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한 여름밤의 이야기 - 8 -2010.06.20 PM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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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나는 아르바이트를 쉬고 병원으로 향했다.

일단은 쥰의 병실에 가서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은『중년 여자』를 만나서 직접 이야기 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쥰은 처음에『중년 여자』는 변하지 않았어 ! 라고 내 의견에 반대했지만,

『이대로 평생 그 중년 여자한테 떨면서, 트라우마 안고 살아갈 거야 ?』라고 말하자,

『........ 중년 여자를 만나서 이야기 한다면 나도 갈래......』

라고 말했다.

그 후 잠시동안 침묵히 흘렀다.

시간은 흐르고, 면회시간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림과 동시에

『덜덜덜덜......』

복도에서부터 쓰레기 운반수레 소리가 들려왔다.

『........왔군.......』

쥰이 중얼거렸다.

나는 마른 침을 삼키고 문에 시선을 돌렸다.

『덜덜덜.』

수레 소리가 방 앞에서 멈췄다.

방문이 열렸다.

작업복 차림의『중년 여자』가 방안에 들어왔다.

나와 쥰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중년 여자』는 안쪽의 침대부터 순서대로 쓰레기를 걷기 시작했다.

『수고하세요』

환자들의 인사에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중년 여자...........

옛날의 그『중년 여자』와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도 안 든다.

그리고 드디어 중년 여자가 쓰레기를 걷으러 쥰의 침대로 다가왔다.

『중년 여자』는 우리에게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가볍게 목을 숙이고는 쓰레기를 걷기 시작했다.

나는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할 지 몰라 중년 여자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는데 쥰이

『아줌마 ! 어쩔 생각이야 ?!』

라고 화를 내며 말을 꺼냈다.

중년 여자는 갑자기 작업을 멈추고는 허리를 숙인 그대로 정지해 있었다.

쥰은 계속해서

『당신 나 기억하지 ? 나한테는 사과도 없어 ?』

나는 두근두근했다.

쥰이 갑자기 화를 낼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중년 여자는 허리를 숙인 채로 『.......미안해.......』라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쥰은 그런 대답에 놀랐는 지, 어안이 벙벙해져서 날 쳐다봤다.

나는 『...... 아줌마, 진짜 반성하고 있는 거지 ?』 라고 물었다.

그러자 중년 여자는 내 쪽을 향해

『정말 미안합니다. 내가 그런 짓을 해서 쥰군... 이런 사고를 당해서.... 내가 그런 짓을 해서..... 정말 미안 !』

나와 쥰은 조금 전보더 더욱 어안이 벙벙해졌다.

우리가 지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나 ?

그래서 내가

『아니, 옛날에 강아지한테 심한 짓 하고, 우리 집에 와서... 그런 거 전부 합쳐서 !』

라고 하자 중년 여자는,

『정말 미안해요 ! 내가, 내가 그런 짓만 안 했어도....... 이런 사고는........ 미안 ! 정말 미안해 !』

라며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런 태도와 말을 듣고 있던 병실 안의 다른 환자들의 시선은 일제히 이 곳에 주목하고 있었다.

조용해진 병실에는

『미안해 ! 미안합니다 ! 정말 미안합니다 !』

라고 중년 여자의 목소리만 울려퍼졌다.

쥰은 조금 쑥쓰러워하며

『뭐 됐어 ! 그리고 내가 사고난 거 당신이랑은 관계 없어 !』

라고 말을 했다.

중년 여자는 굽실굽실 머리를 숙이며 쥰의 침대의 쓰레기들을 걷고는 마지막으로,

『미안합니다.......』

라며 허둥지둥 병실을 나섰다.

그 광경을 주변의 환자들이 보고 있어서 잠시동안 병실 안은 이상한 분위기가 흘렀다.

쥰은『뭐야 ! 저 아줌마 ! 나는 그냥 사고난 것 뿐이라고. 대체 뭘 착각하고 있는 거야 !』 라고 말했다.

나는『중년 여자』의 행동, 언동을 듣고 생각이 들었다.

역시『중년 여자』는 좀 이상하다.

아니, 사죄는 진심으로 하고 있는 것인가,

저 녀석은 『저주를 거는 의식』을 사과하고 있었다.

『저주』를 정말로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쥰『그 때는 정말로 무서운 존재였으니까 지금까지도 트라우마 때문에 떨고 있었는데...
아까 말하는 거보니까 그냥 사이비 신자 같은 아줌마라는 거잖아 ?』

라고 어딘가 씌어져 있던 악령을 떨쳐냈다고 해야하나, 상쾌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나『그러니까, 그 때와는 다르게 우리들 몸도 많이 컸고 말이야 !』

라며 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일단 오늘은 일단락 지어졌으니까 난 돌아갈게 !』

『응 ! 또 한가하면 놀러와 !』

라며 대화를 하고 나는 병실을 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가는 도중, 갑자기 나는 진이 생각났다.

그 녀석에게도 이 일을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에,

그 녀석도 오늘 있었던 일을 들으면 분명 『그 날의 트라우마』를 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진과 같은 축구부였던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진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진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오 ! 오랜만이야 !』

나는 잠시 진에게 안부를 묻고난 후,

쥰이 사고로 입원해 있는 일,

그 병원에『중년 여자』가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일,

중년 여자가 옛날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마음을 고쳤다는 이야기를 했다.

진은『중년 여자』가 사죄를 한 것에 대해서 많이 놀란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은

『쥰이 퇴원하면 쾌유 축하 기념으로 셋이 모이자.』

라고 말했다.

물론 나는 찬성했고, 쥰의 퇴원 날짜가 나오면 연락을 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나는 병원에 가서 쥰에게

『진이 너 퇴원하면 쾌유 축하 기념으로 만나재 !』

라고 전했다. 쥰은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그로 부터 1주일 정도 병원에 병문안을 가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새학기가 시작됐기 때문에 바빠서 갈 시간이 생기지 않은 것도 있었다.

거기에다가 『중년 여자』가 올바른 사람(?)으로 변했기 때문에, 걱정도 예전만큼은 하지 않게 되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쥰이 전화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다음 주에 퇴원해!』

라는 이야기였다.

나는『다행이네!』라며 축하의 말과 함께 『중년 여자』의 행동에 대해 물었지만,

쥰은『그냥 평소처럼 쓰레기 걷고 있어. 그거 말고는 별 다른 일 없어.』라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쥰이 퇴원했다.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쥰의 집을 향했다.

벨을 누르니 쥰이 목발을 짚으며 나왔다.

『오!들어와!』

발에는 깁스를 했지만 아주 건강한 모습이었다.

쥰의 방에서 잠시동안 잡담을 나눴다.

해가 저물 때 쯤에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저녁을 먹은 후 진에게 전화를 했다.

『쥰 퇴원했어 !』

『진짜!그래, 그럼 쾌유 축하를 해야지 ! 바로 보고는 싶은데 축구부 활동이 바쁘니까 이번 달 말에 보자 !』

라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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