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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어봅시다.2012.11.08 AM 10:36
'전주 비빔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다가 가깝고, 근처에 평야가 있어서 육해공 모든 생산품이 집결해서
임금님께 특산물을 진상하는 요지였다던지
그런 건 차치하고라도 그만큼 전주 비빔밥이 맛있다는 얘기겠죠.
근데 내지인은 전주 비빔밥 안 먹습니다.
그거 아무리 잘 만들어봐야
밥에 나물 좀 넣고 고추장 넣어서 비빈거에요.
'전주 오면 전주 비빔밥이 유명하니까 먹고 가자.' 라고 하는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팔려고 내놓은 관광 상품입니다.
내지인은 그냥 한상 거하게 먹고 싶으면 한정식 같은 거 사먹죠.
전주 정도 되면 그냥 허름한 밥집 가서 백반 시켜도 왠만한 건 다 맛있게 나옵니다.
담양 떡갈비?
거기에서 맛있게 드신 분들께는 정말정말 죄송하지만
내지인이 떡갈비 먹고 싶다고 담양까지 가면 개호구 소리 듣습니다.
전남 사람들은 광주 송정으로 가죠.
밑에 어떤글 보니까 한마리에 4만원쯤 하는 간장 게장이 있는 모양인데
식당 인테리어도 그렇고 메뉴판에 일본어 병기된 것도 그렇고
목적 자체가 외국인 관광객 대상 장사 같더군요.
분위기도 식당이라기보단 레스토랑 같은 느낌이고...
위의 예들과 같이 그런 곳에서 맛을 논하기엔 애매하죠.
그런 곳은 말 그대로 그냥 '간장게장을 파는 곳'입니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외국인들이 판단해야할 사항이고...
게장을 먹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
광주 변두리에 동곡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에 대규모까진 아니지만 약 10개 정도 하는 게장 식당이 분포해 있는데요,
이쪽이 게장을 먹기에는 가장 괜찮습니다.
'광주 가야 하는데 어딜 놀러가거나 뭘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 받으면
제가 제 1순위로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도 제 인생에서 먹어본 음식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꼽는 것이
이곳에서 먹는 양념게장입니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대중 교통으로 가기에는 거의 힘들고 차가 있어야 한다는 점 정도겠네요.
이곳에서 게장 정식을 시키면 그냥 밥집입니다.
반찬 좀 푸짐하게 나오고 메인 반찬이 양념게장이 되죠.
양념게장은 무제한까진 아니지만 더 달라 그러면 더 주긴 합니다.
말도 안 되게 많이 먹으면 좀 거시기해서 정말 작정하고 많이 먹을거면 추가 요금을 주기는 하죠.
그래봤자 그냥 백반 정식보다 살짝 비싼 편이라 요금의 부담은 거의 없구요.
밑반찬으로 간장게장이라던지 제육볶음이라던지 생선구이 같은 것들이 바리바리 나오고...
너무 많아서 제대로 못 먹고 계산할라 치면 '우리 음식이 맛이 없느냐'고 하고...
밥도둑? 그딴 표현으로는 설명 못합니다. 굳이 비슷하게 표현하자면 밥강도가 더 잘 어울리겠네요.
그냥 훔치는 개념이 아니라 강제로 뱃속에 밥을 쑤셔넣게 만드는 수준으로 맛 있으니까요.
저도 여기만 오면 세그릇씩 먹고 배불러서 두시간 정도 퍼져있네요 ㅋㅋㅋ
원래는 명절때마다 선산에 벌초하러 가는 길에 들러서 먹는 정도인데
항상 이것먹고 퍼져있으면 부모님이 다 벌초하는 불효자식이 됩니다.
그래도 이렇게 잘 먹으니까 부모님은 좋아하시긴 하는데...
사람을 불효자식으로 만들 정도의 무시무시한 위력이죠 ㅋㅋㅋ
여담이지만 인생 2위의 가장 맛있는 음식은 화순(대규모 공룡 화석지로 유명한 그 곳)에서 먹는 보쌈이구요.
이곳은 온천지가 있고 두부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래서 순두부찌개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순두부찌개는 먹어본 적이 없네요.
이곳에서 보쌈을 먹으면 보쌈에 대한 가치관이 완전 바뀝니다.
간혹 가다 '보쌈은 돼지를 어떻게 삶느냐가 중요하다' 뭐 이런 말들 나오는 경우 있는데
그건 당연한겁니다. 최소한 이곳에서는요. 이곳에 있는 모든 보쌈집이 돼지는 끝내주게 삶습니다.
당연히 잘 삶아진 돼지고기가 나온다면 진정한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두부, 그리고 보쌈에 곁들여 먹는 보쌈김치입니다.
이곳에서 보쌈용 김치 한번 먹으면 정신 못 차립니다.
어느 정도냐면... 헤어지고나서 1년 반쯤 지난 여자친구가 느닷없이 전화해서
'잘지내?'라는 인사도 없이 '전에 우리 전남쪽 놀러갔을 때 갔던 보쌈집 전화번호 알아?'
이 말부터 꺼냈었죠 ㅋㅋㅋㅋ ...나쁜년.
저도 지금 서울 사는데 어렸을 때 화순에서 보쌈 먹은 뒤로
야식으로 절대 보쌈 안 시켜 먹습니다.
맛대가리 없어서...
보쌈에 곁들여 먹으라고 무말랭이 같은 거 나오는데
그것만 먹으면 속이 느글거리고 토할 것 같더군요.
시켜먹는 것 뿐 아니라 보쌈 관련 식당에를 가도 보쌈김치보다 무말랭이가 더 많이 나오는 것 보고 놀랬습니다.
전남쪽에서 이렇게 장사하면 참 안 될텐데... 요러면서...
갑자기 먹을 것 얘기했더니 불행해지네요.
서울 경기에서 먹는 밥은 음식이 아니라 연료 같은 느낌이라
맛있게 먹을 수가 없습니다 흑흑...
댓글 : 10 개
- 이스멜
- 2012/11/08 AM 10:48
엄마밥이 제일 맛있어요 헤헿
- 아르
- 2012/11/08 AM 10:48
전주 얘기는 저거 맞습니다... 관련 글도 썼었음 =_=; http://gaver.org/635
- 100퍼센트
- 2012/11/08 AM 10:50
맛을 안다는 게 축복이기도 하고 불행이기도 하고 그러네요 ㅋㅋ
전 그냥 적당히 맛있으면 적당히 만족하는 편이라...
물론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하긴 합니다.
전 그냥 적당히 맛있으면 적당히 만족하는 편이라...
물론 맛있는 거 먹으면 행복하긴 합니다.
- 불타는 김치덮밥
- 2012/11/08 AM 10:53
100퍼센트//
저도 제가 미식가 수준으로 맛을 따진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몇년 전엔가 서울쪽에는 맛있는 음식이 없다고 하니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곳만 골라 데리고 다녔더니 그 맛에 길들여져서 그런다'라고...
이미 맛있는 음식이 저한테는 맛에 대한 평균의 기준이 된 것 같아요 ㅋㅋㅋ
저도 제가 미식가 수준으로 맛을 따진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몇년 전엔가 서울쪽에는 맛있는 음식이 없다고 하니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곳만 골라 데리고 다녔더니 그 맛에 길들여져서 그런다'라고...
이미 맛있는 음식이 저한테는 맛에 대한 평균의 기준이 된 것 같아요 ㅋㅋㅋ
- 썬더치프
- 2012/11/08 AM 10:57
이건 마치...
부산에 30년 가까이 산 사람이 '씨앗호떡' 한번도 먹어본적 없는것과 같은 원리 ㅋㅋ
부산에 30년 가까이 산 사람이 '씨앗호떡' 한번도 먹어본적 없는것과 같은 원리 ㅋㅋ
- 메가트론™
- 2012/11/08 AM 11:02
아니요. 정말 맛을 안다 모른다 이걸로 정할게 아니고,
입맛이 깐깐한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 로 판단해야할거같아요
주인장님은 입맛이 깐깐하신거 같아요.
사실 이거야 뭐 개인차이니 잘되고 잘못된게 없으니...;;;
입맛이 깐깐한가, 아니면 그렇지 않은가 로 판단해야할거같아요
주인장님은 입맛이 깐깐하신거 같아요.
사실 이거야 뭐 개인차이니 잘되고 잘못된게 없으니...;;;
- 케미컬크루즈
- 2012/11/08 AM 11:08
저도 전주사람이라 하는얘긴데 다 맞는말 전주인의 80%가 실상 전주비빔밥을 먹어본적도 없음
- 엘리코웬
- 2012/11/08 AM 11:10
정확한 위치를 좀 알려주세요 ㅋㅋ 엄청 가보고 싶네요 동곡이랑 화순ㅋㅋㅋ
- 메가트론™
- 2012/11/08 AM 11:11
난 전주비빔밥을 삼각김밥으로 먼저 알았는데;;ㅋ
- 총그리고장미
- 2012/11/08 AM 11:20
엘리코웬 // 아마도 화순 달맞이 흑두부 나 색동두부, 동곡식당을 이야기 하시는게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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