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완의 인생질] 5월을 겨우 마무리 하고 느낀 바가 있다.2016.05.31 PM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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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겨우 마무리 하고 느낀 바가 있다.



힘들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기본이고, 지금은 정신적 것이 더 힘든 것 같다.



노가다. 막벌이 노동자. 보통 건설현장에서 하는 일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몇 년 전부터 어느 새 노가다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하고자 하는 일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지만, 먹고 사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에 노가다는 내가 현재 해야 할 일이다.



단순히 힘이 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여러 군데에서 다양한 일을 해왔는데, 그 중 몇 곳은 내 의지에 의해서 그만뒀다.



부정한 일.



내가 일을 하다가도 그만두는 이유 중 하나다.



노가다 현장은 항상 부정한 일이 가득하다.



너무 대놓고 속이니, 이제는 서로 웃으면서 서로 속이는 것이 너무 잘 보인다.



사람 수를 속여서 돈을 더 받으려고 하고 자재를 빼돌려서 손해를 충당하려고 한다.



아니, 자재를 빼돌리는 것을 아예 도둑질을 한다고 당당하게 내 앞에서 말한다.



가족들로 구성된 노가다 팀은 더 무섭다.



타인은 노예로 보고 부린다.



타인처럼 느껴진 시간동안 그만두고 싶었다.



자신들이 한 진담은 농담으로 만들고 내가 한 농담은 진담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실수는 실수고, 내가 한 실수는 큰 잘못이 되었다.



어제 타일 레미탈 한포를 등짐을 지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죽을 뻔 했다.



지금까지 죽음에 가까워지는 상황을 자주 겪다보니,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당장 어디로든지, 도망을 쳐야겠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요전에 뉴스에서 한 청년이 혼자서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가 변을 당한 소식을 접했다. 이제 막 어른이 되어 돈을 벌기 위해 현장을 뛰어 들었던 청년은 어떤 희망을 가졌을까?



나도 그 순간 임시로 만들어진 안전 난간에 머리를 부딪쳐서 죽었다면 뉴스에서는 단순히 건설 현장에서 인부하나가 더위 먹고 사망정도로 뉴스에 비추어질까?



똑같은 금액의 일당을 받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저들은 왜 저렇게 일을 하면서 나와 같은 돈을 받는 걸까? 단순히 가족이라서?



맞다. 그들은 가족이고 단체고 팀이며, 세력이다.



그들은 여럿이기에 실수를 감출 수 있고, 그 실수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노가다 일을 처음 배웠을 때가 생각난다.



광수형님.



그 형님은 나에게 처음 노가다 일을 가르쳐 줬다.



지금 잘 생각하면 그 형님도 조금은 어설픈 면이 있긴 했지만, 무슨 일이든 먼저 손을 내밀고 자신 있게 시작하는 사람이었다.



그 형님이 나에게 가르쳐준 노가다의 기본.



내 몸, 자재, 일.



간단하게 세 가지다.



어떤 현장을 가든, 내 몸이 제일 중요하다. 돈을 벌고 싶어도 몸이 아프면 현장에 가면 안 된다. 일하다가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어떤 현장에 있든, 자재가 없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 빗자루를 주지 않고 바닥 빗질 청소를 시키며, 시멘트가 없다고 다른 업체의 시멘트를 훔쳐 오라는 곳에서는 일하지 마라.



내 몸이 건강하고 자재가 충분히 있다면 열심히 일해라.



그 기본을 가지고 열심히 광수 형님을 따라 다녔다.



몸은 힘들어도 그 기본을 지킬 수 있게 해주는 광수 형님 덕분에 일은 진짜 많이 배웠고, 어떤 현장을 가든, 어떤 업체에서 일하든, 적극적으로 일했다.



돈을 벌었고, 가지고 싶은 것도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보이는 것이 점점 늘어났다.




부정한 일.



어딜 가든, 부정한 일이 있었고, 그걸 강요하는 직장이 있었다.



도둑질, 사기, 협박.



우리에게 없는 도구와 자재를 도둑질해라. 출근하지 않지만, 출근했다고 출력일보를 올려라. 우리 작업에 방해 되는 것들은 싸우지 말고 싸워라.




이래라 저래라.



미칠 것 같다.



나는 부정한 일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은 수십 년간 그렇게 살아 왔기에 너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보는 없다.


타협은 더욱 없다.


정직하게 일하는 나는 친구에게조차 한심한 바보로 비추어진다.



그 친구조차 그런 부정한 일에 물들어 있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다른 친구는 빚 때문에 부정한 일에 몸을 담았다가 몸을 망쳤다.



광수 형님도 항상 내 몸이 우선이라고 했으면서 정작 자신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불의의 사고 당하고 휠체어 신세에 팀원들에게 배신까지 당했다.



도둑질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노가다 현장.



사기 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곳에서 불만이 점점 쌓인다.



가족들을 먹이고 나도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언젠가는 부정한 일에 손을 댈 것 같다.



그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 같다.



수십 년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노가다 현장에서 나는 탈출을 꿈꾼다.



그들과 타인 취급을 받아도 상관없다.




나는 정직하게 살고 싶다.
댓글 : 1 개
보기에 시스템이란게 그렇게 허술할 수가 없는데 또 어찌 그리 잘도 굴러가는지...몸 건강 꼭 지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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