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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져온 괴담
] 손 ~ 17 ~
2010.06.22 PM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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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 //mypi.ruliweb.com/m/mypi.htm?nid=1084161&num=877
잠시,
조장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켰다.
“으..으음.”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아내였다.
“정..정신이 들어? 주희야!”
“어..음.. 자.. 자기 일어났구나. 하.. 다행이다 정말.”
빙긋 웃고 있지만, 몹시 힘들어 보였다.
“그, 그래. 고마워 정말. 너 아니었으면, 너 아니었으면...”
쪽팔리게 울음이 나오려는 것 같아,
침을 여러 번 삼키며 억지로 참아냈다.
하지만 아내가 눈치 챘는지 망가진 오른 손을 들어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나가자 우리.”
아내의 짧은 한마디.
나는 아내를 바라보며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문이 많이 약해졌을 것 같아. 한 번 열어 보자구.”
잠자코 있던 조장이 말했다.
문을 보니 정말로 불길이 아까보다 많이 약해져 있었다.
이젠 거의 문이라기보다는 시꺼먼 재 덩이에 가까웠다.
반면 변기 쪽에 타오르던 불길은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 ‘손’과 싸우기 위해 변기 주위에 오일을 흩뿌렸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화장실 문만 열면 그만이었다.
나머지는 나가서 생각해도 충분하다는 생각 뿐.
“발로 한 번 차면 부숴 질 것 같네요.”
내가 몸을 일으키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내가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 괜찮겠어? 내가 해도 되는데...”
“아냐. 가랑이가 아직 아프긴 하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걱정마”
허세를 부려봤지만 아내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하기만 하다.
나는 문 앞에서, 발로 차기 전에 잠시 심호흡을 했다.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었다.
밖에 나가서 뭐부터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미 한참을 지각한 회사를 가야할지.
경찰서를 가서 믿어주지 않을 얘기를 오랫동안 하고 와야 할 지.
아니면,
“조장. 여기 나가면 우리 다른 거는 나중에 생각하고 맥주나 한 잔 하죠.”
“허허허. 그거 좋지. 시원하게 생맥주 한 잔에 오징어나 한 마리 뜯자고.”
“어쭈 대낮부터 술 마시려고? 그랬단 봐라.”
온 사방이 피로 물들고,
우리 모두는 심한 상처를 입었다.
이 모두가, 대체 누구에게서 나온 지 모르는 수수께끼의 ‘손’ 하나 때문이었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오른 쪽 발을 돌리며 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 허리를 틀어 문을 향한 발길질을 준비한다.
그리고,
“합!”
-쾅, 콰지직
예상외로 한 번에 부숴 지진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발을 찬다.
-콰직, 콰지직
문이 약해져 있는 건 확실했다.
다만 발로 찬 곳만 움푹 파이기만 한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힘을 모아 한 번에 차는 것 보다는,
여러 번 연속으로 밟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손으로 벽을 짚은 체 연속으로 빠르게 문을 밟았다.
-쿵, 쿵, 쿵 콰직 콰지직 콰지지직
-쿠웅!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나가는 가 싶더니,
굉음과 함께 드디어 문이 열렸다.
“아..”
숨죽이고 쳐다보던 조장과, 아내도 문이 열리자 나지막한 탄성을 질렀다.
그래,
이제 밖으로 나가면 다 끝이다.
모든 게 끝이야.
아내에게 혼나더라도 맥주는 마시고 말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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