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져온 괴담] 사후 3분 ~ 完 ~2010.06.25 PM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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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질 무렵 그가나의 집에 도착했고,

그는 준비해놨던 약을탄 와인을 먹고 곤히 잠들었다.



난 그의 손발을 묶고 그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그가 눈을 뜬다. 주변을 둘러보고 어리둥절해 한다.



드디어 그토록 고대하던 나의 호기심을 풀 시간이왔다.

고래고래 그가 무어라 소리치지만



나에겐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리지않는다.



난 칼로는 사람의 목뼈를 단번에 가를 수 없다고 판정짓고 전기톱을 가져온다.



그의 절규에 가득찬 비명소리는 이내 전기톱의 엔진 소리에 묻힌다.



깨끗하다. 너무나 단조롭고 깔끔하게 몸과 목이 분리되었다.

그리고 나는 기다렸다.

온몸이 타오를듯한 그 희열

피가 용솟음 치는 그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



그러나 나의예상은 빗나갔다.

그의 몸은 미동조차 하지않았다.

도대체 '왜? 어째서 사후3분이 일어나지 않지?'




..........................




난 수차례 사람들을 죽인뒤에야 깨달았다.

그렇다. 사람은 생각한다.

사람들은 자기 목에 차가운 금속성 톱날이 닿거나 그전에 안다.

자기가 곧 죽을것이란 사실을...



최근 발표된 데이빗 호퍼의 논문을 보면 사람은

뇌세포뿐아니라 온몸의 세포가 기억하는 기능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곧 죽을것을 깨닫기때문에

몸도 이것을 자각하고 바로 죽음을 받아들인다.



'대상이 죽는다는 생각조차 못하게끔 만들고 죽여야 사후3분을 볼 수 있겠군.'



난 이번에는 기필코 희열을 맛보리라 다짐했고

죽는다는 생각조차 못하게끔이 아니라

죽음이 아예 뭔지도 모르는 생후12개월 막 첫돌이 지난 아기를 구해왔다.



예상대로였다.

크크큭 아기의 여린 사지는 너무나도 귀엽게 바둥거렸고

살아보겠다고

자기의 머리를 찾아 헤메고 있었다.

아아...당신은 아는가 ? 그 작은 존재로 인해 광활한 우주의 기쁨을

맛보게된 기분을...




몇일 후 난 20대초반의 볼수도 들을수도 말할수도

없는 여자와 결혼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샀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난 여자를 임신시키고 아기를 낳으면 곧 내 취미를 즐겼다.

1년에 한번씩인 그 고상한 취미는 이내 식상해졌다.

난 좀 더 자극적인 희열을 필요로했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인

'호기심'이 또 한번 자라났다.

역지사지라 했던가.



'당하는 자에 입장은 어떠한가?'라는 호기심이 생겨났고

그 또한 유쾌한 일일것같았다.



이 일이 더욱 의미있는것은

단 한번뿐이 맛 볼 수 없다는 희소성에서 온것이리라.

나는곳 단두대를 설치했고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기위하여

뇌수술로 기억의 단면을 제거했다.

물론 그전에 약3만번이상의 최면세뇌를 하고 난뒤에 말이다.

나의 기쁜 사형을 집행해줄 최면술사가

뇌수술을 하기전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의 별장을 찾아왔다.

약속한 시간이 됬고 그가 입을 연다.



"힘차게 달리시오"



난 기억이 지워져 그 말의 뜻을 알 수 없었지만 내몸은 달려가고 있다.

곧 단두대에 몸과 머리가 분리

되었고 나의 몸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두대를 가로질러

여전히 거실을 뛰어다니고 있다.


움직일 수 없는 머리에 붙은 눈알만이 몸이 뛰어다니는

동선을 따라 굴러가고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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