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텍스트] 감정쓰레기통2018.04.26 PM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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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스 기사보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우울증 환자를 대할 때 유의해야할 점이라든지 뭐 그런 건 자주 봐왔다.

근데 막상 생각해보면 그와 반대로

우울증환자의 감정쓰레기통이 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표현하는 글은 잘 없더라.

 

물론 우울증을 겪는 당사자가 제일 힘들 것이나

본인의 감정도 아닌 타인의 감정을 받아내는 사람 역시 그럴 의무나 책임이 없음에도

각종 매체에서는 '배려'라는 이름으로 지나친 책임감을 '강요'하며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친구라는 이유로 환자의 감정쓰레기통을 해야할 이유는 없지않나

배려해 주면 고마운 것인데 이따금씩은 그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고

조금만 전보다 덜 배려해주면 지나친 피해심리로 압박하는 행동이 스스로만 힘든 게 아니라

멀쩡한 정신으로 오롯하게 받아내는 사람마저 힘들게 한다.

타인이 우울증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울함을 옮게 할 권리는 없다.

 

물론 나 역시 매사 우울함과 의욕없는 생활로 지쳐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상황이 만들어내는 고충이 우울증이라는 이름으로 나약한 마음때문이라고 탓해지는 게 싫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평생 살긴 더더 싫어서 상담센터도 오가고 약도 처방받아 꾸준히 먹고

때로는 내 삶에 대한 넋두리나 하소연을 하더라도 왜 예민한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행동하냐며,

왜 내 말을 성의있게 들어주지 않냐며, 그래서 내가 더 힘들다든지 따위의 남탓을 하지는 않았었다.

나는 남들에게 내 탓이 아닌 걸 내 탓이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고 적어도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 역시도 내 감정의 기복을 타인에게 탓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건 정말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솔직히 나때문에 상대방까지 우울해지는 게 더 슬프고 힘들 것 같았다.

 

아픈 사람이나 약자에게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배려를 해준다는 건 좋은데

약자라는 걸 앞세워서 주위사람에게 감정쓰레기통 노릇을 시키는 건 해를 끼치는 것뿐이다.

나는 나약하고 너는 건강하니까 나는 되고 너는 안돼 식의 행동따위들.

 

우울증은 당사자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을 앞세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면 그건 잘못이다.

 

뭔가, 우울증 환자니까 예민하게 굴어도 이해해줘야하고 피해심리를 드러내도 받아줘야하고

자격지심, 열등감으로 상대를 깎아내려도 이러저러한 이유니까 너그러워야한다는,

그런 논지의 '조언'이 많아서 답답하다.

 

'누구'보다 더 중요한 입장이란 건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중받아 마땅하지 않나.

 

 

 


댓글 : 14 개
동감합니다.
:)
이해하기 쉽고 논리적이게 적으셨네요.

동감합니다.

순산하세요.
감사합니다 ㅋㅋ 늘 마지막은 순산이군요 ㅋㅋ
정말 공감되는 글이네요ㅠ_ㅠ
:)
저는 그다지 동의되진 않네요.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상식, 또는 일반적이라는 잣대로 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그런 상대와 어느정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이해와 배려는 강요라기 보다는 필수불기결적으로 필요합니다. 그것이 의무와 책임으로 느껴진다면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가족 정도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관계의 유지에 어려움을 호소하는데도 유지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네요.
안 할수 있다면 안하는게 좋겠지만 그게 안되니 병원을 다니고 치료를 받는거죠.
미디어에서 설파하는 방법론을 강요처럼 받아들이면 좀 그렇긴 한데...
어차피 상대에게 내 감정을 깍쟁이처럼 아끼며 모질게 굴든, 방법론을 따르든, 관계를 단절하든
전문가가 뭐라 떠들어도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 저도 이 댓글 의견에 동의하네요.
굳이 의무감 가질 필요 없어요.
의무와 책임이라는 것 이외에도 대인관계라는 것은 다양한 심상을 가지고 나누는 복잡한 것이지요.
그래서 쉬이 끊기도 어렵고 우울증 환자와 유지하기 위해서 감내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죠.
안타까운 것은 온전히 우울증 환자의 입장에서 입각한 조언만을 내비추고 상대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곳이 없는 분위기는 조금은, 아니 사실 꽤나 강요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저도 경험자이니만큼 감정조절이 어려우니 병원의 도움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라고 하는 것이겠고 말씀하신 것처럼 어느 정도의 이해와 배려는 강요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지요. 하지만 상대가 베푸는 배려와 연민의 감정을 받아들임에 있어 그것을 이기심으로 가꾸는 환자들도 없지 않다는 것 또한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희생이 수반되어야하는 관계가 건강하지는 못하듯, 미디어에서든 어디서든 조금은 그런 우울증 환자를 받아내는 흔히 감정쓰레기통이 되어야하는 상대의 입장도 대변을 해준다면 좋겠다는 게 바람이에요. 아무리 우울증 환자라고 해도 본인만 생각하세요. 본인 감정만 추스리세요.가 답이 아니라 좀 더 건강한 관계맺기를 위한 분위기 형성이 더 근원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이것또한 제 생각이고, 아야님이나 전뇌전기님 말씀처럼 모든 관계에 있어 유지에 대한 선택은 본인에 달려있는 것이니 동의하긴 어려우나 충분히 그리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의견은 존중합니다 ㅎ
말씀하신 건 넓게 봐서 감정 노동하고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거 같아요.
인간 관계라는 게 그렇게 말처럼 쉽게 맺고 끊어지는 게 아니라는 건 저도 공감합니다.

우울증 환자든 건강한 사람이든 어쨌든 자기 언동이
상대를 지치게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부채감을 미안함이라는 감정으로 어느정도 품을 줄 아는 '됨됨이'라면
배려를 항시 일방적으로나 이기적으로 이용하려고 하지만은 않을 거 같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요컨대 나쁜 사람이 나쁜 것
  • Ditch
  • 2018/04/26 PM 06:38
제 마이피가 칙칙하고 음습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제가 우울하고 힘들다해서 남에게 기대게되면 그 사람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부모님의 오랜 투병으로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인지 다른 방법을 찾게 되더군요. 비록 불특정 다수가 제 우울한 글을 보고 되려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저로서는 어떻게든 쌓여만가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싶었습니다. 마이피가 제게는 일종의 대나무숲이 되어주지 읺았나 싶어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댓글 남깁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저는 연민에 약한 사람이라 심신이 건강한 사람보다는 자연스레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이 더 가는 편인데 옆에서 그런 분들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들의 곪아가는 인내를 간접적으로 느껴보자면 그 또한 마음이 그리 아플 수가 없습니다.
대나무숲이라는 말씀이 참 공감됩니다. 저도 그런 이유로 마이피를 주로 찾곤 하죠 ㅎ
내 감정의 무게를 오롯하게 타인에게 실어내라고 하기엔 더넘스러운 부분이 있는 법이니까요.
혹자는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하나 이렇게 건강하게 쓰이기만 한다면 충분히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죠. ditch님과 같이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을 접하게 된다는 것 역시 우울감을 흩어내게하는 큰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육신의껍질을 입은 영혼들은 고통과우울하게 태어나는것 같습니다 정도의차이지..가족,친구 등 연을 맺음으로서 기모찌할때도 있어야 세상이란
지옥을 그나마 헤쳐나갈수가 있을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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