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보며 나를본다] 운명의 과학2020.07.30 AM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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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안 돌아가네.. 아쒸... 

 

   어떤책을 좋은 책이라고 불러야 할 지 기분이 꽤 모호하긴 하지만,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일년에 대략 50권 정도의 책을 접하는 나도 좋은 책이라고 할만한 책을 만나는 일은 일년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드문 일이다. 물론 50권 중에 완독하는 책은 절반이 안된다. 10권 정도는 1장을 다 읽지도 않고, 나머지 중 반 정도는 완독하고 나머지는 읽다가 말게 된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내 기준에서 고민없이 좋은 책이라고 말할 만한 책은 차트의 기술, 코스모스, 골든아워, 우울할 땐 뇌과학, 팩트풀니스... 어... 쓰다 보니 적지 않았네... 올해는 양질의 책을 많이 읽은 해 인걸로... 올해 이미 20권째 독후감. 왠지 올해 책을 굉장히 안 읽은 느낌이었는데... 기분탓이었나 보다. 평년보다 빠르게, 많이 보고 있구나. 왜 요즘의 내가 나태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총량으로 보면 독서량은 그리 적지 않은데.


  여튼, 이 책은 꽤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이란 기준은... 잘 읽히는 책 유용한 책 기발한 책 그냥 좋은 책 날 바꾼 책 등 다양한 기준이 있겠으나... 이 책은 잘 읽히고 기발하고 유용하고 좋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두번째로... 좋은 책이라고 쓰려고 했는데 다른 책들이 워낙 쟁쟁하긴 하다. 그래도, 여튼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이 책은 최신 신경과학의 일부를 설명하고 있는 책인데, 신경과학이라고 하면(그쪽에는 상식이 없는 내 생각으로는) 단순히 뇌의 구조, 좌뇌나 우뇌 해마 등 뇌의 부분 들에서 담당하는 역할들에 대해 공부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런 차원을 넘어, 뇌를 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 사람의 의식의 구성을 연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 책은 지적인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


 

아는 것은 힘이다. 특정 상황에서는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아는 것이 힘이다. 내가 아는 것이 나의 힘이다. 내가 아는 지식을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간에 아는 것은 힘이다. 내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지금의 내가, 내 신념이 어떤 과정을 걸쳐서 뭘로 인해 구성되어있는지 아는것만큼 중요한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거다. 책에 흥미로운 부분은 상당히 많았지만 그 중 개인적으로 특별히 흥미로웠던 한 군데를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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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연구에서는 스스로 보주주의자, 진보주의자라고 말하는 지원자들을 위험에 노출시켜 뇌 활성을 조사해 보았다. 이 실험은 뇌의 편도체 영역의 활성을 기록했다. 편조체는 몸이 투쟁도피반응을 준비하도록 지시하는 회로를 활성화하는 일에 관여한다. 현재는 위험을 인식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높은 수준으로 생산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이것은 추론, 학습, 유연한사고, 미래계획 등에 관여하는 뇌 영역들의 연결 잠재력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중략- 흥미롭게도 강력한 정치적 확신을 갖고 있는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뇌 스캔 영상을 분석해 보니 보수주의자들이 일반적으로 진보주의자보다 더 예민한 편도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와있다. 사실 편도체의 해부학과 크기 모두가 달랐다. 보수적인 사람의 편도체 족 세포들 간의 연결성은 훨씬 더 정교해 보였고 편도체가 뇌 속에서 차지하는 부피도 더 컸다.

  보수주의자들은 위협의 인지에 더 민감하기 떄문에 즉각적인 보호를 염두에 두고 행동에 나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진보주의자의 뇌는 뇌섬에서 활성이 고조된다 뇌섬은 마음이론에 관여하는 뇌 영역으로, 마음이론이란 대략적으로 말하면 타인을 생각하는 존재로 지각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진보주의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앞쪽띠겉질이 더 크고 반응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앞쪽 띠겉질은 불확실성과 충돌 가능성을 감시하는데 관여하는 뇌 영역이다. 이것은 미지의 것과 복잡한 사회적 상황에 대한 내성이 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얘기가 마치 진보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달콤한 논리로 들릴수도 있겠다. 보수주의자들의 뇌는 공포때문에 제약되어있고, 진보주의자들의 뇌는 창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능력으로 충만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중간 단계인 신념 형성의 복잡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뇌 활성 수준에서 정치적 의견으로 너무 성급하게 건너뛰는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것은 아기가 태어날 떄부터 진보주의자나 보수주의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뇌가 세상을 무서운 곳이나 따뜻한 곳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구축하도록 아이들을 길들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앞에서 보았듯이 유아기에 확립되는 그런 근본적 신념을 그 위로 추가적인 신념들이 더해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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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경험에 비춘 굉장히 흥미로운 서장으로 시작하여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다. 사람의 성격을 구성하는 것은 유전자(기질) 위에 환경적인 요인(주로 유아기)이 덧붙여져서 생긴다는 말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위에서 쓴 정치적인 이야기 말고도 특정한 신념에 대해서 반복해서 언급하는데, 그런 신념이나 생활습관 등이 유전자에 의해서 많은 부분 결정된다는 이야기. 비만인 사람들이 비만인 이유는 후전적인 요인일 수도 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 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이런 구조를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조작할 수도 있게 되는데 ('이해' 라는것이 그런거니까) 그것에 따른 위험성이나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 복제 양 돌리, 에이즈 유전자를 없앤 채로 태어나게 된 아이들. 많은 이야기들이 그저 흥미롭다. 책에서도 몇 번 언급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것 인 것 같다. 유전자가 이미 내 삶(운명)의 많은 부분을 결정지었다면 그대로 순응하고 난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라며 그저 순응하고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우리 모두는 답을 알고 있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댓글 : 1 개
흥미로운 내용이군요. 저는 요즘 대학생 용으로 나온 인지과학 교과서를 읽고 있는데 나중에 님이 소개해주신 책도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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