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XT창고] 지척거림2015.04.03 AM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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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비가 내리는 하굣길에 나를 위한 우산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작다랗게 입마무새를 짓곤 옹잘대지도 않았다
태어난 이후로 여느 아이들과 같지않은 처지에
'왜'라는 물음은 가진 적 조차 없었으니까

엄마 아빠와 한 우산을 쓰고 정문을 나서는 뒷모습만 매 치어다봤다
비를 맞으며 걷는 하굣길 그 자체가 설웠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깐에 자존심은 있다고 빌려쓰자거나 같이 쓰자는 말따위를 건넨 적 없었다
함께 우산을 쓰자는 친절에도 뒤엉킨 반감이 솟아 미간을 깊게 찌푸리곤 했다

흐린 하늘을 마주한 텅 빈 운동장에는 그림자마저 옆에 서질 않았다
낮게 깔린 구름과 무채색의 하늘은 어느 새 머리맡에 다가와
언니와 부둥켜안고 꽁꽁 언 발을 녹여가며 잠을 청했던
그 옛날 다락방의 초라하고 습한 기운을 언 볼에 부볐다

발갛게 상기된 양 볼만큼 눈시울이 붉었다
몰큰한 흙내음만 작은 뒷꿈치를 적셨다

댓글 : 6 개
움짤 좋네요
마음이 아려오는...
오오...첫봄비라 좋네요
나도 하굣길에 나를 위한 우산이없었는데 어렸는데도 내가 너무 짠했던... 퇴근길 지하철역 출구앞으로 나와줄 나를 위한 우산 얼른 찾으셔야죠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또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남들은 다 지나면 추억이라고 얘기하던데,
저는 추억이라기 보다는 아픔이고 기억해야할 시간이었습니다.
저도 아팠지만, 저의 가족들 모두 그랬을 겁니다.
먹먹해지네요...
저도 어릴 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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