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담(실화100%)] 군 생활 중에...32011.10.12 PM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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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 말의 일이었다.

첫 혹한기 훈련을 나가게 됐다.

개인적으로 처음겪는 훈련인데다가
그 유명한 혹한기 훈련인지라
설렘 반 두려움 반의 마음을 가지고 훈련 준비에 임했다

선임들의 조언에 따라 핫팩이나 월동장구 류를 두둑히 챙기고
훈련을 나갔다.

그리하여 첫 작계진지에 도착하였는데
처음으로 보게 된 작계진지라 그랬는지 약간 신기한 마음도 있었고
얼마나 빡세게 구를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악명 높은 우리 포대장은 3분이 멀다하고
호각을 불며 각각 상황전파를 하였고
우리는 툭하면 어디로든 달려가 은폐엄폐 후 방독면 착용을 하게되어
비록 이등병이지만 방독면 착용이 익숙해지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등병이 보호두건까지 착용하는 시간이 18초가 걸렸으니
말 다한 거다...

아무튼 그렇게 빡센 하루가 지나가고
내일은 진지이동을 한다는 소식과 함께 취침에 들게 됐다.







곤히 자고 있는데 누군가 막 깨웠다.

텐트 밖으로 나와보니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눈을 치웠다.

밤새 치웠다.

다음 날에도 눈을 치웠다.

산 위에 갇혔다.

그래도 포대장은 여전히 호각만 삑삑 불어댔다.

우리는 눈 쓸다가 달려가서 눈 위에 엎어져서 눈에 파묻힌 채로 방독면을 써댔다.

그리고 밥은 먹어야 되는데 밥차가 못 올라 온대서
1개 분대가 눈을 쓸며 내려가서 밥을 지고 눈을 쓸며 올라왔다.

눈을 쓸면 바로뒤에 눈이 다시 쌓여있었다.

이건 악몽이었다.

야간에 근무를 나갔던 선임이 라디오에서 들었다며 영화배우 이은주가 자살했댄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그런 얘기에는 다들 집중했었다.




한파 주의보에 강풍 주의보에 대설 주의보까지 겹쳤다.

텐트 내부 온도가 영하17도 까지 떨어져 있었고
결국 그 상태로 고장났다...
두돈반 휀다 위에 눈이 30여 센티가 쌓여있었으며
전투화 위로 눈이 넘어들어왔다...
거센 바람에 간이 화장실의 칸막이가 날아다니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원래 1일만 사용하기로 되어있었던 작계 진지였기에
화장실도 깊이 파여있지 않았다.
그런데 1주일 간 갇혀있었다.
넘쳤다.

우리는 절벽에 발만 걸치고 배변의 욕구를 해소하는 수 밖에 없었다.
맛다시와 고추참치로 인한 그 붉디 붉은 욕망의 덩어리들을 절벽아래로 떨구었다.

식수도 떨어졌다.
눈을 녹여먹고 끓여먹었다.
눈 끓인 물을 수통에 넣고 수통을 수통피에 넣고 있는데
포대장이 호각을 불었다.
괜히 수통을 들고 갔다가 산 밑으로 굴러 떨어질까봐
쌓여있던 눈 위에 올려놓고 보이지 않게 살짝 눈을 덮었다.
그리고 달려가서 방독면을 썼고
상황이 해제되서 나왔더니 내 수통이 안 보였다.

그래서 눈 무더기를 보니 수통모양으로 깊숙히 구멍이 나있었고
팔을 집어넣어 간신히 뚜껑을 잡아 빼냈다.

물이 식어있어서 맛있긴 했다.


1주일 간 눈만 치웠다.

그래서 나는 눈이 싫다.

2005년 2월의 일이었다.
댓글 : 3 개
군대 다시가실래요?
오오미...
이게 육이오때 이야기여 아님 국군의 현실이여... 하 이게 뭐하는 짓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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