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완의 인생질] 저는 그냥 놀고 싶습니다.2016.04.29 PM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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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놀고 싶습니다.


그런데, 요즘 장난감 가지고 논다고 놀리고 괴롭히는 걸 보니, 무섭네요.


저는 외조카 두분께서 친히 때려 부숴주셔서 노이로제에 트라우마에 걸려서


박스봉인하고 조금씩 몰래몰래 베트남의 베트콩처럼 혹은 레지스탕스처럼


하나씩 꺼내다가 만들고 곧바로 박스에 넣어 버리죠.


울집은 내 물건이 아무리 털려도 보상해주지 않아서 봉인이 답이었습니다.


실제로 봉인 박스끼리 테이프 연결 해놓으니까, 일 나간 사이 박스 하나 꺼내려다가


옆에 붙은 박스까지 떨어지려고 하니까 식겁했는지, 도로 밀어 넣었던데,


박스의 위치가 조금이라도 바뀐 것을 보면 뭐가 사라졌는지 두렵기만 한 과거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다 나이를 먹고 체면이 있고, 취향이 변하니까, 곰팡내나는 제 물건은 건들지 않네요.


울집은 봄이와 허순이 말고 내 편이 없습니다. 봄이도 제 장난감은 씹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족&친척이라는 사람들이 잔혹하게 내 의사는 상관없이 마구 버리거나 주거나,


혹은 그걸 가지고 비난을 일삼다가 내가 돈을 벌어야 가정이 꾸려지는 지경이 되어서야


그냥 놔두긴 하더군요. 차라리 대학 따윈 들어가지 않고 돈부터 벌었으면 나도 나름 맥시멀리스트급


모형취미인 되었을 텐데, 그래도 지금은 가지고 싶은 거 다 가졌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할 것 같았던 가오가이가, 무지 아름다운 방돌, 오락실에 본 블랙록슈터, 제일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 켄신등등


진짜 과거의 내가 원하던 것은 오랜 시간을 지나서야 겨우 지금 다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을 하거나, 친구집 한번 놀러 갔다 오면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올라 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현재의 내가 왜 이렇게 변한 건지, 모르겠네요. 하나만 가져도 행복했던 내가 이제는 열개를 가져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모아 온 것이 가지고 있는 것이 가져야 했던 것이 부정된 기분.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진짜 맛이 있어 보입니다.


내 손에 있는 떡도 맛있는 떡인데.


솔직히 요즘 로봇이나 캐릭터만 보면 너무 좋게 나오고 강하고, 멋있고, 이쁘고, 야하고, 아름답고, 정말 가지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져서 나옵니다.


진짜 로또만 1등 독식만 되면 다 가지고 말 거야라는 망상에 빠지는데,


그 망상에서 벗어나려고 지랄발광을 하면서까지 노력을 해야 겨우 내 떡이 맛이 있어 보이긴 합니다.


가끔 그 지랄발광이 깨달음을 주기도 하지만 주변 친구들은 왜 그렇게 참고 사느냐라고 핀잔을 줍니다.


참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내게 허락된 공간은 좁고, 내게 주어진 돈은 적으니까요.


그래서 무의식이 아닌, 의식적으로 타인의 취미생활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사진을 저장하는 순간부터 저는 질투를 하게 됩니다.


저들은 가질 수 있어서 행복하구나.


그렇게 질투와 시기를 오랫동안 하고나면 현실이 보이고 깨달음이 생깁니다.


내 방은 좁고, 문을 잠글 수 없으며, 내 지갑의 돈은 출퇴근을 위한 교통비와 점심값 뿐이라는 것을.


몇 년 동안 돈을 벌면 모두 바쳐야 하고 주어진 용돈으로만으로 빠듯한 한 달을 보내다보니,


그게 몸에 배이고 말았습니다.


뇌는 저걸 반드시 사야 해! 라고 울부짖고 몸은 자연스럽게 다른 짓을 하면서 뇌를 속입니다.


그걸 가진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야. 저건 마약과 같은 거야. 라고 스스로 속입니다.


내가 저걸 가지지 않아도 다른 방식으로 행복해질 수 있어. 라고 계속 세뇌를 합니다.


하지만 세뇌된 뇌는 오류를 찾아 냅니다. 다른 방식으로 꼭 행복해진다는 확신이 있냐?


꼭 다른 취미를 해야 해? 테니스? 바둑? 골프? 축구? 아니면 등산? 종교에 라도 빠질까?


그 어떤 취미를 해도 결국 돈이 드는데, 왜 자꾸 다른 쪽으로 돌아서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돈 안 드는 취미가 있을까요? 건강도 챙길 겸, 단순히 뛰는 운동인 마라톤을 할까요?


그런데, 잘 뛰려면 좋은 신발을 사야겠네요. 운동복도 그럴 듯 한 걸로 하고요.


돈 안 드는 취미를 추천한다면 망상과 숨쉬기 입니다.


망상은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고 감수성을 높이고, 가끔 두뇌개발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되면 미치광이가 되니, 하루 한 시간만 하십시오.


숨쉬기는 간단합니다. 숨을 한계까지 참다가 못 참을 때, 마음껏 숨을 들이 마시면 됩니다. 공기를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숨을 참다가 뒤질 수도 있으니, 적당히 조절 하셔야 합니다.


숨쉬기를 단전호흡 같은 내공법으로 활용하시면 내공이 생겨서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검기 검강을 쓸 수 있으시면 니퍼 안 사도 되겠네.





오늘 따라 뻘글이 자꾸 써지네요. 오늘 하루 종일 세탁기 돌리고 방청소 하고 똥컴 자료 정리하니 시간이 많이 지나네요.
댓글 : 5 개
저도 그래요. 독일군 장비 수집을 하는 데 13년전 처음 유물을 구입했을 때
매우 기뻐했죠. 이후 하나씩 하나씩 증식할때마다 뿌듯했고요. 지금은 한달에 한번꼴로 사 들이고 있고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지출이 심한데도 그때와 같은 기쁨은 없네요.
이제 이 취미도 쫑낼거예요.
내가기공 수련에 너무 심취하지 말게나
주화입마를 조심하게
개인적인 참견이지만 고스란히 바치는 건 위험하고 조금은 뻥을 쳐서라도 비자금을 마련해둬야하지않을까도 생각하네요. 뭐 님도 이 생각을 하지않은 건 아니겠지만...
자기가 힘들게 번 돈을 자기가 어쩌지못하고 아무리 가족이라도 타인에게 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상상이 가질 않네요.
집에 바친다고 남는건 없습니다
도를 넘어서 과해서 욕 먹는거 아니면
취미로 머라고 하는 집이면 다른 취미해도 욕 먹는건 비슷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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