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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져온 괴담
] 손 ~ 13 ~
2010.06.22 PM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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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 //mypi.ruliweb.com/m/mypi.htm?nid=1084161&num=873
“왜 갑자기 그렇게 사람을 쳐다보면서 웃고 그러냐. 뭐 좋은 일 있어?”
일을 마치고 모처럼 일찍 귀가를 했는데, 마중 나온 아내가 연신 싱글벙글이다.
“후후후 오늘 무슨 일 있었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온다며,
어제 밤에 단단히 삐져서는 오늘 아침부터 한 마디도 안 한 아내였다.
심지어 아침밥과 국을 냉장고에 넣어 놓는 심술을 부리기도 했다.
아마 며칠은 고생하겠거니 했던 터인데.
“나 오늘 병원 갔다 왔어.”
“어? 어디 아프...”
무의식적으로 아내의 건강을 염려하려는데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다.
“너, 너 혹시 임신?”
말을 마치자 아내가 달려들어 내 목을 껴안는다.
순간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전신을 휘감는다.
“한 달 정도 된 것 같아. 오늘 갑자기 속이 이상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 본 건데...히히”
지금 아내의 모습에서 아침까지의 살벌함은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빠가 된다는 것.
어떤 기분인지 정말 궁금했었는데,
뭐랄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은 두려운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낯설기도 한 이 기분.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아내의 모습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자기야 아침엔 미안했어~ 사랑해~”
모처럼 일찍 퇴근했더니 이런 행복이 찾아오는구나.
다시는 술 때문에 늦게 퇴근하지 말아야지.
나는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오늘 밤에 우리 연애할 때 분위기 좀 내볼까?”
“어서 들어오기나 하셔. 참, 자기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여 놨어~”
행복하다.
아니 행복했다.
비록 일주일 만에 약속을 어겼지만.
그래도... ...
윤철의 배에서 나온 ‘손’이 발밑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내 발목을 잡기 위해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아까 조장에게 했던 것처럼.
좌우로 ‘손’이 움직일 때마다 배 속으로 시뻘건 내장들이 보여 무척이나 역겨웠다.
대체 저 내장들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손이 나온 걸까?
-탁 타닥 탁 타닥
나는 천천히 염산 통을 ‘손’ 바로 위까지 올렸다.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해야했다.
-촤아아
적당한 타이밍을 잡았다고 판단,
염산을 부었다.
하지만 ‘손’은 엄지 부위만 타격을 입었을 뿐,
빠른 움직임으로 피해를 최소화 했다.
들이부운 양에 비해 터무니없는 성과였다.
나는 다시 진지한 자세로 ‘손’에 염산을 붓기 위해 몰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나의 공격에도,
‘손’은 약간의 피해만 입은 채 잘도 피해버린다.
염산의 양은 점점 줄어가고,
‘손’은 여전히 좌우로 움직이며 나의 행동을 종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손’과 이렇게 대치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호영의 바지춤에서 라이터만 가져오면 되는 것이다.
염산 통을 흔들어보니 많아 봐야 세 번 정도 공격할 양 뿐이었다.
-촤아아!
나는 염산 통을 비스듬히 들고 염산이 앞으로 뻗어나가게끔 뿌렸다.
피해는 적지만,
반경을 넓혀 피하기 어렵게 만들려는 목적이었다.
예상대로, ‘손’은 방금 전 보다 큰 동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염산에 맞은 부분에서 ‘치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손'의 딜레이가 생긴 이 때가 기회였다.
나는 재 빨리 호영에게로 다가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조그마한 플라스틱의 감촉이 전해져온다.
자 이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
바로 그 때,
-콰악!
변기에 있던 ‘손’이,
호영의 바지 주머니에서 막 빼내던 나의 왼 손목을 잡았다.
거리가 안 닿을 줄 알았는데 어깻죽지까지 튀어나와서는 기어코 나를 붙잡은 것이다.
예상하지 못 한 습격이라 깜짝 놀라서 그런지,
가슴이 벌렁 벌렁 뛰기 시작했다.
-꽈아아악
엄청난 힘이 손목에 전해져 온다.
“끄아아아악”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비명.
머리를 붙잡힌 것과는 또 다른 아픔이 내 몸에 엄습한다.
‘손’은 호영의 주머니에서 내 왼손을 빼내,
조금씩 변기 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나는 손에 쥔 라이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쏟아 부었다.
손목이 떨어져 나갈듯 아파온다.
이 무시무시한 힘에는 그 어떤 물리적 저항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격통에 휩싸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만,
나는 오른손에 쥔 염산 통을 ‘손’에 겨누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촤아아아아아
정확히 ‘손’의 손목 부분에 염산을 붓는데 성공했다.
“크으으으윽!!”
잡혀있는 내 왼손에도 염산이 튀면서 강한 고통을 유발했다.
염산이 닿은 자리가 기포를 내며 녹아내린다.
살이 녹아내리는 아픔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손이 통째로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약간 튄 정도로 이런데 조장은 오죽했을까.
-부르르르 부르르르
‘손’ 또한 큰 데미지로 인해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하지만 부여잡은 손은 여전히 놓지 않고 있었다.
악력이 아까보단 약해졌지만 여전히 빠져 나가긴 힘들었다.
염산은 이제 한 번 정도 뿌릴 양밖에 안 남았다.
내 마지막 보루.
그러나 ‘손’이 내 손을 다시 당기기 시작한다.
어쩔 수 없다.
-촤아아아아
한 번 더 아까와 같은 부위에 염산을 붓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손’은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부르르 떨더니,
급기야 손목에서 풀어지고 말았다.
나는 재빨리 손을 빼내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손’의 손목 부위가 녹아 내려 뼈를 드러내고 있었고,
나 역시 염산의 영향으로 왼 손 군데군데의 살갗이 벗겨지고 녹아내렸다.
뼈가 보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감각이 거의 없어,
일정시간동안 사용하는데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손에 쥔 라이터만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이제 문 쪽으로 가는 네 걸음만 남았다.
그런데,
배에서 나온 ‘손’이 어느새 자리를 잡고 내 앞을 지키고 있었다.
이젠 염산도 없었다.
어떻게 저 ‘손’을 피해 앞으로 갈 수 있을까.
문득 생각해보니 뛰어 넘으면 될 것 같았다.
그래봐야 팔꿈치 정도 길이니까.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 자리에서 박차 올랐다.
적어도 ‘손’이 나를 붙잡을 수 없을 만큼.
-콰아악!
“으악?”
-콰당!
‘손’보다 높이 뛰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손’이 팔뚝 정도의 길이를 유지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손'은 숨어 있던 팔뚝을 드러내 내게로 뻗어왔고,
뛰는 도중 발목을 잡힌 나는 심하게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손’이 나를 조금씩 뒤로 당기기 시작한다.
이제 방법이 없다.
아내라도, 아내라도 살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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