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한 여름밤의 이야기 - 6 -2010.06.20 PM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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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부터 5년.......

나, 진, 쥰은 각자 다른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우리들은 그 후로 만나는 일도 없어졌고,

각자 다른 인생을 걷고 있었다.

물론『중년 여자』사건을 전부 잊어버리지는 못 했지만,

그 사건에 대한『공포심』은 그 때보다 없어졌다.

그러던 고1 겨울방학, 오랜만에 『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야 ! 오랜만이야 !』라며 인사를 하고난 쥰은,

쥰『사실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발이랑 허리뼈가 부러져서 입원해 있어.』

나『뭐?! 어디 병원인데 ?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병문안이라도 갈까 ?』

쥰『뭐, 그건 고마운데 말이야... 너,【중년 여자】일 기억하지 ? 그 사건 얘기는 아닌데... 얼굴 기억하고 있어 ?』

나『......왜 ? 뭐야 갑자기』

쥰『.......병원에서 매일밤 면회시간이 끝나면... 이상한 아줌마가 날 보러 와......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나는 쥰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잊어버리고 있던『중년 여자』의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 났다.

처음 만났던 그 날 밤의『이를 악 문 얼굴』

하교 때 보았던『기분 나쁜 웃는 얼굴』

집 앞 현관에서 본『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던 얼굴』

그 때 이후로 계속 잊어버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트라우마』였던 것이다.

나는 쥰에게『무슨 소릴 하는 거야 ? 이제 잊어버려 ! 아직도 떨고 있다니 너 진짜 소심하다 ?』

라고 대답했다. 마치 내 자신에게도 들려주듯이...

쥰『그렇지 ?.... 이런 곳에 있으면 은근 소심해지는 거 같아 !』

나『그렇게 소심하게 구는 건 아직도 안 변했네』

라고 여유를 보였다. 결국 나도 그 때 이후로 성장하지 않은 건가...

그리고 나서『며칠 후에 야한 책 들고 병문안 갈게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중년 여자』

쥰이 했던 말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전화를 끊은 후, 잠시 생각을 했다.

설마 이제와서『중년 여자』가 나타날 리 없어.........

그리고 그 사람은 이미 잡혔는데....... 혹시 석방된건가 ??


그나저나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들은 『중년 여자』에게 해코지를 하지도 않았다.

단지『중년 여자』가 저주 거는 것을 본 것 뿐인데, 우리가 입은 상처가 너무 크다.

우연히 밤에 산 속에서 만나서 당했고... 우리들은『중년 여자』에게 빼앗은 것도 없고 상처를 입히지도 않았다.

『중년 여자』는 우리들에게서 해피와 터치를 빼앗고, 비밀기지를 부시고.....

무엇보다도 우리들 세 명에게『공포』를 심었다.

『중년 여자』가 아무리 집념이 강하다고 해도 우리들에게 관여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걸 생각하는 것도 그렇지만, 원망하고 있다면『사진 속의 소녀』를 원망해야 할 것이고 !

나는 억지로 내 자신을 납득시켰다.

이틀 후, 나는 아르바이트를 쉬고 서점에서 야한 책 3권을 사서 쥰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쥰과 만난다는 두근두근함, 쥰이 전화로 했던 이야기에 대한 두근두근함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병원에 도착한 것은 낮이 조금 지나서였다.

쥰이 있는 병실은 3층. 나는 쥰의 이름표를 찾기 시작했다.

303호실, 6인실에 쥰의 이름이 있었다.

왼편 창가 제일 안 쪽에 쥰의 모습이 보였다.

『쥰, 오랜만이야 !』

『오 ! 진짜 오랜만이네 !』

생각한 것보다 많이 건강한 쥰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약속한 대로 야한 책을 건네니 쥰은 새 장난감을 받아든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쥰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쥰과 있으니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마음에 즐겁게 웃었다.

이야기를 하니 눈 깜짝할 새에 시간이 지나고, 면회 종료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그럼, 슬슬 돌아갈..............』

쥰『사실, 전화로 말했던 건데........』

쥰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나『중년 여자 얘기지 ?』

쥰『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이 시간만 되면 오는 아줌마가 있는데...... 뭔가, 좀.... 그렇다고 해야하나......』

나『기분탓이야 ! 괜히 무섭게 하지마 !』

쥰『그러니까 내가 착각하는 거일 수도 있다니까 ? 겁 줘서 미안하다 !』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나는 바로 분위기를 알아채고 쥰에게 사과를 하려고 했다.


그 때,

『덜덜덜덜......』

복도에서 타이어 바퀴소리가 들렸다.

쥰이 『왔다...』라며 속삭인다.

나는 시선을 병실 입구에 돌렸다.

『덜덜덜.』

바퀴소리가 문 앞에서 멈춘 것 같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입구에는 위아래로 남색 작업복을 갖춰 입은 아주머니가 있었다.

나는『뭐야 ! 겁 주지마 ! 그냥 쓰레기 걷는 아줌마잖아』 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아주머니는 환자들의 쓰레기통 속에 쓰레기들을 걷었고, 마지막으로 쥰의 침대에 다가오기 시작했다.

쥰이『봐봐 !』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살짝 보았다.

『!』

나는 숨을 삼켰다.

닮았어... 아냐,『중년 여자』? 인건가 ?

나는 눈동자가 작아졌고, 잠시동안 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가 나를 향해 가볍게 머리를 숙이고는 병실을 나갔다.


쥰은『어때 ? 아닌 거 같아 ? 내가 괜히 겁낸 거야 ?』라며 묻기 시작했다.

나는『아냐 ! 그냥 청소부 아줌마잖아 !』라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확실히 닮았다. 다른 사람이랑 닮은 건가...?

나『......그럼 슬슬 돌아가볼게 !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빨리 퇴원이나 해 !』

쥰『그렇지...? 그 여자가 여기 있을 리가 없지. 니가 아니라고 해서 안심했다. 또 놀러와 ! 심심하니까 !』

나는 인사를 하고는 병실을 나와서 재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머리 속에서 조금 전의 아주머니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중년 여자』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중년 여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정신 나간 느낌』이다.

조금 전의 아주머니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만약 조금 전의 아주머니가『중년 여자』라면, 내 얼굴을 본 순간 이상한 소리를 내며 덮쳐올 것이다.

'그래, 그 아주머니는 다른 사람이랑 닮은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그 병원에 있는 것이 무서워져서 재빨리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서도『중년 여자』=『청소부 아주머니』라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역시나 신경 쓰여........

그 날은 잠들기 전까지 종일 그 일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청소부 아주머니』가 신경 쓰여서 아르바이트도 빨리 끝마치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자전거로 30분.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면회시간도 훨씬 지난, 밤 8시가 지난 시각이었다.

지금쯤이라면『청소부 아주머니』도 당연히 돌아갔을테지만,

일단 임시입구로 병원에 들어가서 쥰의 병실로 향했다.

조용히 쥰의 병실로 들어가니 쥰이 누워있는 침대는 커텐으로 막혀있었다.

『자나?』 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커텐을 열어 사이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으악 !』

쥰이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더니

『깜짝 놀랬잖아 !』

라며 무언가를 배게 밑에 숨겼다.

쥰은 야한 책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일부러 야한 책 이야기는 하지 않고,

『심심할 거 같아서 와 준 거야 !』

라고 말하면서 쥰의 어깨를 쳤다.

그러자 쥰은 조금 어색하게

『아 ! 이 시각엔 좀 심심해 ! 로비에 가서 차라도 한 잔 할래 ?』

라며 일어났다.

나는 휠체어를 침대 옆으로 가져와서 쥰을 태웠다.

『로비는 1층이니까 간호사들한테 안 들키게 내려가야 돼 !』

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은 마치 도둑이 걸어가듯이 조용히 1층 로비까지 내려갔다.

로비는 낮과는 다르게 깜깜햇고, 환한 곳이라고는 자판기와 비상등의 불빛 밖에 없었다.

쥰『이렇게 깜깜한 데서 살금살금 걸어오니까 그 날 밤 생각난다』

나『응. 왜 우리는 그 때 그 사람을 미행한 걸까......』

내 말에 쥰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는 오늘 병원에 온 이유,『청소부 아주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할 생각이었지만 주저하고 있었다.

쥰은 앞으로도 1개월 가까이 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건데 그런 얘기 하는 건... 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그 당시처럼『원인 불명의 두드러기』가 생길 지도 모른다.

쥰『너 그 아줌마 때문에 온 거 아냐 ?』

나『응 ? 뭐가 ?』

쥰의 이야기에 나는 모르는 척 대답을 했다.

쥰『아줌마 때문에 온 거지 ? 역시 닮은 거였어... 아니다, 확실히 그【중년 여자】일 수도 있잖아 ?』

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쥰의 분위기에 눌려 대답했다.

나『확실히 닮았어... 분위기는 다른데... 닮았어』

쥰『역시... 저번에 전화에서도 말했는데...』

쥰은 목소리를 한 톤 낮게 조용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쥰『내가 입원하고 이틀 지난 밤에 발이랑 허리가 너무 아파서 계속 잠이 못 들었어.

뒤척거리지도 못 하고... 소등시간이라서 어쩔 수 없으니까 눈 감고 자보려고 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나서 조금 잠이 오기 시작해서 꾸벅꾸벅 대고 있는데【시선】이 느껴졌어.

순찰하는 간호사인 줄 알고 무시하고 있었는데... 하..하..거리면서 숨소리가 들려서.......

뭐지 ? 옆 사람 자는 소리인가 ? 하고 실눈을 떠서 봤거든.

그랬더니 내 침대 커텐이 3센치 정도 열려있고 그 사이로 어떤 사람이 나를 보고 있는 거야..

잘은 안 보였는데 그 눈이 확실히 날 보면서 웃고 있었어.

그래서 무서워서 자는 척을 했는데 그대로 잠들어서 눈 떠보니까 아침이었어.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그【웃고 있는 눈】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는데.....『청소부 아줌마』눈이랑 똑같았어 !』

【웃고 있는 눈】

나는 그 눈을 알고 있었다.

『중년 여자』가 날 그 웃고 있는 눈으로 보고 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바로 쥰이 말하는 광경이 떠올랐다.

쥰은 이어서,

『그리고 그 아줌마, 쓰레기 걷으러 올 때 살짝 보면 왠지 모르게 자꾸 눈이 마주쳐.

내가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날 계속 보고 있어... 반은 웃고 있는 얼굴로......』

그 말을 들은 나는 의문을 품고 있던【중년 여자=청소부 아주머니】에 대한 확신이 바뀌었다.

역시 그랬어...

석방된 거였어 !

캔커피를 들고 있던 내 손이 떨렸다.

『그 때의 공포』를 아직도 몸이 기억하고 있구나......

그 때, 내 뒤에서 갑자기 빛이 비춰졌다.

『야 !』

뒤를 돌아보니 순찰을 돌고 있던 간호사였다.

『쥰 ! 소등시간 지나서는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지 !

그리고 친구는 면회시간도 지났는데 어떻게 들어온 거야 !』

간호사는 꽤나 화를 내고 있었다.

쥰『알았어요.. 그럼 또 놀러 와 !』

쥰은 간호사에게 휠체어를 끌려 병실로 돌아갔다.

나『알았어 ! 몸 조심히 하고 !』

나도 일단 돌아가자는 생각에 들어왔던 임시입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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