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손 ~ 完 ~2010.06.22 PM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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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악!!”


정신이 들었다.

잠시 멍 하니 앞을 바라보는 나.


“여긴... 어디지?”


-뚜...뚜...뚜


일정한 기계음.

마치 심박을 제고 있는 것 같은데.

고개를 왼 쪽으로 돌리니 역시 심박기가 있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내 몸을 살펴보았다.

익숙한 하얀 옷.

그리고 오른 손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병원, 병원인가? 윽, 으으윽.”


갑자기 온 몸이 아파온다.

극심한 통증이었다.

다급하게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 정신이 좀 드셨..? 아! 김간호사 진통제 가져와!”


흰 가운을 입은 단발머리의 여의사였다.

진통제를 받고는 내 팔에 주사를 놓는다.


“윽”


순간적인 따가움.

하지만 온 몸을 지배하던 통증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내.. 내가 어떻게 된 거요?”


차트를 넘기던 의사가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었다.


“음... 이상하단 말이야. 화상만 입어야 정상인데...”


의사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차트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이봐요. 대답 좀 해줘요.”


“아. 환자분 거의 하루 종일 누워 계셨어요. 오전에 병원에 오셨는데. 보세요. 지금 컴컴하죠?”


“아, 아니. 그런데 어떻게 내가 병원에...”


“뭐 구사일생이었죠. 조금만 늦었으면 두 분 다 화재로 돌아가실 뻔 하셨어요. 소방대원들한테 감사할 일이죠.”


두 분이란 것은,


“아! 제 아내, 제 아내는 어떻게 됐죠?”


“걱정 마세요. 아내는 무사하니까요.”


“무사하다고요? 얼굴, 얼굴은 괜찮습니까? 퉁퉁 붓지 않았어요?”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예, 심각한 건 아니었어요. 붓기도 많이 빠졌답니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의사는 나를 향해 살짝 미소 짓고는 몸을 돌려 간호사를 바라본다


“저 분 상태가 많이 안 좋은 편이니까 잠시 여기 있으면서 체크 계속해줘.”


“예 그럴게요.”


“저 그럼 나가볼게요. 필요한 일 있으면 간호사한테 말씀 하시구요.”


의사가 문을 열고 나갔다.

살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나 말고도 여러 환자들이 더 있었는데 하나같이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큰일 날 뻔 하셨어요. 아내 분 홀몸도 아니시던데.”


잠시 멍하니 주위를 살피다가 간호사의 말에 고개를 돌린다.

백의의 천사답게 환한 미소가 눈에 띄었다.


“저... 여기가 몇 호실인가요?”


“아 여기는 527호에요.”


“제 아내는, 아내는 어디에 있죠?”


“부인 분께서는 508호에 있답니다. 주무시고 계세요. 지금 시간이 벌써 새벽 2시네요.”


그 말을 하면서 간호사도 피곤했는지 눈가를 손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제 아내가 임신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에이 딱 보면 알죠. 아기가 어찌나 발로 차던지. 아주 건강한 아기가 나올 것...”


“....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도 나의 되물음이 의아했는지 웃는 얼굴로 고개만 갸웃하고 있었다.


“지금 발로 찼다고 했습니까?”


“예? 아아. 부인 분 배 안 만져 보셨어요? 후훗 임신 5개월쯤 넘으면 배에서 아기가 움직이는 게 느껴지거든요. 그걸 발로 찬다고 말 하는 거에요.”


머리가 띵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아내는 아직 임신한지 1개월도 안 됐는데!”


내 말을 들은 간호사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 거의 만삭은 돼 보였는데요? 그럴 리가...”


-덜컥! 쿠웅!


거칠게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 간호사! 김 간호사!!”


아까 전의 그 의사였다.


“508호 김주희 환자. 어떻게 된 거야?”


아내의 이름이 들려왔다.

간호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무슨...일 있으세요? 지금 주무시고 계실 텐데.”


“환자가 사라졌어!”


“뭐라고요!?”


깜짝 놀란 간호사가 급하게 뛰기 시작했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봐요! 지금 뭐라고 했소! 내 아내가 어떻게 된 거요!”


의사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 저기 별일 없을 거예요. 잠깐 병실을 비우셨는데 화장실이라도 가신 걸 거예요.”


애써 나를 안정시키려는 의사.

하지만 아니었다.

아내가 화장실로 간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당신들. 도망...가.”


“....예?”


“도망가라고! 아니, 어서 경찰에 신고해!”


의사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저... 죄송합니다. 아내 분은 저희가 반드시 찾도록 할 테니까요. 걱정 마시고 누워 계세요.”


“그게 아니야. 어서 도망가라고! ‘손’이야 ‘손’이 나온 거라고!”


의사가 내 이마에 손을 올린다.


“열이 조금 있으세요. 걱정 마시고 누우세요. 아내 분 찾는 데로 저희가 말씀 드릴게요.”


말을 마치고 의사도 문 쪽으로 급하게 몸을 움직인다.

‘손’, ‘손’이 분명했다.

아내의 배를 뚫고 나온 손이 아내를 끌고 병실을 나간 게 틀림없었다.


-덜컥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짜릿한 통증이 온 몸에 느껴진다.


오른팔에 꽂혀있는 링겔 바늘을 빼고,

가볍게 심호흡을 한번 한 후,

비틀 비틀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바닥에서 의사가 달리다 떨어뜨린 메스를 주웠다.


-꺄아아아악!


문 밖으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무거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왜 나만 ‘손’에게 당하고 멀쩡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손잡이를 잡은 순간,

그런 생각은 잠시 젖혀 두기로 했다.


-타닥 타다다닥


-으악 으아아악!!


익숙한 소리들.

문이 열리면 난 또다시 전쟁을 시작해야한다.

지긋지긋한 ‘손’과의 전쟁을 말이다.




“씨발. 망할 놈의 ‘손’이 끝까지 고생시키는구나.”
댓글 : 3 개
이걸로 끝?허....;;
주인공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우왁 무지 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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