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들러붙은 여자 ~ 3 ~2010.06.24 PM 12:41

게시물 주소 FONT글자 작게하기 글자 키우기



"찾아냈다..."



그 미친여자였다.

나는 절규했다. 더 이상의 소리는 낼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절규했다.

나는 여자가 어둡고 음습하고 차가운 벽에 둘러싸인 영원의 감옥처럼 느껴졌다.

의사가 일어서서, 내 양어깨를 잡았다.


"너는 나나코를 죽였다!! 너는 죽어서 나나코와 영원히 함께 있어야해!!

이제 나는 무리야! 이 아이는 어둠 속에서 죽었다!!

이 아이의 고독을 니가 함께해줘!!!!"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 순간, 눈 앞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도로가의 풀숲 한가운데 쓰러져있었다.

어디에도 상처는 없다. 오토바이도 옆으로 넘어져있었지만, 무사하다.


꿈.....? 꿈을 꾼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그 길가의 역이 보인다. 간이 화장실은 없었다.

시간은 8:00. 나는 뭘 하고 있었지.

이상한 체험이었다.

분명 나는 꿈이나 환상에 홀려있었던거겠지.

그 후, 나는 무사하게 홋카이도 일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 뒤에도 그 여자는 나를 따라다녔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한가할 때 다시 쓰겠다.

지금 결과적으로는 더이상 그 여자는 없다.

어느 영능력자 덕분에, 그 여자를 퇴치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영능력자가 없었다면 미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홋카이도 투어링으로부터 3개월.



나는 지금, 도내의 역앞에 있는 광장의 벤치에 앉아있다.

여름의 더위가 끝나고, 거리에 겨울의 기색이 감도는 바람이 부는 가을이었다.

계절의 흐름으로 거리의 색이 바뀌어 가듯이, 3개월간 나의 인생도 크게 변했다.

그 날, 나와 함께 홋카이도를 여행했던 오토바이는 이제 없다.

트럭이랑 정면충돌을 해서, 형체도 없이 대파했다.

나는 그 사고로 왼다리와 왼팔, 왼쪽 쇄골과 늑골 4개가 골절하는 중상을 입었다.

전치 5개월이었다.

살았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회사에서는 전치 5개월의 환자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서류 1장으로 나를 해고했다.

덕분에, 오토바이도 잃고, 직장도 잃고,

남은건 얼마 있지도 않은 저금과 만신창이가 된 몸 뿐.

다행히 후유증 없이 회복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왼팔의 회복이 묘하게 늦다.

왼다리, 늑골, 쇄골은 이미 대부분 낫고 있는데, 왼팔은 아직 부러진채로 있다.

의사도 이상해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때, 나는 어째서, 사고를 일으켰던 건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의사는 사고의 충격으로 인한 일시적인 기억장애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완전히 사회로부터 일탈하고 있었다.

가령, 상처가 치유된다해도 나는 돌아가야할 직장이 없다.

나는 완전히 살아갈 자신을 잃고 있었다.

이대로 나는 사회부적합자가 되고 마른잎처럼 썩어, 허무하게 죽게 되는건 아닐까.

그런 것들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역앞 광장의 벤치에 앉아 있는 이유는 1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병원에 가기 위해서 이 역을 이용하고 있다.

몸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갑작스런 사람의 물결속에서 발이 멈춰버려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 때, 나를 도와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아주 잠깐 내쪽을 쳐다만 보고는 모두 지나가버린다.

별로, 그래도 상관없었다. 도와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질투하는 마음이나, 원망스러운 마음은 없다.

그저 자신이 비참해 견딜수가 없었다.

약하다는 것은 고독하고 비참한 감정을 끌어낸다.

매일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역전 광장의 벤치에 앉아, 나는 쉬고 있었다.

사람들의 흐름을 보고 있으니, 나는 평범했던 일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갑자기 젊은 남자가 내 옆에 앉았다.


"형님, 위험해 보이네."


젊은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대꾸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별로 이상한 거 아니야.

그저 지금 형님을 보고있자니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보여서 말이야."


"도움? 도움같은거 필요 없어. 몸이 나으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어"


젊은 남자는 한숨을 쉬는 듯,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그 몸은 더 이상 낫지 않아. 낫는다고 해도, 다시 같은일이 반복될 뿐이야"


나는 대꾸하지 않고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대꾸할 기력도 없다.


"일주일 후에, 다시 이곳으로 와. 그러면 우리들이, 형님의 힘이 되어줄테니까."


그렇게 말한 젊은 남자는 자리를 떴다.

나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저런놈에게 그런 말을 듣을정도로 보잘것 없어졌다는 건가.
댓글 : 0 개
친구글 비밀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