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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텍스트] 내 절친이 좋아했던 그 애가 좋아한 여자아이.TXT2023.01.13 AM 09:19
최근 논란이 된 부산의 모 사립초 교복 기사를 읽으니
옛날 기억이 난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인기 많은 남자애가 있었다
학년이 올라 반이 바뀔 때에도 그 애는 전교에서 인기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게 초등 고학년 남자애들 특유의
거칠다면 거칠고 산만하다면 산만한 면이 전혀 없었고
지지리도 못살던 우리 학교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뽀얀 얼굴에 영어학원을 다니고 바이올린을 켜고 배려와 다정한 말투가 몸에 밴
아마도 지금은 철지난 F4마냥 우리 학교의 왕자님 포지션이었지 싶다
그 애는 나와 같은 반이 되었던 해에 '뭐든 다 잘해서' 라는 이유로
조심스레 내가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당시 나와 절친이던 여자애는 내가 모르던 예전부터 그 애를 좋아라했다
근데 그 애는 우리 셋이 있던 공간에서 그런 얘길하더라 뭐 저는 몰랐겠지만.
내 친구 앞이라 뭐라 말은 못하고 나는 관심이 없어서 두루뭉술 분위기를 넘겨버렸는데
며칠 후 갑자기 내 친구가 자기 옛날 친구를 보러 남포동에 가지 않겠냐고 했다
그렇게 친구와 버스를 타고 가는 비내리는 도로 위, 내 친구는 이런 얘기를 꺼냈다
지금 보러가는 친구는 (더) 어렸을 때 그 남자애가 좋아했던 첫사랑이라고.
'그런 이야길 굳이 왜 하고 그런 친구를 굳이 왜 날 보여주는 거지?' 생각했다
그렇게 만나본 내 절친의 친구는 그 옛날, 사립초를 다니고 있었던 소위 금수저였는데
구김살없이 밝은 성격과 또랑또랑한 눈매, 곱슬거리는 머리가 참 예뻤다
많지 않은 나이에도, 나랑 다른 세계에 사는구나
나는 얘랑 '같은 사람'이 아니구나 하며 주눅이 들게 하던 아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우리학교 왕자님이던 내 절친의 짝사랑에게
나같은 건 비빌 것도 안된다는 걸 상기시켜주고 싶었나 하는 억지스러운 추측을 하게 된다
샘이 많았던 친구라 아마 너따위는 인정할 수가 없다 뭐 그런 ?
사실, 당사자에게 묻질 않았으니 의도는 모를 일이니까.
교복 얘기로 부산 중구의 사립초가 신문에 오르내리니
자연스레 그 예쁜 얼굴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남포동에서 만났던 사립초교 다니는 작고 하얀, 통통한 여자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