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한 여름밤의 이야기 - 4 -2010.06.20 PM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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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까워졌을 쯤,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 할 시간이 됐단 생각에

발걸음을 보다 빨리 했다.

탁탁탁탁탁....골목 사이로 내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탁탁탁탁탁.

조용한 밤이었다.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응?

내 발소리 말고 다른 발소리가 겹쳐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아무도 없다.

난 정말 겁쟁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달렸다.

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

누가 따라오고 있다.

한번 더 멈춰 서서 뒤쪽을 쳐다봤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내 발소리에 섞여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나도 쥰처럼 존재하지 않은 [중년 여자]의 저주에 쫓기고 있는 것 인가?

너무 겁을 먹고 있는 건가?

그렇게 한동안 계속 뒤쪽을 쳐다보았다.

터질 듯 두근거리던 심장이 잠시 멈췄다.

나한테 좀 멀리 떨어진 뒤쪽, 집 근처에 세워진 오토바이 옆에 누군가 주저 앉아있었다.

아니 숨어 있었다.

달빛만으론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코트를 입고 있다!!

나는 그걸 확인하고 몸이 굳었다.

숨어 있는 사람은 나한테 발견되지 않았다 생각하는 듯 한데, 실루엣만은 확실히 보였다.

나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 여자다!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넋을 잃을 것 같았지만 본능적으로 달렸다.

정말 필사적으로. 숨도 쉬지 않고 달렸다.

나 자신을 잊고 달렸다.

집까지는 이제 몇 미터.

좋아. 이제 도망칠 수 있어!

그러다 머리속으로 한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대로 집안에 들어가면 우리집이 어딘지 들키잖아.

그 생각이 든 순간, 집을 무시하고 집 옆으로 난 골목길 사이로 달려나갔다.

분명 내 뒤를 쫓아올 [중년 여자]를 떨궈내기 위해.

5분 정도, 지그재그로 골목길을 마구 달렸다.

그러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나는 천천히 몸을 세워 뒤를 돌아보았다.

[중년 여자] 로 보이는 그림자도 안보였고 발자국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경계하면서 집으로 발을 옮겼다.

집근처에 도착한 나는 다시 주위를 경계하다 빠른 동작으로 집안으로 뛰어들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집을 비운 터라 문이 잠겨 있었지만 재빨리 가지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의 자물쇠를 잠그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니 [후우.....]

우선 진한테 알려줘야 겠단 생각에 신발을 벗으려던 찰라, 현관앞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신발을 벗으려다 몸을 굳히고 현관을 응시했다.

우리집 현관은 미닫이로 불투명 유리가 끼워진 알루미늄 샤시로 되있었다.

바로 그 불투명 유리 저편에 누군가 서있는 그림자가 비쳐보였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1m도 안되는 거리에 [중년 여자]가 있다!

나는 숨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몸을 딱 고정시켰다.

아니,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가위에 눌릴 것 처럼.

뱀의 시선 아래 놓인 개구리라는 게 이런 심경인 건가.

불투명 유리 너머로 보이는 [중년 여자]의 그림자를 그저 올려다 보았다.

[중년 여자]는 아무 미동도 없이 그저 서있었다.

이쪽에 있는 나를 보고 있는 걸까?

그 때였다.

유리 너머에 있던 여자의 왼팔이 천천히 움직었다.

그리고 천천히 문 손잡이 부분으로 뻗어 가더니

덜컹

문이 흔들렸다.

내 심장은 다시는 없을 정도로 새차게 뛰기 시작했다.

[중년 여자]는 문이 잠겨 있는 걸 확인한 뒤 천천히 원래 자세로 돌아갔다.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

[중년 여자] 현관문에 더욱 바짝 다가오더니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유리 너머로 귀를 살짝 대었다.

안쪽 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어!

눈앞에 있는 불퉁명 유리 너머로 여자의 귀가 선명하게 보였다.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토할 것 같았다.

심장 고동은 이미 절정에 달해 폭발할 듯 했다.

심장 뛰는 소리를 들킬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 만큼.

[중년 여자[는 2~3분 정도 유리에 귀를 대고 있다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걸어갔다.

조금씩 조금씩 여자의 그림자가 희미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나 [...갔나....?]

나는 조금도 안심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중년 여자]는 정말로 떠난 걸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을까.

아직도 집 근처에 있다면?

만약, 내가 집에 들어오는 걸 [중년 여자]가 봤다면?

내가 있다는 걸 확신한 다음 아까 같은 행동을 한 것 이라면?

그렇다면 그 여자는 분명히 집 근처에 있을 것이다.

나는 천천히 주의를 기울여 신발을 벗은 다음 거실로 이동했다.

전등은 절대 켜지 않았다. 내 존재를 알릴 수 있으니까.

거실로 간 나는 바로 전화기를 들어 진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발신음이 3번 정도 울린 뒤 진 본인이 전화를 받았다.

나 [진이야? 위험해. 왔어. 그 여자가 왔어. 들켰어. 들켰다구.]

나는 속삭이는 목소리로 진에게 말했다.

진 [뭐? 어떻게 됐다구? 무슨 일이야?]

나 [우리 집에 그 여자가 왔어. 빨리 어떻게든 해줘.]

나는 진에게 매달렸다.

진 [진정해. 집에 아무도 없는 거야?]

나 [없어! 빨리 도우러 와줘!]

진 [우선 문단속 먼저 확인해봐. 그 여자는 어디 있는데?]

나 [몰라! 하지만 방금 전까지 집앞에 있었어]

진 [당황하지마! 우선 문단속이야. 알겠지?]

나 [알았어. 확인해볼테니까 빨리 와줘.]

나는 전화를 끊은 뒤 문단속을 하러 우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까지 가는 건 전등은 하나도 켜지 않았기 때문에 오로지 오감에 의지해야 했다.

우선 화장실 창문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게 주의하며 닫았다.

다음은 욕실.

욕실 창문을 천천히 닫고 잠궜다.

욕실에서 나온 나는 거실 뒤쪽 문을 잠그려 이동했다.

복도벽을 더듬으며 이동하던 나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근처 창문을 쳐다봤다.

평상시와 다름 없이 얇은 레이스 커텐이 쳐져 있는 창문 뒤로 사람 그림자가 비쳐보였다.

누군가 창밖에 얼굴을 딱 붙인 채 실내를 들여다 보려 하고 있었다.

집안은 전등을 켜지 않았기에 안의 모습은 안보일테지만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밝은 바깥쪽 모습은 확연히 보였다.

창문 밖에 [중년 여자]가 흡사 도마뱀마냥 찰싹 달라 붙어 있다.

나는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나는 육식동물을 찾아낸 초식 동물 마냥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온몸이 마구 떨렸다.

저쪽에서 이쪽이 보이는 걸까?

[중년 여자]는 안쪽을 탐색하는 듯 싶더니 그 자세로 그대로 창문 중심으로 이동했다.

창문에서 끼긱 끼긱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렸다.

[중년 여자]가 오른손으로 창문을 긁고 있었다.

끼긱 끼긱 끼긱

끔찍한 소리는 계속됐고, 내 공포심은 절정을 치달았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중년 여자]의 기이한 행동에 공포를 느낀 나는

너무나 무서운 나머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쪼그려 앉아만 있었다.

그러던 중 [중년 여자]는 갑자기 고개를 획 돌리더니 어딘가를 달려 갔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라서 그냥 창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창문 너머 도로로 붉은 빛이 지나가는 게 보였다.

경찰이다!!

나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히 지나가던 경찰차를 보고 [중년 여자]가 도망친 거라고.

나는 당분간 제자리에 주저 앉아 떨고만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었다.

너무 갑작스러워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진의 전화였다.

진 [괜찮아?]

나 [방금 전까지 있었는데...지금은 어딘가로 갔어.]

진 [부모님이 돌아오신거야?]

나 [아니 우연히 경찰차가 지나간 덕분에 도망친거라 생각해.]

진 [그래? 다행이다. 안 그래도 너희집 근처에 의심스런 사람이 돌아다닌 다고 신고했어.
하지만... 슬슬 위험해. 그 여자한테 집도 들켰고.
....부모님한테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

나 [.....]

진 [나도 오늘 부모님한테 말할테니까. 너도 말해. 진짜 위험하니까.]

나 [....응.]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돌아왔다.

나는 집안의 불도 켜지 않은 채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댓글 : 3 개
뒷이야기도있는건가요?
뭔가 흥미진진
중년여자가 엄마라는거임?
아 4편이네. ㅋ 첨부터봐야지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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