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소녀와의 이별2010.06.20 PM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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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아주 좋아했던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내가 자주 가는 공원에서 처음 만난 그 여자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이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할머니와 함께 공원으로 놀러 나왔다고 했습니다.

나와 소녀는 곧 친해져서 매일같이 만나서 같이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순정 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전개라 죄송합니다만 나는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나던 날, 그녀는 펑펑 울면서 사랑스러운 새끼손가락을 걸고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 후, 만화에서 보았다며 같이 타임캡슐을 묻자고 말했습니다.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주운 유리병을 잘 씻어서 공원의 한 귀퉁이 벚꽃나무 아래에 깊이 깊이 파 묻었습니다.

「두 사람만의 추억이야」

 그녀는 오른쪽 눈을 찡긋하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돼. 비밀이니까」

……그래, 확실해. 틀림없어.

이제는 꽤나 오래전 일이 되어버렸지만 확실히 이 벚꽃나무 아래에 깊이 깊이 유리병을 묻었습니다.

지금은 그녀도 어딘가 먼 곳으로 가 버린 것 같아서 감동적인 재회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만 그 날 이후 한번도 오지 못했던 이 장소에는 많은 추억들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 유리병을 찾아내고 싶은 마음으로 삽을 가지고 푹푹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파자 깊은 땅속에서 간신히 얼굴을 내민 유리병.

흙으로 새까맣게 된 손으로 잡는 순간 그 유리병속에 무엇을 넣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나자신을 알아차렸습니다.

누군가 차가운 양손으로 내 심장을 잡는 기분 속에서 갑자기 미지근한 바람이 내 목덜미를 스쳐 갔습니다.

유리병에 잔뜩 묻은 흙을 손수건으로 대강 닦고 뚜껑을 열어보니 바싹 말라 미이라가 되어버린 태아의 시체가 하나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왜 내가 이사를 해야만 했는지 생각해냈습니다.
댓글 : 3 개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어린노무 새퀴들이 나도 못해본..
그리운 추억이 아니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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