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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져온 괴담
] 껌 ~ 19 ~
2010.06.22 PM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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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 //mypi.ruliweb.com/m/mypi.htm?nid=1084161&num=901
“이, 이봐요. 지금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말 했다.
눈 앞에 보이는 양주임의 입가가 유난히 실룩거리고 있었다.
“지금 빨리 잠그지 않으면...”
“후우, 문이 워낙에 낡아서... 엿같네. 정말.”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돌리기만 하면 돼요. 조금만 더.”
대체 아까부터 그놈의 조금만을 몇 번이나 말 하는 건가.
이제 괴물이 손만 뻗으면 모든 게 끝날 지경이었다.
-스르륵, 쿵
괴물이 문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 빠르진 않았지만 워낙 가까운 거리였다.
거기에 공교롭게도 양주임의 얼굴이 내 얼굴과 거의 비슷한 높이였다.
그러니까 시야 전체를 양주임의 얼굴이 차지하기 시작했단 말이다.
몇 가닥 있는 흰 머리와, 땀구멍까지 보일 거리가 되자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
나는 고개를 최대한 뒤로 빼고, 가능하면 눈은 마주치고 싶지 않아 시선을 내렸다.
-우쉬위우후위휘
괴물이 소리를 냈다.
그리고 가슴팍에 붙어있던 손을 앞으로 내민다.
나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콰앙!!
-철컥
두 가지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콰앙! 콰앙!
그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후아. 진땀 뺐네요. 한 번 잠그기가 이렇게 어려워서야...”
그가 까치발을 풀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도 손에 넣었던 힘을 풀었다.
“돌아가면 당장 이것부터 보고해야겠군.”
그는 문 너머에 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저 괴물들 말인가요?”
나는 문 위쪽에 잠금 장치를 보고 있었다.
“아니. 이 엿 같은 문 말이에요.”
내 말에 그가 "훗"하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책상 쪽으로 가나 싶더니 의자 두 개를 집어 들고 돌아왔다.
“이 문, 안심할 수 없어요. 우선 이 의자들로 막아놓고 같이 책상을 끌고 오죠.”
그가 바퀴가 달린 낡은 사무용의자를 문 앞에 눕혀 놓았다.
-위휘시위시후이
괴물의 소리가 또다시 들려온다.
-콰앙! 콰앙!!
아까보다 더 큰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서둘러요! 3층도 이런 식으로 당했다고요!”
그가 그렇게 말 하며 문에서 가장 가까운 책상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 쪽 끝을 잡고는 나에게 소리쳤다.
“어서 반대쪽을 잡으세요. 이것만 막아놔도 안심할 수 있을 거예요.”
달려가서 그가 하라는 대로 책상의 끝 부분을 붙잡았다.
그와 마주선 자세가 되었다.
“셋 하면 들어요. 자 하나, 두울, 셋!”
“으읍...”
엄청나게 무거웠다.
결국 지면에서 5센치도 못 든 채 문으로 움직여야했다.
-콰앙!!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저 의자들 좀 치워주세요. 여기서는 손으로 밀어서 붙이죠.”
아까 놓아두었던 의자를 치우라는 말 같다.
책상을 내리자마자 재빨리 의자로 달려갔다.
의자를 옆으로 빼면서 힐끗 문 쪽을 쳐다보았다.
재수 없게 또 다시 양주임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젠장. 의자 다 뺐으니까 어서 밀라고!”
그가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고 힘을 주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르륵
책상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나도 재빨리 그의 옆에 붙어 함께 책상을 밀었다.
-드르르르 쿠웅.
그리고 문 앞에 책상을 붙이는데 성공했다.
-콰앙! 콰앙!
여전히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쉽게 뚫지는 못할 것이다.
그만큼 책상이 견고해 보였기 때문이다.
잠시 거친 숨을 고르며 멍하니 문 밖을 쳐다보았다.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서 있던 그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흐읍... 푸후...”
길게 빨은 만큼 길게 내뱉는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털썩하니 주저 않는다.
“대리님. 한 대 피실래요?”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 덕에 담배와는 예 저녁부터 인연을 끊고 살아왔다.
게다가 미식가인 나에게 담배는 어울리지 않는다.
껌이라면 모를까.
“아, 괜찮아.”
대답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머리에 두통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몸이 떨리고, 열도 나는 것 같다.
아마 단물이 다 빠지지 않은 껌을 억지로 뱉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남은 껌도 없으니 정말 큰일이었다.
“괜찮으세요? 아. 잠깐만요.”
그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엄지손가락 한 마디정도 크기의 울퉁불퉁한 덩어리를 꺼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그것을 나에게 건 낸다.
“이거 씹으세요. 조금 괜찮아 질 거예요.”
얼떨결에 그 덩어리를 받았다.
자세히 보니 웬 털 같은 것들이 숭숭 나 있다.
입에 넣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그래 뵈도 껌이랍니다. 맛은 별로 없지만. 어서 씹으세요, 몸부터 챙기셔야죠.”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두통이 심해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그 덩어리를 입에 넣었다.
-아그작.
단물이 흘러나온다.
그런데 조금 비릿하다.
하지만 역겨울 정도는 아니어서 무시하고 씹을수 있었다.
“어때요. 조금 괜찮아졌죠? 저도 그것 때문에 고생 엄청 했죠.”
묵묵히 덩어리, 아니 껌을 씹었다.
다행히 몸이 괜찮아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가 어디서 봤었지?”
불현듯 내가 말을 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외모만으로 보면 내 나이가 위일 것 같았지만, 그래도 초면이라면 실례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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