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XT창고] 소설 - 유년의 기억(원제:피어싱)2014.06.19 PM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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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 유년의 기억 (원제:피어싱) 1996 作]


그들에게 내재된 아이들은 미워할 줄을 몰랐다. 어쨌든지 자신들이 품어야할 관계였고 그러한 학대를 일삼는 상대를 미워할 수 없기에 스스로에게 비난과 원망을 쏟아부어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살인욕을 느끼는 사내와 자살욕을 느끼는 여인이 되었다.

의식의 저변에 자기혐오를 가득 품은 채 서로를 마주한 그들의 동상이몽이 긴박히 숨가쁘다. 충분히도 건강치못한 그들의 내면세계에서 그는 수십번씩 하이얀 뱃거죽을 팽팽히 뚫고 들어가는 얼음 송곳을 희구[喜懼]하고, 그녀는 파리한 손목을 떨굴 때마다 우직히 그 손목을 잡아줄 사내를 간절히 희구[希求]함에 처량하게 서로가 서로를 겉돈다. 피어싱처럼, 그들에게 처음가해진 학대는 아팠다. 그리고 곧 익숙해졌다. 오래전 뚫었던 니플에 걸린 피어싱을 잡아당기며 저릿한 감각에 뱉아내는 치아키의 신음이 그렇듯 이미 관통되어져 제 몸과 살이 된 학대의 상처가 자극될 때면 익숙함 못지않은 아픔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박혀있는 동안은 그렇게 끈질기게도 상처의 존재를 체감할 뿐. 둘은 그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 서로의 피어싱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온화함... 이것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 이처럼 온화함은 긴장과 불안, 공포의 재료로만 존재한다.] 가장 선명히 박힌 마사유키의 독백구절. 온화함이 익숙치않은 이에게 이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온화함을 갈구하기에 제 손으로 그것을 부수고 그를 통해 안정을 느낀다. 모든 것이 완벽한 순간, 다음에 다가올 것은 이미 완벽함이 아닌 허물어짐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직시하고 쓰러진 관계로 1할이라도 온전한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면 족한 것이다. 그 기대동안 만큼은 안정적이다. 상냥한 관계에 정을 대고 내리쳐지길 기다리는 그 엄청난 프레셔를 감당할 수 없으니 차라리 제 손으로 정을 쳐버리는 가학적이며 피학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긴박하게 달려온 이야기는 맥이 탁-하고 풀릴 결말을 내어놓는다. 허무하지도않게 차오르지도않게. 서로간 화해의 제스쳐는 없었다. 틈 조차 없었다. 그저 아픔은 아픔대로, 통한은 통한대로, 지쳐버린 자신들을 고스란히 내놓았을 뿐이다. 서로에게 기대지도 않았다. 병든 마음, 선명히 도드라진 최초의 발자국에는 애정의 결핍이 스며있다. 마음이 병든이들에게 결여된 것이 비단 사랑뿐만은 아니지만 극단적인 형태의 것으로 돋움치않게하는 원초적인 파훼임은 자명하다. 혐오하는 자신을 작위적으로 떼어놓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를 나로서 용납케하는 의연한 태도, 스스로에게 부정당한 자신을 어루만져줄 온유한 태도, 그 모든 것의 발로는 사랑이다.
댓글 : 3 개
고기책이 아니라니!!!
사랑은 아이입니다
고기의 기억(원제 :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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