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껌 ~ 12 ~2010.06.22 PM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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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는 학교 잘 갔어?”


-어, 거기서 곧 바로 보냈어. 조금 늦게 갔는데, 미리 학교에 전화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안 피곤해? 자고 있는데 내가 깨운 건가?”


-아예 꼬박 밤을 샌 것도 아닌걸 뭐. 집 좀 치우고 자려고.


“으응. 어쨌든 나는 그렇게 됐어. 내일 회사 쉬게 해 준다니까, 늦어지면 하루 자고 갈게.”


-아휴... 우리 자기 힘들어서 어떡해. 은비도 아빠 보고 싶다고 난리일 텐데.


“이러다가, 나 강원도 사투리까지 쓰는 거 아냐? 하하. 아무튼, 도착하면 전화할게.”


-추우니까, 단추 잘 잠그고 다녀. 감기 조심하고. 끊을게~


......


......


점심식사는 박과장과 함께 서울역 근처의 유명한 게장 집에서 먹었다.

늘 주문하던 매운 게장 무침을 시켰는데,

박과장은 매운 맛에 별로 소질이 없는지 버벅 거리며 잘 먹지 못 했다.


“매운 거 좋아하나? 간장게장을 먹을 줄 아는데, 게장무침은 너무 매워서 못 먹겠어.”


먹느라 대답할 겨를도 없었다.

다리 한 쪽을 입에 넣고 아그작 아그작 씹으며 맛을 음미한다.

말랑말랑한 속살이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매콤짭잘한 맛이 입에서 사라지기 전에 숟가락에 밥을 가득 담아 입에 넣었다.


“에이. 이것도 못 먹어서 어쩌려고 그래요. 강원도에는 여기랑은 상대도 안 되는 매운 가게도 있는데.”


“아후. 됐네, 됐어. 매운 거 좋아하면 빨리 죽는다는 말도 있잖나. 자극적인 건 피해야 돼.”


박과장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 한다.

어쩔 수 없지.

박과장 몫까지 내가 먹는 수밖에.

식사를 마치고,

아무래도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지 계산은 박과장이 했다.

가게를 나서자 매운 음식에 입이 뜨거워진 탓인지 벌써 하얀 입김이 나온다.

박과장은 서울역까지 나와 함께 가 주었다.


“이번에 고생하면 상무님 시선도 조금은 좋아질 거야.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전화 오면 꼭 잘 받으라고. 알았지?”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박과장이 말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박과장은 돌아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예 알았어요. 제 밑으로 집합시켜서 기합 한 번 주고 올게요.”


“그래. 그럼 내일 모래 보자고.”


“예. 다녀올게요. 밥 맛있게 먹었습니다.”


말을 마치고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껌 하나를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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