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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XT창고] 영화 - Her (약 스포)2014.06.19 PM 11:49
두 눈을 사로잡았던 붉은 계열의 포스터.
영화 내내 등장인물의 감정과 처해진 상황은 굳이 서술치않아도 인지될만큼 색채로써 묘사된다.
초반, 무채색의 회푸른 도시 전경 속에 붉은 셔츠를 입은 주인공은 외로이 걸었고
애정을 갈구하는 그에게 사랑을 나눠줄 사람은 없다는듯 거리의 모두가 낮은 채도의 옷차림을 하고 있다.
과거 회상 속, 애정이 충만한 그때의 그 역시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있고,
현재로 돌아온 그는 공허진 공간을 메우려는듯 방의 조명이나 소품 마저 붉은 색을 택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OS1의 광고. 붉은 색을 하고 있다.
운영체제 라벨도, 설명서의 타이프도, 부팅화면도 모두 붉은 색.
붉은 색 옷을 입고 다니며 애정에 대한 갈구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던 그에게
당장이라도 따뜻한 체온을 나눠줄 것만 같이 온통 붉은 색을 하고 나타났다.
해변의 산책에서나 거리로 나와 노닐 거나 커플 여행을 떠날 때 처럼
사만다와 함께하는 그는 붉은 계열의 셔츠 혹은 가디건, 코트를 입고 있던 반면
확신없이 나간 소개팅자리에서는 노란 셔츠를 입고 나타난다.
진실된 마음과 진정한 관계를 희망하며 나온 소개팅녀는 어김없이 붉은 색 옷을 택했고.
다른 운영체제와 대화하는 사만다를 보고 질투를 느낀 그가
갑작스레 사라진 사만다를 찾아헤맬 때 역시 노란 셔츠를 입고 있다.
이렇게 본인과 상대에 대한 매캐한 불확신성, 혼란, 두려움이 노란색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색깔론에서 노란색은 겁쟁이를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다.
인물간의 갈등이 빚어질 때에는 무채색과 검푸른색이 등장해 시각적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이성적이며 자신의 룰만 고집하는 잔소리꾼남편에게는 카키색을 입혀 지치고 시들어가는 감정을 표현한다.
외에도 곳곳에서 색으로 표현되는 장면들이 꽤 많았다.
대부를 맡은 아이를 만날 때, 더 깊이 다가가고 싶지만 그래도 될까하는 자문에 확답할 수 없었던
테오도르와 여자아이의 비비드한 컬러매치라든지
사만다의 권유로 대리섹스녀를 집에 들일 때 빨간 셔츠를 벗어던지고 택한 셔츠의 색,
이혼 후 OS1에게 마음을 내어주던 즈음의 에이미가 입은 옷들.
아무래도 인간과 존재를 인지할 수 없는 OS간의 감정을 다룬 영화다보니
관계해석적으로 평하는 글은 곧 잘 보아왔는데
개인적으로 빛바랜듯하면서 비비드한 색채에 눈이 즐거웠던 나인지라
아주 주관적인 관점에서 장면과 색들이 매치될 수 밖에 없다.
감독의 의도와는 상이할 수 있다는 소리다 ㅋㅋ
사실 이 영화 OST중에서는 The Moon Song을 더 좋아하는데,
음.. 아무래도 지금은 Song On The Beach가 잔잔히 스미는 게 어울리지 싶었다.
영화의 제목이 왜 She가 아니라 Her인지, 영화에서 표현한 관계가 가능한 것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은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댓글 : 5 개
- 맑음때론뿌이
- 2014/06/19 PM 11:56
개인적으로 올 상반기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김노조
- 2014/06/19 PM 11:57
올해 제일 재밌게 봤음
스칼렛요한슨 목소리만으로도 영화를 살린다는게 참 대단함
스칼렛요한슨 목소리만으로도 영화를 살린다는게 참 대단함
- 천국의악마들
- 2014/06/19 PM 11:57
저도 강추 보면서 우시는분들고 꽤 있고
보고나서 여운이 오래가더라구요.
보고나서 여운이 오래가더라구요.
- 돌다리
- 2014/06/20 AM 12:03
아 엔딩이 너무 피꺼솟
- 매스티
- 2014/06/20 AM 12:13
전 최고의 엔딩으로 치는데... 결국은 사람이라는 거 때문에
그리고 이거나 우리 주위에서 베개랑 데이트하는 사람이나 한끗 차이입니다. 꾸미기와 의미 주기의 차이일 뿐이에요.
그리고 이거나 우리 주위에서 베개랑 데이트하는 사람이나 한끗 차이입니다. 꾸미기와 의미 주기의 차이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