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각사각] 내집2015.06.04 AM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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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재주소년 - 봄비가 내리는 제주시청 어느 모퉁이의 자취방에서...)





내가 10살 때였나 11살 때였나
무튼 우리 엄마가 지금의 우리 언니보다 어렸을 때는
1년 혹은 2년에 한 번정도 엄마를 볼 수 있었다

이미 내가 3살 무렵에 아부지와 헤어지고
두 딸때문에 연고없는 부산을 뜨지 못했던 우리 엄마는
전형적인 전라도 산골동네의 장녀인지라 집안일말곤 배운 것이 없었다
그래도 아직은 젊은 나이였기에 조금만 양심을 속이면 얼마든지 쉽게 돈을 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에게는 당당해야한다는 생각에 궂은 식당일을 하며 그곳에서 의식주를 해결하셨다

1년 반만에 엄마를 만나 일하시던 식당으로 갔는데
당시 다니던 학교에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자리한 식당을 보곤
아마 내가 인지능력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더 어린 시절부터
약 10년 가까이 몰래 나를 지켜봐오며 그리 살아오셨었을 거라 짐작했다

가게마감 시간이 가까워오자 사장 아주머니는 자연스레 엄마에게 열쇠를 맡겼고
개고기가 그득 쌓여있는 크고 차가운 냉동고 옆에 플라스틱 파티션을 치곤
좌식 테이블을 양옆에 끼고서 좁디 좁은 그 공간에 엄마랑 껴안고 누웠다
한 평도 채 나오지 않을 그 공간이 엄마에겐 집이었고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엄마와의 첫날 밤이었다

며칠 전, 엄마와 한 횟집에 갔는데
사장님 딸로 추정되는 작은 여자아이가 테이블 옆에서 잠들어 있어
문득 20년 전의 그 날이 떠올랐다

지금은 네 식구가 다 취업으로 결혼으로 흩어져있다
서울에, 안성에, 양산에, 사천에.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유대감으로 묶여있고 다들 각자의 집도 있고 잘 살고 있다
아 물론 나는 아직 내 집은 아니지만 ㅋㅋㅋㅋ 내 집 마련하려고 열심히 모으고 있다 !

매일매일, 몸을 뉘이는 집이란 건 나에게 아주 여러가지 의미를 갖지만
잘 살아왔다는, 허투루 살진 않았다는, 빈손으로 이만큼은 꾸려왔다는,
가장 큰 시각적 존재의 의의를 갖는다

우리 엄마가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나와 언니를 갖고, 또 잃었고,
다시 찾기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안다
우리 앞에 당당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안다
나도 우리 엄마 아빠 앞에 당당해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나는 잘 할 수 있다
우리 엄마 딸이니까








댓글 : 21 개
당신은 이미 훌륭한 효녀~乃
돈으로 효도하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독립... 빨랑해야 하는데...ㅠㅠ

므찌십니다!
집에 같이 살 때가 젤 좋아요 ;ㅅ;ㅋㅋ 돈 아끼고 엄마아빠 매일 보고 엉엉 ㅠㅠ
저도 빨리, 더 성장해서 좋은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데, 끄아앙ㅠㅠ
여왕님 멋쟁이 !!
저도 요즘 조바심이 조금씩 생기네요 ㅎㅎ
여왕님 화이팅!
화이팅 (` ▽')/ !
고기전사님 화이팅입니다!
고기전사인 줄 ㄷㄷ 읏ㅅㅅㅑ읏ㅅㅅㅑ해요 !
as your wish!
잇쪕 2 us!
다 컸네요
키는 5cm만 더 컸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님이 이글보시면 대견해서 궁디 팡팡하겠네요~~^^
저번 주에 보고 왔는데 엄마 보고 싶어요 T-T
이글 보시면 궁디팡팡하다가도

이제 시집만 가면 완벽한데...

우리딸 누가 데려가나라고 하실거 같아서...왠지모를 슬픔
콩깍지가 씌이셨는지 누가 데려가도 아깝다고 결혼하지 말라던데 ㅋㅋㅋㅋ
여왕님을 보면... 제가 부끄러울때가 많아요..

여왕님은 정말 멋있게..그리고 훌륭하고.. 당당하게...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껴져요..

여왕님에 주위에 항상 행복과 기쁨이 있길 빕니다..

요즘 메르스때문에 이래저래 뒤숭숭한데 아프지 마시고요..
토닥토닥//
여왕님은 이미 충분히 멋지신거 같은데 더 멋져지시려고!
응원합니다>_<

글이랑
노래가 너무 어울리네요.
오늘도 철야인데, 힘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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