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들러붙은 여자 ~ 11 ~2010.06.24 PM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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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나는 한장의 식빵을 앞에 두고 난처해하고 있었다.

요즘들어 잘 먹지도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욕이 전혀 없다.

지금의 나는 식빵 한 장 조차 손대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존. 아까 사장님이 본체인 남자를 찾으러 갔다고 했었지?"


스파게티를 꾸역꾸역 입에 넣으며 존이 대답했다.


"네. 사장님은 아침 비행기로 홋카이도에 가셨어요."


"홋카이도?"


"사장님이 그 남자에게 침입해서 행방을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 그 남자, 겁먹고 떨고 있지 않을까요.

절대로 사장님한테서 도망칠 수 없거든요."


"존. 녀석은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었어?

그런 짓을 사람이 할 수 있다는거야?"


존은 스파게티를 다 먹어치우고는 카레라이스도 먹기 시작했다.


"저도 놀랐어요. 사장님 이외에 그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그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다니 정말 무서워요."


존은 카레라이스를 다 먹어치운 다음에 돈까스 덮밥을 먹기 시작했다.


"존. 너무 많이 먹는거 아니야?"


식욕이 없는 나에게는 존이 먹는 모습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앞으로 할 작업은 체력이 필요하거든요. 지금 먹어두지 않으면..

아, 저녁까지는 사장님이 본체의 남자를 묶어놓을 꺼예요.

드디어, 클라이막스입니다. 형님."


그렇게 말한 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식빵에 버터를 바르고, 입에 밀어 넣었다.


클라이막스. 존은 그렇게 말했다.

사장이 본체인 남자를 묶어두고, 존이 나의 제령을 한다.

즉, 그 여자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된 것이다.

나는 토할 것 같았지만, 억지로 위에 밥을 집어 넣었다.

더 이상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난 이 놈들에게만큼은 지고 싶지 않았다.


저녁.

존은 나를 침대에 눕혔다.


"지금부터 어떤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마음만큼은 지면 안됩니다, 형님."


존의 말에 나는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만이라면 나는 절대로 저런 놈들에게 지지 않아.

존은 시계를 보면서, 심호흡을 하고 "이제 곧 시작이예요" 라고 했다.


"형님, 이번에 제 핸드폰이 울리는 때가 신호예요.

저는 단숨에 형님에게 침입할겁니다.

후원을 잃은 여자가 격력하게 날뛸지도 모릅니다.

제가 형님이 있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셔야 합니다."


나는 존의 손을 잡았다.


"그래, 믿어"


존은 곧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존의 핸드폰 벨소리가 방안에 울려펴졌다.


정신이 드니, 나는 본 적이 없는 양옥 같은 건물 안에서

목제 의자에 묶인채로 앉아있었다.

눈 앞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나는 건물 안을 살폈다. 무척 오래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양옥의 내부는 꿈인것 같은 위화감이 있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약하다.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존이 나를 구하러 온다. 그렇게 믿고 있다.

뒷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 여자....인가?"


그러자 뒷쪽의 인기척은, 스윽- 하고 내 목에 팔을 감아왔다.

나는 확신했다. 미친여자다.


"니가 왜 이런짓을 하는지, 지금은 아무 상관없어.

나는 너한테서 도망치는 방법만을 생각했어. 정말로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친구가 생겼어.

이제, 니가 무섭지 않아"


미친여자가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같이 있고 싶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살아있고. 너는 죽었어. 이 사실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아.

너에게는 내가 모르는 너만의 욕망이 있겠지.

하지만, 나는 거기에 응할 수 없어. 나는 살아있으니까."


나와 미친여자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미친여자는 나에게 꼭 달라붙은채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울고있는 미친여자에게서 예전같은 기분나쁜 느낌이 없었다.

미친여자의 목소리는, 전에 들었던 목소리와 똑같다.

확실히 미친여자가 맞았다.

그런데도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정도로 예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나는 이상했다. 후원자를 잃어 날 뛰지 않을까 싶었는데

미친여자는 내게 달라 붙어, 조용히 울고 있다.


"너.... 혹시....."


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더이상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그 때, 양옥의 현관문이 조용하게 열린다.

거기에는 존이 있었다.


"형님, 마중왔습니다."


존은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올라, 미친여자를 노려봤다.

미친여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에게서 팔을 풀고 존을 지나쳐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아래에서 멈춘 미친여자는, 천천히 뒤돌아 나를 바라봤다.

여자의 얼굴에 나는 놀랐다.

예전과 같은 불길함은 없고, 깨끗한 얼굴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녀의 안타깝고 슬픈 표정이 내 눈에 강하게 남았다.

여자는 발길을 돌려, 뒤돌아 보지 않고 현관 밖으로 사라져갔다.


"어떻게 된거지, 저 여자...."


상상한 전개와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 여자의 후원자도, 그 세 명의 남자도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승산이 없으니 단념한거겠죠.

그 여자도 형님안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우리가 이겼어요."


존은 이 싸움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내 안에 환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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