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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져온 괴담
] 껌 ~ 15 ~
2010.06.22 PM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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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 //mypi.ruliweb.com/m/mypi.htm?nid=1084161&num=897
덩어리에서 손을 떼자 손에 닿았던 일부분이 마치 치즈처럼 쭉 늘어졌다.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봤다.
별 다른 향기가 느껴지진 않는다.
손에 붙은 잔해를 대충 털어내고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불쾌한 찐득거림이 조금은 사라진 것 같았다.
마치 단물이 덜 빠진 씹다만 껌을 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다시 앞을 향해 걸었다.
몇 걸음 안 돼서 2층으로 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핸드폰을 좀 더 가까이 비추면서 천천히 한 계단씩 오른다.
그렇게 세 계단쯤 올랐을까.
-물컹.
이번엔 발에서 뭔가가 느껴졌다.
어떤 물컹한 것을 밟아 찌그러뜨린 느낌이 들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걸음을 떼려는데,
-찌이이익
신발 바닥으로부터 뭔가가 쭉 늘어지는 느낌이 난다.
혹시 이것도 방금 전의 그 덩어리랑 비슷한 것일까?
허리를 숙여 발 가까이 핸드폰을 데 보았다.
“윽!”
나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아까와 모양새는 비슷했지만 색이 달랐다.
하얀 덩어리가 아니라 시뻘건 덩어리였다.
물컹한 느낌이 없었다면 응고된 피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신발 바닥에 늘러 붙은 잔해를 떼어내야 했지만, 차마 이번 것은 손 대고 싶지 않았다.
쓱쓱 땅바닥에 몇 번 발을 문지르고 다시 걸음을 움직였다.
혹시라도 비슷한 덩어리를 다시 밟을까 꼼꼼히 바닥을 비추며 걸었다.
효과적이었다.
계단을 오를수록 덩어리의 분포가 많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뻘건 덩어리, 흰 덩어리, 거기에 구불구불하고 긴 덩어리도 있었다.
어두운 덕에 낱개로 이것들을 보고 있었지만,
불을 켜놓고 한 눈에 본다면 결코 유쾌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모두 오르고,
3층으로 향하기 위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투욱
뭔가가 가볍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2층 복도 어디쯤 같은데 도무지 어두워서 보이지가 않는다.
잠시 복도 쪽으로 핸드폰을 비춰 보았다.
“거기 누구 있어요?”
대답은 없었다.
나는 굳이 그것을 확인하러 복도를 걷고 싶지는 않았다.
느슨하게 걸어놓았던 옷 따위겠지 라고 생각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불을 안 키고 온 것이 조금은 후회 된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다행히도 덩어리들은 없었다.
그것들을 피하면서 걷는 수고로움이 없어지자 아까보다 두 배는 빨리 오르는 것 같았다.
대체 그 덩어리들은 뭐 길래 2층 계단에만 있던 걸까?
-쿠웅
3층에 오르자 이번엔 2층에서 들었던 소리보다 더 크고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랄 정도의 소리였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칠흑 같은 복도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당연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소리가 들려온다.
-쓰윽, 쓰윽
무언가 복도에 끌리는 소리.
-쓰으윽, 쓰으윽
그리고 그 소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비춰보면 그만이었지만 이상하게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왠지 그곳을 비추는 순간 엄청나게 후회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 탓이었다.
-쓰으윽, 쓰으으윽
소리는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왔다.
저절로 침이 꿀꺽 삼켜진다.
그리고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우당탕!
다급한 마음에 계단을 비추는 둥, 마는 둥 했더니 몇 계단도 못 오르고 걸려 넘어져버렸다.
계단에 부딪쳐 몸 곳곳에서 아픔이 느껴진다.
“으윽. 씨팔...”
욕을 중얼거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계단을 오르려는데 뭔가가 허전하다.
“어, 핸드폰?”
넘어지면서 핸드폰을 놓친 모양이었다.
황급히 고개를 움직였지만 어디에도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난간 사이로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3층 높이에서 떨어졌으니 아마도 온전하진 못하겠지.
그나저나 큰일이었다.
마치 장님이 된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단 한 계단도 제대로 오르기가 힘들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바닥에 몸을 다시 엎드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손을 더듬어가며 계단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최대한 조심히 오르는데도 팔꿈치나 무릎을 모서리에 부딪쳤다.
그리고 그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픔이 느껴졌다.
“씨팔. 불 좀 켜 놓으면 덧나나.”
절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씨팔. 김상무 개새끼. 좆같은 새끼.”
이번엔 김상무 욕이 나왔다.
“씨팔. 오과장. 찐따 같은 새끼.”
생각나는 모두에게 욕을 하며 그렇게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계단이라고 느껴지는 곳에 손이 닿았을 때 몸을 약간 일으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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