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껌 ~ 16 ~2010.06.22 PM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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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순간,


-덥썩!


무언가가 발목을 잡았다.

잡았다기 보다는 휘감았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콰당!


살짝 일으키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계단에 코를 박고 말았다.

눈물이 핑 돌 정도로 큰 아픔이 느껴진다.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내려 잡힌 발쪽을 쳐다보았다.

물론 아무것도 보이진 않았다.

단지 어떤 것의 윤곽만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덩치가 큰 것 같았다.

붙잡힌 발에 힘을 주어 보았다.


“으읍...”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발을 움직이지도 못 할 만큼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 거린다.

좀처럼 이 상황에 대해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단지 질식할 것 같은 공포감만이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었다.


“후...우...후....우...”


천천히 호흡을 골랐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뭔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불과 몇 계단 위로 불이 켜진 4층이 있었고, 그 곳에는 야근중인 사원들이 있다.

나는 심호흡을 몇 번 더하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오주임! 오주이임!”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한 번 배에 힘을 주었다.


“오. 주. 임!!”


방금보다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정도로 소리를 질렀으면 누군가 달려 나오는 게 정상 아닌가?

나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기 위해 숨을 가득 마셨다.

그리고 정말 온 힘을 다 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오. 주. 우우우아아악!!”


살면서 이렇게 큰 소리를 질렀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이렇게 무서웠던 적이 있었던가.


-쿵쾅 쿵쾅 쿵쾅


‘그것’이 엄청난 힘으로 내 발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나는 계단 모서리에 온 몸이 부딪치는 것도 잊은 채, 순수한 공포감만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으아아악! 씨팔, 오주임! 으아아악!!”


-콰다당!


사정없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어느새 3층까지 되돌아와 버린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내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우쉬추우후휘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낸 소리인가?


-우쉬추우후휘히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끔찍한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입술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입 안에 있는 껌만이 나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것도 단물이 많이 빠져있다.

떨리는 손으로 자켓 주머니를 뒤적뒤적 거렸다.


-우쉬추우후후


‘그것’이 또 괴상한 소리를 냈다.

붙잡힌 발목에서 조금씩 통증이 생기는 걸로 보아 뭔가 다른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


“퉤!”


비록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저항의 일환으로 씹던 껌을 ‘그것’에게 뱉었다.

그리고 방금 빼낸 껌을 입에 집어넣어 난폭하게 씹었다.

그런데,


-우쉬추우후우우히!


뭔가 아까보다 격한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발을 붙잡던 힘이 사라졌다.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일시적으로 풀려난 것은 확실하다.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모서리에 부딪히든 말든 미친 듯이 계단을 기어올랐다.

아마 온 몸이 멍투성이일지도 모른다.

간신히 계단 끝에 손을 올리고 몸을 일으켰다.


“후우... 후우... 후우...”


4층!

4층에 올라왔다.

나는 잠시 계단 쪽을 내려 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것'의 윤곽조차도.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마음이 들어 급하게 복도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사무실마다 켜진 불빛이 복도까지 밝히고 있었다.

절뚝거리며, 오주임이 있는 402호 사무실로 향했다.

우습게도 족발과, 보쌈이 든 비닐봉지는 무사히 내 손목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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