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담] 언론들의 게임 때리기에 관한 잡설.2012.02.04 AM 09:16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언젠가부터 대한민국 언론에서 컴퓨터 및 비디오 게임을 언급할 때 따라붙는 수사들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 폭력성, 판단력 상실'과 같은 온갖 부정적인 어구들 뿐이다.

게임 이전에, 만화 역시 똑같은 대접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사람을 죽였는데 그 녀석 소지품 중에 만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언론이 호도하면서, 대중들은 눈을 까뒤집고 이건 다 만화 탓이라고 소리를 높였던 때다.

지금도 서브컬처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동네 만화방을 뒤져 찾아낸 속칭 불량만화를 쌓아놓고 불지르던 그 시절에서 그닥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서브컬처는 '건전한 여가활동의 수단'이 아닌 '퇴폐적인 유흥'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단지 근래 일어난 몇몇 청소년 범죄로 인해 그 책임의 화살이 만화가 아닌 게임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만화가 아니냐, 만화는 분명 게임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취할 수 있다. 허나 사실상 절멸된(아동용 학습만화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만화는 이미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관심 밖이며, 실질적인 파이를 차지하는 일본만화는 최근 일본 소비자들의 특성상 '오타쿠'와 같은 내수시장의 일부만을 위한 상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우리나라와는 영 거리가 멀어진 감이 있다.

결국 하루의 대부분을 공부에만 쓰도록 만들어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생활 사이클에는 최대한의 코스트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여가선용이 먹히게 마련인데, 이거저거 다 제하고 나면 게임 정도가 우선순위에 올라오게 된다. 청소년의 90%가 게임을 한다는 통계는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것이 게임이란 이야기가 아니라, 여가선용의 선택지가 게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한다.

그렇다고 애들이 맨날 테트리스만 할 수 있나. 똑같은 메뉴만 먹다 보면 질리게 마련이다. 결국 자극적인 것도 찾게 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불법복제 문화의 발달(기자라는 사람이 폭력적인 게임이 무엇인지 취재하기 위해 구매는 커녕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를 받는 나라다)로, 청소년들이 성인용으로 만들어진 매우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런 행위야말로 국가가 통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부처는 이상한 부분으로 삽질만 할 뿐 정작 이런 쪽에는 영 젬병인 형편이다.

학벌지상주의로 인해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본인의 자녀를 과보호하는 동시에 가정에서 교육해야 마땅할 인성적인 부분에는 무관심을 표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2000년대에 와서는 사실상 자녀에 대한 관리와 책임을 방기하는 정도에 이르렀으며, 결국 이는 국가가 청소년에 대하여 시행히는 '관리(사실상 자유의 제한이다)'를 명문화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었다.

이에 대한 도덕적인 명분을 부여하기 위해 언론이 게임을 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아마도 그러한 시도는 성공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는 불행한 결말이지만, 더욱 다양한 '관리' 역시 추진될 것이다.
댓글 : 9 개
생각할수록 답답한 문제입니다. 어떻게 더 나아지게 만들까요?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 7H불
  • 2012/02/04 AM 09:51
부모들이 자신들의 책임 문제를 다 게임으로 돌리는 듯..
게임이 나쁜게 아니라 중독이 나쁜 거죠.
알콜중독, 니코틴중독, 섹스중독, 마약중독, 게임중독 등등 중독이 사람을 폐인 만드는 건데 정부에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줬으면 좋겠는데
만화 -> 게임이 된 이유를 볼 때 시장크기의 차이점이 크다고 봐요
우리들이 할 수 있는건 목소리를 내는건데
게임관련정책에 옹호적인 정치인에게 투표하는게 가장 편한 방법이겠죠..
아무래도 시대가 다시 60년대로 돌아가는 느낌....
하지만, 정권이 바뀐다면 어떨까?
근데 솔직히 현 온라인 게임이 문제가 있는듯 싶음

나 어렸을때 오락실 대흥 했을때 그러니까 킹오파 94 95 나올때? 그거보다 조금 이후?

오락실 갔다는것 만으로도 엄마한테 잡혀가고 형한테 잡혀가고 이랬고

동네에서 전봇대를 기점으로 망구 나 진돌 등 놀이등을 즐길때는 이리 학교폭력이 심하지는 않았음

지금은 초딩들도 학교 마치면 모여서 피시방가서 총쏘고 칼질하고 그러니까
점점 폭력성을 가지게 되는 경향도 있을거라 생각됨
지들 술쳐먹으러 유흥주점 다니는건 괜찮고

겜하는건 안됨?
카루타=단쿠가/
폭력성에 대한 정확한 수치나 자료를 확인하지 못해서
정확한 언급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짧은 생각으로는
인터넷 보도 역시 자극적으로 작성 또는 그런 일들에 몰두하기 때문에
우리의 인식이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도요,,,

또한 실제로 폭력과 관련된 일이 늘었다고 한다면
그것이 과연 게임만의 문제인가,,, 게임은 오히려 작은 차원이고
더 큰 차원에서, 가령 게임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다른 대중매체의
영향이나 사회적인 측면(핵가족, 맞벌이 부부 등등)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가곧 해봅니다.
책임감 없는 교사 교직원 또는 교육부 등의 책임 떠넘기기 라고 생각 됩니다. 요즘 선생들 보면 다그런건 아니고 대부분이 의욕도 없고 그냥 선생이 아니라 학원 강사 같은 느낌이에요. 그렇게 만든게 정부고 체벌등에 과민반응 보이는 부모들 문제이지 게임만의 문제는 아닌데 결국 게임만으로 책임 회피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이네요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

user error : Error.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