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어릴적 오락실과 격투게임 이야기2022.08.24 PM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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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상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당연하게도 격투게임 붐이 일어나 오락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는 것은 이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임.

난 엄밀히 말하는 오락실 1세대는 아님.


1세대란 무엇일까. 회사 직장 다니면 현재 부장급 쯤 되시는 분들이 1세대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난 오락실 한판이 50원이던 시절에 오락실을 간적도 없고, 그렇게 뜨겁게 유행했다는 스파2도 버파도 오락실에서 대전이 이루어진걸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임. 처음 오락실을 경험했을 때 주류가 되어 돌아가고 있던 게임은 금천구 시흥동의 상록수 오락실이란 곳에 있던


킹오파 94였음.



애당초 내가 다니던 동네에 오락실들이 5개는 있었는데 버파는 구경도 못해봤고, 스파2는 그 중에서 제일 구석에 무인판이 돌아가고 있는정도.

당시에는 오락실은 한판 100원으로 기본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오락실은 한판 100원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큼.

확실히 내가 인생 처음 오락실을 경험했을 때는 적어도 우리 동네는 SNK가 격겜판을 지배하고 있었음. 당시 국민학생이던 나는


격투게임이란게 있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았음.



용호의권, 사무라이 스피리츠,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등등. 월화의 검사도 종종 돌아가고 있었고.

아랑전설은 특이하게도 동네에서 몇개 본적이 없었고, 굉장히 특이하게도 지금은 잘 모르는 SNK의 닌자 마스터즈라는 게임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거의 안해서 대전은 어려웠지만 굉장히 그래픽이 좋았고 특이했었음. 난 사무라이 스피리츠보다 이걸 더


좋아했음.


여하튼 엄청난 붐이라고 어린 나이에도 피부로 느낄만도 했던게. 그때 당시에 문방구에서 킹오파 카드 같은 것도 팔았었음.

참고로 지금은 다들 쿄라고 하지만 그때만 해도 교라고 카드에도 써있어서 꽤 오랜시간이 지나 다들 쿄라고 불를 때도 교라고 하고 여튼


그랬음.


여하튼 처음 오락실 갔을 때는 사람들 하는 대전에는 끼는것도 누가 끼어드는것도 싫어했음. 왜냐면 처음하는데 이길리도 없고. 지면 바로


끝나고. 돈은 거의 없고. 애당초 오락실은 해롭고 위험한 곳이란 인식이 당시에는 엄청 팽배해 있어서 국민학생들이 대놓고 갈수 있는 곳도


아니었음.

그래서 부모님한테는 항상 비밀로 갔었는데, 사회적 인식이 어땠냐를 하나 예를 들면 당시 나는 태권도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태권도장에서도 이걸 단속해서 만약 오락실 간게 걸리면 도장에서 죽도로 빳다쳤던 시절임. 실제로 나도 걸려서 맞은적이 많고 부모님도 나


오락실 가는걸 굉장히 싫어하셨음.

물론 실제로 깡패도 많고 위험한 사람. 폭력적인 사람. 삥 뜯는 사람. 대전하다 멱살 잡는 사람. 일 끝나고 담배피면서 빠칭코 게임 돌리는


아재 등등 어린 아이들에겐 위험한 사람 많았음. 근데 왜인지 착하던 나쁘던 애들은 그런데 끌리기 마련인거 같았음.

그리고 금지시키고 쳐맞고 해도 다들 어떻게든 안걸리게 갈려고 안간힘을 썼음. 묘한 매력이 있었던 것임.


실제로 어른들이랑 대전하는거 열심히 피해서 94는 거의 싱글로만 했는데, 그때는 학교 앞이든 근처든 아파트 앞이든 문방구가

한둘씩은 꼭 있었는데, 여기에 킹오파95들이 놓이기 시작했음. 오락실은 갈때 걸리는 위험에 부담이 되는데 문방구는 자주 가고

오락실만큼 위험하진 않으니까 부모님들은 오락실을 가는거는 막지만 대신 미끼로 문방구만 오케이 하는 경우가 꽤 많았음.


다만 여기는 큰 어른들이 쭈그려 앉아서 할만한 그림이 안나오잖아? 그래서 문방구 앞은 그래봐야 초딩, 중딩쯤 되는 애들이 많이 모여들었음.

마침 우리 동네 미니 기통은 100원 넣으면 기통 아래 구멍에서 꾀돌이도 나왔었음. 그땐 나름 쏠쏠하게 맛있게 먹었는데 지금같은

위생을 따지는 시대가 왔으니 큰일날 일이었지만 그때는 그냥 아무 문제들도 없이 다 맛있게 먹었음. 이거먹고 딱히 배탈난적도 없고.

실제로 분명 더러웠을텐데 왜 문제가 없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여튼 이제 애들이 중딩, 초딩쯤 되니까 수준이 맞는지 의외로 이기기 시작했음.

95는 그렇게 수련했으나 오락실에서 대전해본적은 없었고. 다만 반에서는 그래도 어느정도 킹오파 잘하는 놈으로 인정받긴 했었음.

기술도 뭣도 제대로 알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시절이기도 하지만 다들 어디서 발견했는지 기본적인 콤보, 무한같은건 탑재하고 있었으니 신기할 따름임.

그리고 킹오파 96이 나왔을 때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기니까 오락실에 한두대 놓이기 시작할 때 주섬주섬 이제 어른이나 형들이랑도

해보고 싶어서 오락실에 진출했던 기억이 있음. 정확한 시기가 맞는지 애매하지만 어렴풋이 기억하는건 그때는 미니카가 또 전국을 강타해서

문방구 앞에 미니카 대회같은걸 열거나 해서 트랙들이 많이 깔리기 시작했던 때로 기억하고 있음.


킹오파 96을 시작했을때도 아직 국민학생이니까 대전하러 갔는데 그래도 생각한것보다 어른들이랑도 붙어볼만 했었음.

다만 어린놈이 이기니까 괴씸하게 생각했을테니 시비도 많이 걸리고 그랬으나 나쁜 기억만 있는건 아닌게. 킹오브를 엄청 잘하는 형이

그 오락실에 한명 있었는데, 왜인지 나랑 대전도 엄청 많이 해주는데 굉장히 진지하게 임해줬던 기억이 있음.


근데 이게 막 말을 많이 걸어주면서 신경써준게 아니라, 대화를 나한테 거의 걸진 않고 말 한마디 없이 되게 희미한 미소 지으면서

돈 없을때 일, 이백원 정도 주면서 계속 하라고 돈을 주거나, 그 오락실에서 야구게임이 하나 있었는데 그걸 나한테 시켜보고

구경하던가 하는 형이 있었음. 난 오랜세월이 지난 지금도 이 형을 잘 기억함. 나도 어린 나이인지라 부끄러워서 말도 못하지만

그형은 정말 말없이 나랑 같이 진지하게 게임도 해주고 내가 돈이 없을때 한두푼이지만 말없이 날 도와줬던 것임.

아직도 나한테는 오락실에 있어서 굉장히 소중한 추억임. 그렇게 그 형은 어느샌가 오락실에서 사라져갔지만, 당시에는 어려서

대화 한번 제대로 못한게 지금으로서는 아쉬움으로 남음.


여튼 킹오파중에서 내가 지금도 좋아하는 시리즈는 96을 꼽는데. 엄밀히 말하면 게임으로서는 그렇게 좋냐고 한다면 글쎄라고 다들 말할것임.

일단 그래픽이 굉장히 뭐랄까 스토리가 아니라 전체 분위기가 굉장히 밝은 느낌으로 바뀐것과 삽입된 스테이지 곡들이 너무도 좋았던것.

그리고 치즈루와 게닛츠가 보스로서 너무나 맘에들었다는 것이 당시 나에게는 강렬하게 다가왔던거 같음.

그리고 게임전개가 전체적으로 빨리진것도 좋았했음. 다만 조작체계를 어떻게 건드렸는지 전 시리즈를 통틀어서 가장 뻑뻑한 입력감을 자랑하는게

최대의 마이너스였던 게임임. 당시 자주가던 오락실에도 크게 인기가 없었는지 가동을 한대밖에 안했었음.


또 시간이 1년 지나 킹오파97이 나왔고, 난 이 작품도 굉장히 좋아했음. 대전감보다는 스토리의 분위기를 좋아했음.

삼신기 팀 엔딩으로 오락실에서 봤을땐 스킵도 안하고 엉엉 울면서 봤음. 뒤에 있는 갤러리도 우는 사람 있었을 정도.

왜인지 스킵안하고 있는데도 오로치 깰때까지 다들 응원해주면서 기다리다가 엔딩 무비 다같이 감상했던 시절임.

애당초 그 오락실에서 삼신기로 끝까지 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서 다들 엄청 응원해 줬었음.

오로치는 쉬운데 각성 야시로가 묘하게 어려워 가지고 여기서 많이들 포기했었는데 삼신기 엔딩 나올때는 다들 숨죽이고 봤던 추억.

또 하나 당시에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때 킹오파의 인기에 힘입어 서점에 킹오파 서점에서 공략집도 팔 때였음. 다만 100원 200원이 중요한 코흘리개한테는 그림의 떡이었음.

당시에 내가 살던 샛별아파트라는 곳에 옆동네 살던 형이 있었는데 이 형은 용돈을 많이 받는지 공략집을 가지고 있었음.


근데 나는 이게 너무도 보고싶은건데 빌려달라고 하면 무슨 보물단지 빌리는거 같은 느낌이라 감히 말 못하다가 용기내서 말했는데

굉장히 흔쾌히 빌려가라고 하는거임. 난 너무 그게 당시에 좋아서 몇번이고 고맙다고 하고 집에서 마르고 닳도록 봤었음.

뭐 공략집이라고 해도 스토리 해설이나 그냥 기술표 들어있던게 다인데 뭐 그렇게 재밌게 봤는지.

근데 그렇게 마르고 닳게 보다가 사고가 하나 터진거임. 버릇없다고 지금도 다들 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때 밥먹을 때 식탁에 옆에서

게임책 놓고 많이 봤었음. 예상되겠지만 여기서 사고를 친거임. 국물을 시원하게 쏟아버렸음.


아까도 말했지만 그거야 뭐 하나 사면 되지 할수도 있는데, 우리집은 용돈에 굉장히 철저했었고 한달 용돈이 500원이었음.

난 정말이지 대사고를 친거고 부모님한테 내꺼 아니라고 이거 물어주게 돈좀 줄수 있냐는 얘기도 하지도 못했던거임.


혼자 울면서 그형한테 솔직히 말도 못하고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생각해낸게


그대로 공략집을 배끼자였음 ㅋㅋ

노트 한권 비슷한 크기로 사가지고 나름대로 필사적이어서 진짜 그릴수 있는거 다 그렸음.

캐릭터 그림도 진짜 온힘을 다해 다 어떻게든 따라해본다고 그리고, 기술명 열심히 손글씨로 쓰고 기술 방향키도 다 일일이 그리고 ㅋㅋ

당연히 학교 갔다가 맨날 가던 오락실도 마다하고 하루종일 작업 했어도 오래 걸릴수 밖에 없어서 그 형이 공략집 아직도 보냐고 보챌 때


얼버무리느라 진땀뻈음.


그렇게 힘들게 전체 기술표가 다 그려진 공략집이 완성이 됐는데 막상 그 형한테 넘겨주려고 원본이랑 비교하니까

그냥 쓰레기 거적데기가 있는것처럼밖에 안보이는거임. 뭐 색칠을 한것도 아니고 그냥 연필로만 그렸고 막 지웠다 다시 쓴 흔적 투성이에.

다 그리고 나서 아 이제 저 형 공략집 빨리 받고 싶어하니까 시간이 없다. 만약 저 형 엄청 화내면 내가 잘못한거니까 아빠한테 싹싹

빌어서 용돈 몇달치 받고 용돈없이 살자. 하면서 솔직하게 말하면서 원본 공략집이랑 내가 그린 공략집 주섬주섬 줬음. 형 너무 미안하다고


하면서


ㅋㅋ 근데 어린 마음에 이게 또 내가 건내주면서 미안해가지고 눈물이 터지기 시작하는 거임. 그렇게 막 크흑카학 하고 흘리면서

그 형이 아이 괜찮아. 어차피 이제 98 나와서 이거 별로 안중요해 ㅋㅋ 이러면서

왜 이런 고생했냐고 솔직하게 말하지 라고 웃으면서 일단 어떻게 그렸는지 보기라도 하자 이러면서 쭉 공략집 그린거 보더니



너무 신기하다고

진짜 이걸 어떻게 다 그렸냐고. 이거 원본 공략집보다 이게 훨씬 더 귀한거라고 하니까 그제야 되서야 안심해서 눈물 그치고 웃었던 기억이 남.




이제 세월이 더 지나 중학교 편이 되지만 너무 길어서 여기까지 씁니다.

과연 후속편을 쓸지는 미지수

댓글 : 8 개
뭔가 감동이 쓰나미~!
킹오파95 하나면 동네 오락실서 백원으로 25분 때우곤 했쥬 ㅋ
고수 친구 덕에 실력이 좋아진것도 있고
엔딩보고 나면 뿌듯한게 더 큼
50원 세대일때부터 다녔었는데.
집이 가난해서 주로 뒤에서 구경하러 다녔고... 가끔 50원 백원이 생기면
좀 길게 할 수 있는 제로팀,골든액스,이까리,서유기,천지를먹다,닌자베이스볼 같은걸 했네요.
기억을 디테일하게 잘 써주셔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스파2대시의 인기는 어마어마해서 동네 허름한 오락실에서도 벽면 1줄 열 몇 대를 스파2대시로 깔아버릴 정도였는데 참 아련합니다.
좋은분들 만나셨네요
저는 킹오파 00 아테나 레오나 킹 st세스로 니가와만 하다 헬멧으로 뒤통수맞은 기억만 있는데
지보다 잘하면 무조건 뭐라고 하는 놈들 드글. 구린 캐릭터가 버프좀 받으면 얍삽이라고 영원히 까는 인간들 드글거리던 시절. 평소에 지들 하는 캐는 얼마나 쎈지도모르고 고민이나 공략법 생각도 안해보고 그저 난리만침. 롤에서 보이는 현상들이 다 거기서 이어져 온것이지.
그시대에 다시 온거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아마 97~98년이 격투게임의 최 전성기 시절이 아닐까 싶네요

킹오파,철권,버파,스파,스타글래디에이터,사립저스티스 학원등등 엄청 나게 쏟아져나왔죠

고등학교 오후 자율 전 저녁시간때 저녁 빨리 먹고 오락실에서 잠깐 게임 한두판 하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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