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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곡성에 대한 고찰 (스포!!!!!!)2016.05.16 PM 08:08
시간이 좀 남아서 곡성에 대한 고민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1) Why Me?
- 가까운 가족이 죽었다. 죽지 않아야 할 상황이었는데 죽었다. 당시 '황해'가 끝나고 난 뒤였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들더라.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너무 선한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세상을 떠났으니깐. 장례식에서 예배를 드리고 스스로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유를 찾기 시작하면서 확장하고 확장했다. 그렇게 찾은 이유를, 시선을 부감으로 와이드해서 봤더니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가 곡성을 만들고자 한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왜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죽는가?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가?
여기서부터 영화는 시작됩니다.
'왜 내 딸이 잘못되는가? 이 상황 앞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이동진 평론가의 말도 같은 질문을 던지죠.
'가족이 죽어가는 실존적 위기 앞에서, 해답이 없다는 말뿐만 아니라 이것만이 해답이라며 위압적으로 제시된 말 역시 납득하기 어려울 때 인간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감독은 먼저 이유나 해답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놈은 미끼를 던졌고 당신딸은 그 미끼를 덥석 문거라고'
특정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걸려나오는 고기를 잡는게 낚시죠.
여기에는 어떠한 낚시꾼의 의도가 있는것이 아닙니다.
이걸 가지고 '그러니까 미끼를 문 당신 딸이 잘못했네'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그날 집을 왜 나선거야? 니가 잘못했네'라고 말할 수 없죠.
간암에 걸렸으면 '그러니까 술 좀 작작 먹지'라고 탓할 수 도 있겠지만 갑작스러운 사건에는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죠.
감독은 여러 종교지도자를 만나보고 무당과 같이 지내기도 했지만 이것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재앙을 자연재해 같은 느낌으로 주인공과 곡성 마을에 다가오는 것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인간으로는 어쩔 수 없는 재해. 거부하고자 해도 거스릴 수 없는 위압.
2) 나는 누구와 대립하는가?
그렇다고 넋 놓고 당할 수 는 없죠. 원인을 찾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고자 합니다.
굿을 하고 교회를 찾아가고 이것을 없애 줄 대상을 찾는게 인간이죠.
상황 앞에 자신을 내어놓고 맡기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게 인간입니다.
'신의 뜻입니다. 왜 당신인지 왜 그러시는지 나도 모릅니다. 믿고 당하세요'라고 한다면 신을 믿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반발할 것입니다.
일광(황정민)과 외지인(구니무라 준)은 이러한 신을 믿고 그분의 지시에 따르는 사람들입니다.
그 둘은 도사이고 신을 받아들여 섬기는 무당입니다.
그 신의 능력으로 신통력을 가지고 점을 치거나 굿을 하고 살을 날리거나 하는 능력을 갖습니다.
원래 시나리오는 그 둘이 서로 교차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앤딩에 있었는데 이것을 삭제하면서 둘의 관계는 느슨해졌습니다.
'훈도시'와 '사진' 두가지로 그들이 서로 알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비약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종파의 유니폼이 훈도시이고 그 신의 뜻을 이행하는 것이 사진을 찍는 것이라고 하면 둘은 반드시 만날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은 신을 따르고 신의 뜻대로 움직입니다.
거기에는 이유도 없고 윤리도 없습니다.
묵묵히 무표정한 얼굴로 Before 사진과 After 사진을 찍으며 신의 행동을 남깁니다.
신의 행동이 선하다 악하다 하는 것은 내가 손해를 보았느냐 아니냐로 갈립니다.
철저하게 자기 중심의 판단이고 믿음의 중심도 내가 됩니다.
"사고가 났는데 내 아들이 죽고 그로인해 모두가 살았다고 한다면 이 신은 선한신인가? 악한신인가?" 라고 질문한다면 아버지는 악한 신이라고 하겠죠.
살아난 모든 사람들은 아버지에 대해 안타깝지만 그래도 선한신으로 대답할 것입니다.
만약 '곡성의 희생자 덕분에 대한민국의 기력이 회복되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큰 지진을 막을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면 선과 악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겠죠?
내가 무엇으로 인식하는가? 관객이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하는 것에 선과 악이 결정됩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목숨을 앗아가는 신은 우리가 희생자의 편에 섰고 주인공 종구의 편에 섯기에 악신이 됩니다.
종구는 눈에 보이는 외지인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외지인이 사라지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외지인은 단지 추종자, 하인, 종파 구성원 일 뿐이죠.
환자의 부모가 의사의 가슴을 두들기며 '내 아들 살려내'라고 절규하는 것과 같습니다.
3) 그렇다면 해결책이 있었는가?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답은 없다. 나도 모른다. 입니다.
무명의 말대로 닭이 세번 울고 집에 들어갔어도 아내와 장모님의 죽음은 막을 수 없었죠.
그 말을 믿고 나중에 갔다면 악령은 사로잡히고 딸은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하호호 남은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자~'가 될 수 는 없는거죠.
용하다는 일광을 불러 굿을 하는 것도, 근원이라고 믿는 외지인을 죽이는 행동도 모두 자연재해의 물결 앞에 의미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처럼 종구가 맛이가서 현실에서 벗어나는게 해결책이라고 하면 해결책이겠죠.
감독의 인터뷰 중에서 마지막 앤딩에 대해서
'글쎄, 나 나름대로는 이 결말이 곽도원 가족들에게 위로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한것도 어떻게 보면 같은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현실을 벗어난 것, 현실을 회피한 것이 위로겠죠.
종구나 관객이 기대하는 해피앤딩이라는 것은 없는거죠.
4) 과연 나는?
감독은 똑같은 질문을 우리의 인생에 던지고 있습니다.
'너는 어떻게 해석할거냐? 니 인생 꼬이는 것을? 거기에는 악의도 없을텐데 어떻게 받아들일거냐?'
술 잔뜩먹고 지방간 되서 간암에 걸렸다면 '내탓이오 내탓이오' 할텐데
담배도 안피웠는데 폐암 선고 받으면 누구에게 하소연 할 것인가?
감독은 영화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걱정마 내가 잘 알아. OO야 내가 해결해줄께. 이건 영화일 뿐이야. 내 자신을 믿어. 내 인생은 내가 이끌 수 있어.'
'아이 ㅆㅂ~ fuck you all! 조까튼 세상~ 으아아아아아! 왜 나만 꼬이는데!'
헤엘에렝ㄴㅁ렝ㄴㅁ렝네엠ㄹ헬엘ㅇㄴ멜ㅇ네멜ㅇㄴㅁ레ㅔ헤.
댓글 : 4 개
- 원츄매니아MK-II
- 2016/05/16 PM 08:20
정말 오랜만에 나온 보고 나서도 긴시간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국내영화 같습니다.
모호한 연출을 쓴 것이 의도한 것인지, 편집의 실수였는지는 솔직히 알 길이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런 연출이었던게 몰입감을 높일 수 있었던 거라고 봐요
해석 잘읽었습니다.
모호한 연출을 쓴 것이 의도한 것인지, 편집의 실수였는지는 솔직히 알 길이 없습니다만.
오히려 그런 연출이었던게 몰입감을 높일 수 있었던 거라고 봐요
해석 잘읽었습니다.
- 김깅가낭
- 2016/05/16 PM 08:39
스팩상 국내여자귀신이 맘만 먹으면 다조지고
상황종결 시켜도 될거 같은대
상황종결 시켜도 될거 같은대
- hapines
- 2016/05/16 PM 09:07
곡성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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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역할이 그렇죠.
제일 힘 쎌것 같은데 명확하게 안도와주는 존재.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써주면 해피앤딩이 될것 같은데 안도와주는 것 같은 존재.
뭔가 했다는데 믿기 어려운 존재.
감독도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 때 능력이 있고 같은 편인 존재가 있었다면 왜 도와주지 않았을까.
교통사고였다면 조금만 핸들을 틀었어도 경상이 되었을텐데.
극중에서도 뭔가 하는듯 한데 결정적이지를 못하죠.
이 세상에 내 편이 있다면 번호 여섯개만 불러달란 말이야!!!!
시험 다 떨어져도 되고 취직 안되도 되니 번호만 불러줘!!!!
라고 절규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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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역할이 그렇죠.
제일 힘 쎌것 같은데 명확하게 안도와주는 존재.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힘을 써주면 해피앤딩이 될것 같은데 안도와주는 것 같은 존재.
뭔가 했다는데 믿기 어려운 존재.
감독도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 때 능력이 있고 같은 편인 존재가 있었다면 왜 도와주지 않았을까.
교통사고였다면 조금만 핸들을 틀었어도 경상이 되었을텐데.
극중에서도 뭔가 하는듯 한데 결정적이지를 못하죠.
이 세상에 내 편이 있다면 번호 여섯개만 불러달란 말이야!!!!
시험 다 떨어져도 되고 취직 안되도 되니 번호만 불러줘!!!!
라고 절규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 제3의귓구멍
- 2016/05/16 PM 08:58
평론가 반이정은. 거의 최악이엇다고 평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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