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껌 ~ 7 ~2010.06.22 PM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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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비야 이빨 닦고 자야지.”


“에에? 아까 닦았는데 또?”


“콜라 마셨잖니. 또 치과 가고 싶어서 그래?”


“아앗, 알았어, 닦을게. 이잉.”


......


......


침대에 몸을 뉘이자 마자 잠이 쏟아진다.

이미 시각은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6시에 일어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짜증이 밀려온다.


“피곤하지? 자기 밥 먹고 바로 자서 배 나오겠다.”


“으응... 뭐... 배 나오면 나랑 이혼할거야?”


“어휴. 말 하는 것 좀 봐.”


아내가 나의 옆구리를 꼬집는다.


“나 먼저 잘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는 내일 해 줄게.”


“알았어요. 낭군님. 어여 주무셔요.”


애교 섞인 아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간다.

그리고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왠지 껌이 꿈에 나올 것 같다.


......


......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


......


-따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


......


-따르르르르릉


“......아, 뭐야......”


-따르르르르릉


“자기야, 전화 좀 받... 아 내 핸드폰이구나.”


-따르르르르릉


“오주임이잖아? 이 새끼가 분명히 새벽에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오.”


-따르르르르, 딸칵


“여보세요? 너 미쳤어? 지금 몇 시야!”


- ......


“여보세요? 왜 말이 없어! 졸려 죽겠는데. 빨리 용건 안 말 해?”


- ......껌......좀 주세요.


화가 난다기 보다,

혹시 이게 꿈인가 싶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다시 말해봐. 뭐라고?”


-......껌......껌이요. 껌 좀 주세요.


매우 가라앉은 진지한 목소리였다.


“너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 그런 소릴 해?”


나는 그저 황당하고 어이없을 뿐이었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생각 없이 행동한 적이 없었건만.


-......제발요. 저 지금 미칠 것 같아요. 제발, 제발요.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건가.

지금 이 시각에 강원도까지 내려오기라도 하라는 건가.

내려갈 수 있다손 처도 출근시각인 6시까지는 이제 두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오주임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당부했잖아. 혹시라도 새벽에 전화 할 생각 말라고. 그런데 기껏 전화해서 한다는 말이, 뭐, 껌 주러 강원도까지 오라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티를 내며 말을 했다.

그러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를 긁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봐 오주임. 장난 친 거라고 생각 할 테니. 이만 끊자고. 몹시 불쾌했다는 것만 알아.”


-딸칵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개인적으로 아끼던 오주임이었지만,

이런 예의 없는 전화 한 통으로 정이 뚝 떨어져 버렸다.

사람이 미워지는 것은 정말 순식간인 모양이다.

출장에서 돌아오면 단단히 혼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따르르르르릉


또 다시 벨 소리가 울렸다.

발신자는 오주임.

나는 한 숨을 깊이 쉬며 전화를 받았다.


“야 이 새끼야. 너 미쳤어?”


다짜고짜 욕을 했다.

이제 명백히 화가 났다고 선언할 수 있다.


-......껌, 좀, 제발......


“야 오승원! 이 새끼가 좋게 봤더니, 완전 깨고 있네.”


나는 몹시 흥분했다.

새벽에 전화를 안 받아 본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너무 경우가 없었다.

무언가 부탁하는 자세도 전혀 안 돼 있었고, 자세가 되었다고 해도 억지 부탁이었다.

아니,

세상에 어떤 마음 좋은 회사원이 후배 직원에게 껌을 주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선단 말인가.

그것도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대리님. 제발......


그나저나 정말 절박한 목소리였다.

언제까지고 이런 대화를 할 수 없어 감정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후우. 대체 왜그래. 껌 못 씹으니까 그렇게 미치겠어?”


-......씨발! 껌 갖고 오라고 개새끼야!...


순간 당황했다.

갑자기 오주임이 욕설을 내뱉는 게 아닌가,

그것도 매우 심한 욕설이었다.

나는 심한 충격으로 말없이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리고 핸드폰의 배터리를 빼 버렸다.

불쾌한 건 둘째 치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대체 그 껌이 뭐 길래 이렇게 사람을 미치도록 만들었을까.


“자기야... 무슨 일이야. 이 새벽에 누가 전화 한 거야?”


아내가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며 내게 물었다.


“어, 아니 뭐. 알잖아. 저번에 집에 한 번 데려왔던, 오주임이라고.”


아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주임? 그 사람이 왜 이 시간에 전화를 해? 술이라도 마셨대?”


그러고 보면 술 취한 상태였을지도 모르겠다.

오주임의 주사는 사내에서도 유명한 편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 술 취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응, 아마 그런 모양이야. 내일 혼쭐을 내줘야지. 미안해 자기야. 자자.”
댓글 : 2 개
껌씹고 싶다.. ㅤㅊㅘㅂㅤㅊㅘㅂ
???? 이건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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