 사냥꾼이 아니라서 모르겠네. 여러분이 나보다 더 잘 알지 않아요? 모험가처럼 보이는데.”



평소라면 부정부터 했겠지만, 샌슨은 다른 질문을 했다.



“그 여자 집이 여깁니까?”



“집? 천만에. 그 여자는 떠돌이요. 여기저기 떠돌다가 오늘은 이 마을에 들른 모양이군. 모르지. 어쩌면 벌써 떠났을지도.”



“아주머닌 그 여자를 어떻게 아십니까?”



“여관업을 하다 보니까 당신들처럼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다오. 보통은 그 여자에게 통행료랍시고 돈을 뺏기는 경우가 많지. 하지만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애교로 접근하지. 그 여자, 자기가 여자라는 점을 잘 이용해요. 턱없는 아양도 부리고 콧대 높은 철부지 아가씨 흉내도 잘 내지.”



어디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운차이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 여자, 계속 그런 헛소리를 했군.”



“별로 헛소리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요?”



리타의 말에 운차이는 그녀를 한번 흘겨본 후 고개를 돌렸다.



“헛소리가 아닌 거라면 더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전해줘, 후치.”



“라네요.”



“그건 왜죠?”



“우린 정신 착란 증세가 있는 여자에게 금품을 도난당한 머저리가 되니까. 라고 전해줘.”



“라는군요.”



후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도 썩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드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샌슨은 그들의 대화를 보고 다시 웃고 있던 레너즈에게 물었다.



“그럼 그 여자 자취를 추적하는데 도움이 도리만한 사람 없겠습니까?”



“도둑 길드라는 거 들어보셨수?”



일행의 몸이 살짝 경직되었다. 칼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건…… 도둑들의 조직 아닙니까? 정보를 교환하고, 배신자를 처벌하는 등등.”



“그렇지. 그런데 그런 길드에서는 그 짓 말고도 하는 일이 많다더군요. 허가 없이 그 지역에서 그런 영업을 하는 자를 암살하거나, 도둑을 죽인 자에 대한 복수…… 도 한다우.”



레너즈는 계속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 내용은 듣기 좋은 것이 아니었다.



“단념하는 게 좋을 거요. 그냥 잊어요. 괜히 그 여자의 성질을 긁는 것은 좋지 않아요. 그 여자를 어떻게 잡는다손 치더라도, 다른 패거리들이 밤에 자고 있을 때 찾아오면 어쩌시겠소? 댁들이 웬만큼 손에 굳은살이 박혔다 하더라도, 상대가 보통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도둑의 방식으로 싸우게 된다면 어쩌시겠수? 꼼짝없이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오.”



일행은 모두 침묵을 지켰다. 샌슨과 후치는 생각보다 험한 내용에 긴장한 모양새였다. 칼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고 리타는 다시 책을 보았다.



후치는 리타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만나는 여자들은 왜 이런지 모르겠다. 여자라면 자고로 제미니처럼 순수하고 청순하며 흑심 없고 가식적이지 않으면서도……



이루릴은 표정이 풀어지다가 자기 볼을 짝짝 쳐대는 후치를 걱정스레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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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저 다른 시점에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소설이지만,

어느덧 연재가 길어지고 구상한 이야기를 점점 펼쳐내게 되자 압박감이 느껴지는군요.

원본을 항상 보면서 연구하고 한편, 한편 써내려 갑니다만... 정말 영도님은 대단합니다.

글을 적으면 적을수록 내가 그 사람이 담아낸 것의 흉내라도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지는군요.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이것을 끝까지 쓴다한들 무엇이 될까, 혹은 DR을 망쳐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원작이 멋진 소설이니까요.

짝짝. 자신과 실력은 없지만 오기마저 없으면 안되겠죠.

어쨌든 힘내서 계속 가보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시길.




댓글 : 1 개
글에 관해 딱히 식견이 있는건 아니지만
제가 느끼기엔 수준차이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것 같아요
힘내서 완결까지 내주시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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