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담(실화100%)] 전철역 노숙 경험담-5편(완결)2011.04.11 AM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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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서울역을 향해 걷고 있던 나는
시청역쯤을 지나갈 때 다시 소변이 마렵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까 이용했던 열려있는 입구로 들어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일을 보고 있는데
안 쪽에 있는 양변기 쪽에서
누군가 구역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괜찮냐고 물으며 도와줄까하고 물어보니 괜찮댄다.

그래서 잠시 상황을 보고 있는데
계속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노숙자 한 분이 술을 많이 마셨는지
속을 게워내고 있었다.

나도 취중인지라 동질감이 느껴져
등을 두드려 드렸다.

그러고 나니 고맙다고 하며 혹시 담배 있으면 한 가치만 달란다.
아까 미쿡인들이 비흡연자인지라 뻘쭘했던 것도 있었고
좋다꾸나 생각하며 함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야기가 오고가기 시작했다.

그 노숙자 아저씨는
예전에는 사업체도 하나 운영하며
남 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었는데
IMF가 터지며 사업이 기울기 시작하고
점점 상황이 악화되다가 보니
집도 가족도 버리고 나와서 노숙을 하고 있으셨단다.

아직 술김이기도 하고 어느새 그 아저씨와 조금은 친해져 버려서
아저씨께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을거라며
위로해 드리고 프리허그를 해드렸다.

아저씨 우시더라...

그리고 우리는 담배를 한 가치 더 피우고 잠을 잤다.

그 아저씨가 텃세 때문에 모르는 놈이
안쪽에서 들어가서 자면 위험하다고
바깥 쪽에서 자야된다고 하시며
같이 있어주겠다고 하시기에
계단 근처에서 그 아저씨가 가져온 신문지를 덮고
쪼그려 앉아서 잤다.



자다보니 무언가 소리가 들려와 눈을 떴다
네시인가 네시반인가 그 쯤이었을거다.
노숙자 분들이 전철역의 불을 켜고 셔터를 올리고
개시 준비를 하더니 다들 나가는 것이다.

메트로인지 시인지 에서는 노숙자 분들이 동사하지 않게 한쪽 문을 열어주고
노숙자 분들은 역의 운영에 방해가 되지 않게 알아서 나가며 대신 준비를 해주고
서로 돕는 이런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온정이라는 것이 남아있긴 하다는 것을 느끼며
난 첫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댓글 : 3 개
뭐지 시밤?
훈훈한 결말이네요.
프리허그 멋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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