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껌 ~ 21 ~2010.06.22 PM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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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대체 껌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내가 아는 껌과 필중이 아는 껌이 서로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지금 씹고 있는 껌은 처음에 내가 아는 그 껌이 아니었다.

모양새도 그렇고, 맛도 그랬다.

다만 씹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특유의 중독성은 닮았다.

대체 어떻게 이 껌을 구하게 된 것일까?


“글쎄요. 씹지 않고 있으면 무척 괴롭다는 정도?”


필중이 말했다.


“오부장님이 껌으로 변했다는 건 무슨 말이었어?”


하나씩 의문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부장의 일은 단연코 미스테리였다.

현재로서 가장 이치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치를 따질 상황은 전혀 아니었지만.


“그거야 지금 씹고 계시니 알 거 아닙니까.”


순간 턱의 움직임이 멈췄다.


“뭐... 라고?”


필중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엑? 껌에 대해서 잘 아는 거 아니었어요?”


대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 건가.

지금 내가 씹고 있는 껌이 오부장이라도 된다는 건가?


“이 껌 정체가 뭐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예상이 틀리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오부장님이에요. 아마 허벅지 부분일 거예요.”


“퉤!!”


필중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껌을 뱉어버렸다.


“씨팔. 왠지 비리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내가 생살을 씹어대고 있었다는 거야?”


필중은 여전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새삼 왜 이러냐는 듯 했다.


“전혀 모르는 것처럼 하시니 당황스럽네요.”


“내가 이 껌이 오부장인 걸 어떻게 알겠어. 나는 오부장이 그렇게 변한지도 몰랐는데!”


그렇게 말 하며 바닥에다 마른침을 연신 뱉어냈다.

점점 역겨운 기분이 올라왔다.


“아. 그럼 아까 씹던 껌은 어디서 구하신거죠? 다른 껌인가요?”


필중이 알고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짐작이 갔다.

내가 맨 처음 가져왔던 껌에 대해 필중은 모르는 게 분명했다.

껌을 삼키지 말라고 했던 경고도, 그 음식점 주인의 괴상한 말조차도 말이다.


“우선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나머지 아는 것들을 내게 말 해줘. 잘 들어야 해.”


“예? 아 예. 알겠어요.”


이제 내가 아는 것들을 말할 차례다.

그래봐야 그 곳에서의 짧은 체험담에 불과하지만.


......


......


-콰앙! 콰앙!!


잠자코 있던 괴물이 또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나도 이야기를 끝내고 있었다.


“내 예상은 그래. 삼키지 말란 말을 무시하고 삼켰기 때문에 지금 저렇게 변한거지.”


필중은 잔뜩 표정이 굳어있는 상태였다.


“그럼 대리님과 오주임이 가져오신 껌이 문제가 된 거군요?”


싸늘한 말투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 작정으로 꺼낸 말이었다.


“내 탓이 없다고는 못 하지만, 정확히는 오주임이 다른 사람들에게 껌을 주었기 때문이지.”


“그 껌은 제가 드린 것 하고 다른가요?”


그 껌을 떠올려봤다.

그 넘치도록 흐르던 단물과, 삼키고 싶은 욕망이 간절해지는 식감, 계속해서 씹게 만드는 엄청난 중독성 등등.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흘렀다.

모양 또한 시중에서 파는 껌과 비슷했다.

그런 점에서 필중이 줬던 껌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았다.

중독성만 빼고 말이다.


“다르지 엄청. 자 이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지?”


필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믿기 힘들지만 지금으로선 가장 그럴싸하네요.”


여전히 거슬리는 말투였다.

어쨌든 껌을 삼켜서 괴물이 되었을 거라는 나의 말에 수긍은 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의문은, 오주임도 껌을 삼켰는데 왜 괴물로 변하지 않았냐는 거지.”


내 말을 들은 필중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그러네요. 오주임도 삼켰다면 뭔가 변화가 있어야 맞는...”


말하던 중 필중의 표정이 갑자기 변한다.


“아. 그러고 보니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뭔데?”


필중이 침을 한 번 꿀꺽 삼킨다.


“다른 사람들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오주임을 빼고 나머지 4층 사람들은 괴물이 된 것만 봤으니까.”


내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니까 오주임 팔에, 뭔가 뜯긴 자국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식으로 구멍이 숭숭 나 있었어요.”


“......”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비슷한 모습을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 그리고 또?”


“예? 음... 일단 그게 다에요.”


“아니, 괴물에게 얘기를 했다는 건 어떻게 된 거야. 사람을 습격하는 것 아니었어?”


사실 가장 큰 의문은 이것이었다.

오주임은 대체 무슨 수로 괴물과 이야기를 했다는 건가.

다른 동료들의 얼굴이 붙어 있지만 이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괴물과 말이다.

잠시 뜸을 들이던 필중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음. 글쎄요. 저는 단순히 같은 4층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원하던 대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 그러면 오부장...윽...”


갑자기 두통이 몰려왔다.

껌을 뱉었던 탓일 것이다.


“아. 거봐요 대리님. 비위 상하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런 것 따질 때가 아니라고요.”


필중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예의 그 덩어리를 하나 또 꺼냈다.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엔 시뻘겋다는 점이었다.


“제가 씹으려고 남겨둔 건데 대리님 드릴게요. 맛이 아까보단 나을 거예요.”


이제 껌이라고 부르기도 싫었다.

시뻘건 덩어리.

아까전의 말대로라면 오부장의 피가 아닌가?

살점도 비위가 상해 뱉어버렸는데, 지금 핏덩이를 내 입에 집어넣으라는 얘긴가?

두통은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으... 너는 비위도 안상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씹으란 말을 하는 거야?”


필중이 억지로 내 손을 펴 그 덩어리를 올려놓았다.


“대리님이 뭘 모르셔서 그래요. 선입견을 버리면 그렇게 이상한 맛도 아니에요. 평범하죠.”


필중이 계속 말을 이었다.


“물론 저도 처음엔 꺼려했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살고 싶으면 씹어야 하는데.”


손에 놓인 덩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시뻘건 덩어리는 정말 백 번 양보해도 혐오스럽기 그지없었다.

피라는 걸 몰라도 말이다.


“이걸 씹지 않으면 죽기라도 한단 말이야?”


귀에서 우웅 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통과 오한이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맞아요. 그러니까 어서 씹으세요.”


“뭐? 죽는다고? 으으윽...”


필중의 표정이 아까보다 더 굳은 것 같다.


“눈앞에서 더 이상 사람 죽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어서 입에 넣어요!”


필중의 닦달에도 나는 감히 이 덩어리를 입에 넣지 못 하고 있었다.

나는 말 그대로 미식가다.

이런 것을 입에 넣었다간 아마 제정신으로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후우... 고집하고는. 힘으로라도 해야겠군요.”


필중이 말하면서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에든 덩어리를 빼앗아 난폭하게 내 입을 벌렸다.


“윽, 으으윽 이게 무..우읍..”


그리고 태 턱과 머리를 붙잡고 강제적인 상하운동을 시키고 시작했다.

어떻게든 씹지 않으려고 혀로 이리저리 굴려봤지만 결국 어금니 사이에 정확하게 껌이 걸리고 만다.


-아그작


단 한 번 씹었을 뿐인데 엄청난 양의 단물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이것은 다 피겠지.


“흡, 어때요. 막상 흡, 씹어보니 흡, 괜찮죠?”


필중이 계속해서 내 턱을 움직였다.


“읍, 읍, 이제 됐으니까 이거 읍, 놔!”


말하면서 필중의 몸을 밀쳐냈다.

필중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걸로 보아,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맛 괜찮죠?”


나는 매섭게 필중을 노려보았다.

하긴 그렇게 나쁜 맛은 아니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비렸지만 단물이 훨씬 더 풍부했고, 식감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것이 오부장의 피라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할 뿐이다.


“그렇게 보지 마세요. 따지고 보면 대리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순순히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필중이 잘못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 때문에 필중이 이런 상황을 당하게 된 것이니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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