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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온 괴담
] 한 여름밤의 이야기 - 2 -
2010.06.20 PM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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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 //mypi.ruliweb.com/m/mypi.htm?nid=1084161&num=813
선잠 때문에 피로가 제대로 풀리진 않았지만 날이 밝자 일단 산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 [중년 여자] 에 대한 대책으로 BB탄 총과 야구 배트를 준비했다.
산 초입에 도착했을 때, 진이
[중간에 아직 그 여자가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평상시와는 다른 루트로 산을 올랐다.
한낮의 산은 밝은데다 매미울음소리도 울려퍼지는 게, 흡사 어젯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거짓말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중년 여자]에게 당했던 지점에 다가가자 긴장감이 퍼진 우리는 조금씩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어제 그 장소에 도착했다. 배트를 든 손에 식은땀이 가득찼다.
여자가 못을 박고 있던 나무가 보였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 전모를 확인한 우리는 말을 잊었다.
나무에는 꼬마애 (3~4살된 여자애)의 사진에 무수한 못이 박혀 있었다.
아니 놀란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나무 뿌리 부근에 해피의 시체가 있었다.
혀를 길게 늘어뜨리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해피는 이마에 못이 하나 박힌 채 누워있었다.
우리는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나는 해피의 시체를 보곤 다음에 중년 여자를 만나면 나도 해피처럼.....
이런 생각이 들어 바로 집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 때 쥰이
[터치....터치의 시체가 없어! 터치는 살아 있을지도 몰라!]
그러자 진도,
[분명 터치는 도망친 걸거야. 혹시 기지에 있지 않을까?]
나도 터치만은 살아 있어주길 바랬기에, 우리 셋은 비밀 기지를 향해 달렸다.
비밀 기지가 보이는 곳에 달려왔을 때, 진이 갑자기 멈췄다.
나와 쥰은 [중년 여자?!] 라고 생각해서 바로 몸을 숙였지만, 진은 망연히 손을 들어
[....뭐야....저거?]
기지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나와 쥰은 천천히 일어서서 기지쪽을 보았다.
뭔가 기지의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처음엔 몰랐으나, 곧바로 기지 지붕에 뭔가 붙어 있는 게 보였다.
근처에 다가가서야 그것이 쥰이 기지에 두고왔던 가방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헌데 기지 지붕 전체에 못이 빼곳히 박혀 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경악했다.
[이 비밀기지! 중년 여자한테 들켰어!!]
진이 손에 든 배트를 꽉 쥐고 천천히 기지로 다가갔다.
나와 쥰은 뒤쪽에서 BB총을 겨냥했다. 중년 여자가 기지 안에 있을 지도 모르니까.
진은 천천히 움직여 문 근처로 이동했다. 그리고 문에 손이 닿자 마자 재빨리 열어 제쳤다.
「우왓! 」
뭔가를 본 진이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찣었다.
우리는 대체 뭔가 진을 놀라게 한 건지 확인하려 천천히 기지안을 확인했다.
거기엔 피투성이가 된 터치의 시체가 있었다.
[우왓!]
우리는 진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터치의 이마에는 역시나 못이 박혀 있었다.
이걸 보고 나는 생각했다.
그 여자는 터무니 없는 미치광이다.
어젯밤, 이 산에 남아 있었던 걸 진심으로 후회했다.
터치의 시체를 보며 멍해 있는 동안, 무언가를 발견한 진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이!! 저거.....]
나와 쥰은 아무 말 없이 그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기지안에는....
벽이나 마루 바닥에 이상한 위화감이....뭔가가 새겨져 있었다.
가까이서 확인해보니,
[쥰 죽어, 쥰 죽어, 쥰 죽어, 쥰 죽어, 쥰 죽어, 쥰 죽어, 쥰 죽어, 쥰 죽어, 쥰 죽어, ....]
못으로 새겨놓은 듯한 글자가 무수하게 적혀 있었다.
쥰은 아무 소리도 못한 채 굳어졌다.
우리들도 놀랐다. 어째서 이름을 들킨걸까
[쥰의 가방에 이름이 쓰여져 있잖아!!]
진의 말에 나는 바깥에 있던 가방을 확인해보았다.
못이 무수하게 박힌 가방에는 확실히
[5학년 3반, 쥰]
이라고 쓰여 있었다.
쥰은 울기 시작했다.
나랑 진도 울고 싶었다.
학년과 반, 거기에 이름까지 들켜버린 것이다.
이제 도망갈 수 없다.
나랑 진도 들킬 거야.
머릿속이 새하애졌다.
우리 모두 터치나 해피처럼 이마에 못이 박힌 채 살해당한다....
진이 말했다.
[경찰에 말하자! 이제 안돼! 도망갈 수 없어!]
나는 패닉 상태로,
[경찰에 말하면 비밀기지에 대한 거나 어젯밤 거짓말했던 걸 들켜서 엄마, 아빠한테 혼나!]
이런 바보같은 소리를 했다.
당시에는 부모님에게 혼나는 게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쥰은 계속 울고만 있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우리들은 아무 말 없이 산을 내려갔다. 쥰은 계속해서 울었다.
나는 중년 여자가 보고 있지 않을까 해서 계속 두근 두근 거렸다.
산을 내려가는 중 진이 말했다.
[이제 이 산에 오는 건 그만두자. 한동안 얼씬도 안하면 그 여자도 우리를 잊을 거야.]
[그래, 대신 이 일은 우리만의 비밀인 거야. 알겠지? 여긴 절대 오지 말자.]
나는 그렇게 동의했다.
진은 내말에 수긍했지만, 쥰은 아직도 울기만 했다.
그 날 각자 집에 돌아간 이후, 우리는 여름방학 동안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
2주일 뒤 신학기, 학교에서 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진은 등교했기 때문에, 우리 둘은 설마 쥰이 그 여자에게 당한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이 들어, 방과후 쥰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쥰의 집에 가니 쥰의 어머니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쥰의 어머니는 일부러 병문안 와줘서 고맙다며 우리를 쥰의 방으로 안내해줬다.
방에 들어가보니 쥰은 침대에 누워 만화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우리 둘은 안도했다.
진 [어째서 오늘 학교 안 온 거야?]
나 [걱정했잖아. 감기인 거야?]
쥰 [.....]
쥰은 아무 말 없이 만화책을 덮었다.
그러고 있자니 쥰의 어머니가 과일과 쥬스를 가져왔다.
[며칠전 부터 두드러기가 돋았거든. 그런데 계속 낫질 않는 구나]
[과자 같은 거 먹다가 체해서 그런가 아닐까 하는데....]
아줌마는 이렇게 말하곤 웃으며 방에서 나갔다.
나와 진은 마침내 안심한 얼굴로,
[뭐야~ 두드러기인 거야? 그런 걸로 학교 쉬다니 너무 꾀병이 심하잖아~]
놀려대는 어투로 말했지만, 쥰은 반응하지 않았다.
[어이? 왜 그래?]
진이 묻자, 쥰은 아무 말없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었다.
몸에 돋아 있는 붉은 반점.
분명 두드러기였다.
[두드러기 같은 건 약바르면 나아.]
내가 그리 말하자 쥰은 낮은 목소리로.
[이거....그 여자의 저주야.]
그러면서 등을 보여줬다. 등에도 무수한 두드러기가 나있었다.
진 [두드러기가 많긴 하지만, 이런 걸로 저주라니. 그건 이제 잊으라구.]
쥰 [옆구리를 봐!]
오른쪽 옆구리, 두드러기 가장 심한 곳이었지만 저주와 연관된 만한 건 없었다.
쥰 [잘봐!! 그거 사람 얼굴이잖아!]
나와 진이 깜짝 놀라 다시 보자니 직경 5cm 정도, 피부가 심하게 진무러진 게 보였다.
어떻게 보면 사람 얼굴 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냐? 사람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쥰 [어떻게 봐도 얼굴이잖아! 나만 저주 받은 거야!]
나와 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쥰의 분위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에.
언제나 상냥하고 온후하던 쥰이.....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생기가 없는 눈, 정신적으로 쫓기고 있는 듯 했다.
우리는 이 자리에 있는 게 괴로워졌기에 바로 쥰의 집을 나왔다.
돌아가는 길에
나[....저거....[이 세상에 저주 같은 건 없어!!]]
내 말에 진이 끼어들며 외쳤다.
그 말에 나는 조금이지만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3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쥰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나나 진, 둘다 전화 통화를 길게할만한 입장이 못됐기에 쥰에 대한 소식을 전해듣지 못했다.
다만 담임 선생님을 통해,
[쥰은 피부병으로 잠시 못나온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뿐.
그러던 중, 학교안에서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학교 통학로에서 트렌치 코트를 입은 여자가 학생들의 얼굴을 주시하고 다닌다.]
라는 소문이었다.
나는 그 소문을 듣고 엄청나게 동요했다.
왜냐면 나는 중년 여자에게 얼굴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진에게 상담했다.
진 [괜찮아. 어두운 밤이라서 못봤을 꺼야. 신경 쓰지마.]
진은 패닉 상태인 나를 진정시키려 한 것인가, 상당히 냉정하게 답했다.
하지만 나랑 진은 통학로가 완전히 반대 방향.
쥰의 경우엔 비슷한 방향이지만, 학교를 쉬었기 때문에 나는 혼자서 집에 가야만 한다.
나 [한동안은 나랑 같이 가줘. 나 무서워.]
진은 조금 기막히단 얼굴을 했지만, 이내 알았다고 답했다.
이 날부터, 방과후 집에 갈 때는 진과 함꼐 가게 되었다.
첫날엔 소문으로 들은 트렌치 코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선 변함없이 트렌치 코트 여자에 대한 소문이 돌아다녔다.
진과 같이 하교하게 된 지 5일 째 되던 날, 우리는 쥰네 집에 문병을 가보기로 했다.
선물로는 급식에 나왔던 디저트인 오렌지 젤리를 들고 가기로 했다.
쥰에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평소처럼 쥰네 엄마가 밝은 얼굴로 나와서 우리를 집안으로 들여주었다.
쥰은 이전처럼 낙담한 상태였다. 두드러기 자체는 많이 나았지만,
쥰 [옆구리의 그것은 계속 커지고 있어.]
이렇게 말했지만 나랑 진이 보기엔 이전보다 호전된 상태로 보였다.
쥰은 그만큼 정신적 쇼크가 심했던 것일까.
그래서 우리는 쥰에게 트렌치 코트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돌아가기 직전 쥰의 어머니가 문앞에서,
어머니 [우리애, 반에서 괴롭힘이라도 당하고 있는 거니?]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바로 부정했지만 진짜 이유를 말할 순 없었다.
3일 뒤,
그 날은 드물게 나와 진 그리고 나이토와 사사키 4명이서 함께 하교했다.
나이토는 몸집이 크고 사사키는 꼬맹이.
흡사 실사판 자이안과 스네오 같은 녀석들이었다.
이때쯤 나랑 진의 머릿속에서 중년 여자에 대한 경계심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트렌치 코트 여자가 실제 있다해도 완전 다른 사람일꺼라 생각할 정도였다.
그날은 모여서 놀러가려고 평소랑 다른 길로 가던 중이었다.
이게 실수였다.
4명이 즐겁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던 중,
사사키 [어라, 저거 트렌치 코트 여자 맞지?]
나이토 [우왓! 진짜 있었던 거야? 기분 나빠!!]
나는 천천히 그쪽을 쳐다봤다. 마음속으로 제발 딴 사람이길 빌면서.
우리가 가는 길 앞쪽에 트렌치 코트를 입은 여자가 동네 슈퍼의 비닐봉투를 한손에 들고
아직 늦더위가 남는 아스팔트 길가에 우뚝 서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진은 우리들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진 [눈 마주치지 마.]
여자와의 거리가 조금씩 줄어들어간다.
긴장해서 목이 탔다.
여자는 아무 미동보이지 않을 채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서있었다.
여자와의 거리가 5m 정도 남았을 때, 여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리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바로 우리 가슴팍으로 시선을 내렸다.
명찰을 확인하고 있어!!
나는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 때의 그 얼굴이 플래시백해서 심장이 입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틀림없이 그 여자는 [중년 여자] 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걷기만 했다.
언제 덤벼들지 몰라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몇초가 영원처럼 느껴졌다.
나이토 [뭐야, 저 눈초리! 저 아줌마 분명 정신이 이상해 ww]
사사키 [이렇게 쪄죽을 듯이 더운데, 저 모습은 대체 뭐야? www]
그들은 중년 여자를 바보취급하며 웃었지만, 나와 진은 웃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사사키가 말했다.
사사키 [에...들렸나? 이쪽 계속 보고 있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돌렸다.
[중년 여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납인형 처럼 무표정했던 [중년 여자]의 얼굴에 씨익하고 기분 나쁜 미소가 번졌다.
등골이 얼어붙는 다는 건 이런 것인가.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지에 소변을 지렸다.
들킨건가? 내 얼굴을 생각해낸 거야? 들켰다면 어째서 덮치지 않는거지?
내 머릿속은 그것에 대한 생각들로 꽉 찼다.
이제 놀러갈 상황이 아니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여자가 안보이게 되자 나는 진의 팔을 잡으며,
나 [돌아가자!!]
진은 내눈을 한동안 쳐다본 뒤,
진 [아, 오늘 학원 가야 하는 날인데. 먼저 돌아갈께]
나이토, 사사키와 헤어진 우리는 달리기 시작했다.
집이랑 반대 방향으로 달리면서 진에게 말했다.
나 [그 여자야. 그 눈초리, 분명 우리를 찾으러 온 거야!]
진 [명찰로 이름을 알려고 한 건가. 학년이랑 반은 쥰의 가방 때문에 알고 있었을 테니.]
나는 아직도 냉정하게 생각하는 진의 태도에 화가 났다.
나 [끝났어!! 이제 도망칠 수 없어!! 분명 이제 곧 집 주소도 알아낼 거야!]
진 [역시 경찰에 말하자. 이대로는 안돼. 도움을 받자구.]
나 [.....]
나는 그저 침묵했다. 분명 그외에 수단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 [하지만 경찰한테는 뭐라고 말해?]
진 [산이야. 그 산에 남겨진 사진이나, 터치의 시체.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그 여자가 위험인물이란 증거를 보여주면 경찰이 체포할 거야!]
나는 진의 말에 납득했지만, 그 산은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일 방과후, 우리는 산에 돌아가 보기로 약속했다.
내일 산에 가보기로 약속한 나는 바로 귀가하려 했지만,
[중년 여자] 가 어디에 잠복해있을지 몰랐기에 빙 돌아서 가야 했다.
평상시라면 20분만에 갈 수 있는 거리를 2시간이나 걸려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나는 바로 진에게 전화했다.
나 [집 위치를 들키거나 하진 않았겠지? 오늘 밤 무서워서 못잘 거 같아.]
나는 스스로가 이정도로 겁쟁이일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오두막 한가득 새겨져있던 저주의 문구를 본 쥰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게 이해됐다.
진 [괜찮아. 그렇게 바로 들키진 않을 거야.]
이 떄 나는 진이 내 형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날밤에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면서 밤을 지샜다.
씨익하고 웃는 중년 여자의 얼굴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날 방과 후. 우리는 그 산을 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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