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들러붙은 여자 ~ 4 ~2010.06.24 PM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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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나는 아파트의 침대위에 누워있엇다.

누나가 가끔 나를 보살펴주러 오는 것 외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좁은 아파트 안에서 그냥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잠들었나 싶었는데, 문득 잠이 깨버렸다.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것도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것 같은 커다란 구멍이.

갑자기 나타난 천장의 구멍에 놀란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마치 구속복에 묶인것 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일 순간, 패닉 상태가 되었다.

천장의 한 점만을 응시한채로 꼼짝할 수가 없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고, 발버둥치는 나의 귓가에 무언가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천장의 구멍 안.

전신에 경계신호가 흐르기 시작했다.

위험한 기운이 천장의 구멍안으로부터 가득 차서 넘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이건 꿈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일어나자! 일어나자! 일어나자!!

필사적으로 빌었다.

눈을 뜬 순간. 나는 내눈을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홋카이도에서 만났던 미친여자가 천장의 구멍안에 있었다.

심장이 터질듯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미친 여자는 입을 다문 채 나를 보고 있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떨고 있을 뿐.

미친 여자의 입이, 우물우물, 기묘하게 움직였다

마치 껌을 씹는 듯 하더니, 여자의 입에서 천천히 피가 흘러 내렸다.

그 피가 방울이되고, 내 얼굴에 달라 붙는다.

여자가 입에서 토해낸 피는 사람의 피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차가웠다.

시체의 피.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누구라도 좋아. 알아차려 줘. 누가 좀 도와줘.

내 얼굴 전체가 피로 덮였음에도, 아직 여자가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마음 속에서부터 외쳤다.

도움을 바라며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여자는 구멍에서 기듯이 몸을 끌어내더니, 그대로 천장에서 떨어졌다.

심장이 멎을 듯 했다.

떨어진 여자는 천장에 매달린 듯, 목을 매달고 있었다.

차가울 정도로 무표정인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자의 입에서 대량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피가 여자의 하얀 원피스를 붉에 물들였다.

느닷없이 여자가 매달린 로프가 끊어졌다.

마치 꼭두각시의 실이 끊어지듯이, 여자는 힘 없이 나의 복부로 떨어졌다.

나의 공포는 정점에 달하고 있었다.

기듯이 여자의 얼굴이 내 귓가에 가까워졌다.



"이제 너는 내꺼야...."



그렇게 말하면서 여자는 내 몸을 만지작 거린다.

이 공포스러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용서해 줘, 누가 좀 도와줘.."


간절히 원할 수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여자는 내 입에 억지로 쑤셔넣는 듯한 불쾌한 키스를 했다.

나는 흐느끼며 절규했다.

그 찰나, 여자가 사라졌다.

나는 뱃속에 남아있던 모든 것을 토해냈다.

아침. 눈을 뜬 내 주변은 내가 토한 것들로 더럽혀져있었다.

거울을 들고, 얼굴을 살폈다. 여자의 피는 묻어있지 않았다.

침대 주위에도 여자의 피는 없었다. 천장에도 구멍은 없다.

그저 내 토사물이 여기저기 묻어있을 뿐.

나는 짐을 정리해 아파트를 뛰쳐나왔다.

낮에는 역안에서 쉬었고, 밤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지새웠다.

나는, 더 이상 혼자가 되는 상황을 견딜수가 없었다.

누구라도 좋으니까 사람이 있는 곳에 있고 싶었다.

그런 생활이 일주일간 계속 되었다. 몸과 마음 모두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치료되지 않는 몸, 익숙해지지 않는 생활환경.

내 안에서 많은것들이 무너져내렸다.

불과 얼마전까지 나는 열심히 일을 하며, 어엿한 사회인으로써 살아왔다.

그랬던게 지금은 노숙자와 다를게 없다.

이유는, 그 미친여자에게 홀려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 때문에 나는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정신이상자라고 생각되어도 할 말이 없으니.

나는 이제 안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내 마음은 절반이 죽어있었다. 모두가 절망적으로 생각됐다.

정신이 들고보니 나는, 그 젊은 남자와 만났던 역앞 광장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마지막 기댈 곳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벤치에 앉아있었다.

여름의 더위가 끝나고, 거리에 겨울의 기색이 감도는 바람이 부는 가을이었다.

나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전 광장의 벤치에 앉아서, 허공을 바라보고있었다.

가혹한 환경에 견디기 힘들어진 나는, 이제 생각하는 것도 포기했다.

오로지 1주일전에 만났던 젊은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샌가, 그가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전에 만났을 때보다 심해졌네, 형님. 이제 한계지?"


젊은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지면을 향해 연기를 뱉었다.


"정말로 도와줄 수있는거야?"


매달리는 심정으로 물었다.


"글쎄. 할 수 있는만큼은 하고 싶어.

이대로 형님을 방치해두면 죽을게 분명한데,

그걸 알고도 내버려두면 꿈자리가 사나워지니까"


"뭘 하면 되지?"


"일단. 따라와봐."


그렇게 말하고 젊은 남자는 주차되어 있는 차에 나를 태웠다.

얼마쯤 달린 후, 차는 빌딩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 젊은 남자의 사무실이 있다는 것 같다.

○△×탐정 사무소라고 쓰여진 곳. 이곳이 젊은 남자의 사무실.


"탐정?"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젊은 남자는


"본업은요"


라고 대답했다.

사무실 문을 여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아, 지금은 모두 나가있어요. 아마 사장님은 있을 텐데."


"나는, 돈 없어."


"음~, 우리 사장님 돈벌레이긴 하지만,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고, 아마 괜찮을꺼예요"


그렇게 말하며 젊은 남자는 안쪽의 사장실이라고 쓰인 문앞으로 갔다.

가볍게 두 번 정도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세요" 라는 대답이 들렷다.

문을 열자 거기에는 캐리어 우먼의 모습을 한 여자가 있었다.

이 여자가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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