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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져온 괴담
] 손 ~ 11 ~
2010.06.22 PM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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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 //mypi.ruliweb.com/m/mypi.htm?nid=1084161&num=871
아까 전에 발견해서 바지 주머니에 찔러뒀던 염산 통이 이제 서야 기억났다.
다급하게 주머니에 손을 찌른다.
어느새 ‘손’은 조장의 발 앞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주머니에 꽉 낀 염산 통이 도통 빠지질 않는다.
“조장! 나한테 무기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시간 좀 끌어주세요!”
조장은 오만상을 찌푸린 채,
대답 없이 발만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손’은 조장의 발을 잡으려는 듯,
움직임에 맞춰 조금씩 타이밍을 재고 있는 듯 했다.
-파악
“아아악 잡혔어! 잡혔다고! 어떻게 좀 해 봐!!”
‘손’이 조장의 발목을 움켜잡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조장은 실내가 떠내려갈 듯,
큰 소리로 애걸복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염산 통은 주머니에서 반도 안 나온 상태였다.
마음이 급해지니 더 안 빠지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한 손으로는 아내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놔! 놔! 놓으라고! 놔! 개새끼야! 놔!!”
조장은 잡히지 않은 발로 손을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은 꿈쩍도 하지 않고,
-꽈당!
오히려 조장의 발을 당겨 넘어뜨리는데 성공했다.
“으..으...으악 으아아악!!”
얼마나 악력이 강했는지,
조장의 발목에 벌써 핏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참아요! 거의 다 뺐어!”
‘손’은 조장의 발목을 꽉 잡은 채,
손가락만 하나씩 천천히 위로 올려 전진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일어나려 발버둥 치는 조장이지만,
손의 악력에 경비의 무게까지 더해져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
염산 통이 드디어 주머니에서 빠졌다.
나는 다급하게 뚜껑을 돌리기 시작했다.
겉면에 그려진 해골마크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조장! 잘 들어요! 지금 염산을 부을 거예요! 이게 최선의 방법이니까 참아주세요 알았죠?”
“뭐든 해 어서!! 아? 그, 그건 안 돼! 사람 다리에 염산이라니!!”
‘손’이 조장의 발목을 타고 있었으므로,
염산을 부으면 조장의 다리까지 큰 상처를 입을 게 뻔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주춤하는 사이에,
‘손’은 이미 조장의 정강이를 넘어 무릎으로 막 검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장! 손이 더 올라가면 이제 붓고 싶어도 부을 수가 없어요! 어서!”
“이런 개! 지랄! 염병!!! 니미!!!! 부어! 부으라고!!”
드디어 조장의 동의가 떨어졌다.
나는 재빨리 뚜껑을 열고,
지독한 냄새와 하얀 연기를 내뿜는 염산 통을 조장의 다리 위로 가져갔다.
“붓습니다! 이 악 물어요!!”
-촤아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조장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살이 타 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손’과 조장의 다리에서 기포가 나기 시작한다.
‘손’ 또한 대미지가 상당했는지 그 상태에서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살점들이 점점 녹아내리며 허연 뼈를 드러내고 있었다.
‘손’은 심각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움켜 쥔 조장의 발목을 놓지 않고 있었다.
염산을 계속 붓는 수밖에 없었다.
조장의 비명소리가 더욱 처절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통의 반 정도를 부었다고 느끼는 순간,
‘손’이 드디어 조장의 발목을 놓았다.
다시 바닥으로 돌아온 ‘손’은,
부글부글한 기포에 둘러싸여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손' 밑에 있는 경비의 얼굴까지 염산의 영향을 받았는지,
얼굴 곳곳이 녹아내려 알아볼 수 없는 형체를 띄고 있었다.
“콜록, 콜록, 콜록!!”
옆에 있는 아내는 지독한 염산 냄새에 괴로워하며,
양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계속해서 기침을 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속이 메스껍고 정신이 어질했다.
그리고 당사자인 조장은,
“끄으윽, 어, 어떻게 됐나?”
땀을 그야말로 비 오듯이 흘리고 있었다.
“일단. 시간은 조금 번 것 같은데, 콜록 콜록, 음. 좀 어떠세요?”
“헉, 헉, 오른 쪽 다리에 감각이 없어. 상태 좀 봐주지 않겠나?”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조장의 오른 쪽 다리는 적어도 내 소견으로는 회생불가였다.
살점이 녹다 못 해 뼈가지 녹아내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상태였는데,
무릎 아래에서 발목 윗부분 그러니까 정강이 쪽이 그러했다.
만약 '손'이 허벅지 위로 허리춤까지 올라왔다면,
조장은 하반신 전체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음. 음... 구급대원 생활 오래했으니 제가 꼭 말을 안 해도...”
어쩐지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어쨌건 조장의 다리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내가 아닌가.
“헉, 헉, 그래, 아마 이 쪽 다리는 가망이 없어 보이는 모양이군.”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투였다.
“희석하지 않은 염산은 강철도 녹이는데, 하물며 인간의 다리가 온전할 리가 없지.”
조장은 힘겹게 숨을 골랐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건 ‘손’도 마찬가지여서 지금 이 때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조장, 아직 ‘손’이 당신 바로 앞에 있어요. 괴롭겠지만 한 번만 더 참아주세요.”
조장은 눈을 꼭 감은 채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손’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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