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보며 나를본다] 플레인센스 - 모든 비행규정은 피로 쓰여졌다2020.08.11 AM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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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두달 쯤 전인가보다. 친구랑 타임스퀘어에있는 빵집엘 갔다가 나간김에 서점 들러서 책을 친구랑 한권씩 집어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집어들었다가 내려 놓았던 책. 서점 갈 때마다 눈에 밟혀서 세번째엔 그냥 들고왔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집었다가 내려 놓은건 그리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난 비행기를 타본적이 여태 인생에 두번뿐이다. 신혼여행으로 괌 갈때 한번. 3년전인가 휴가로 오키나와 한번. 왕복이니까 네번이라고 해야 하나. 여튼 여행이나 휴가, 리프레쉬같은 말과는 꽤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본다는건 나이 30전엔 언감생심... 생각도 하기 어려웠다. 비행기 뿐만 아니라 차도 없었고... 내 생활은 거의 모든것이 도보로 가능했었으니까. 참... 좁게 살았다. 그땐 그랬다. 몸이 삶에 갇혀있는만큼 생각도 좁디좁은 삶에 갇혀있었다.


비행기는 그저 가끔 하늘 쳐다보면 이따금 보이곤 하는 점이었다. 밤에는 조금 더 잘 보이는 점. 막연한 생각은 있었다. 실행을 위한 생각이 아니라 그냥 막연한 상상. 저걸 타고 어디로 여행을 가면 어떨까. 그곳은 실제로 어떨까. 그때도 경제적으론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생활에 갇혀있는 나는 그런일을 실제로 계획 할 수는 없었다. 한달벌어 한달먹고사는 처지에 그런 생각은 사치였다. 


많이들 들어봤겠지만 남자가 가질수 있는 3대 직업이 장군(General), 지휘자(Maestro), 비행기조종사(Pilot)이라고 하는데 파일럿에 대해 간접적으로도 체험해 볼 수 있었고... 종반부에 비행기 기종을 다루면서 약간 힘이 빠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컬러인쇄가 되어있어서 사진 보기에도 좋고, 다루는 소재 자체가 주는 흡입력이 상당하다.


하이재킹을 비롯해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항공 안전이 서서히 정립된 과정으로 책을 시작하는데, 정말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초입으로 시작해서 비행기 밀항, 기내 화재, 보잉과 에어버스, 비행기의 역사, 파일럿 훈련 등 다양한 내용을 알려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철학 차이인데, 물론 지금은 보잉이 많은 부침을 겪고 있지만... 보잉은 어떤경우에도 비행기 조종의 최종 결정권은 파일럿이 쥐고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조종간을 조종하면 어떤경우에라도 즉각적으로 비행기가 반응하도록 만든 것이고, 에어버스는 모든인간은 실수한다는 전제 하에 파일럿이 조종을 하더라도 컴퓨터의 통제 하에 기동이 된다는 점. 정말 확고한 철학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철학 차이는 사실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경쟁사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자율주행에서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와 구글 웨이모가 그것인데, 구글 웨이모는 라이다를 포함한 비싼 주변기기를 차에 주렁주렁 달아서 한번에 완전 자율주행(5세대 자율주행)으로 가려고 기술을 개발하고있고, 테슬라는 비교적 저렴한 시스템으로 차량주변에 카메라를 여러 대 달고 일단 상용화 한 후(2세대 자율주행, 자기들은 2.5단계라고 함) 데이터를 축적해서 점점 더 나가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까지는 테슬라가 앞서 있는 것 같긴 하고... 승자독식이 아닌 같이 나눠먹는 모양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ㅎㅎ


그 외 파일럿 양성 과정의 역사도 매우 흥미로웠다. 파일럿 양성의 역사는 시뮬레이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시뮬레이터라는것이 나오기 전, 1차세계대전에 추락한 비행기의 90프로는 파일럿 미숙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 비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들. 책에 나온 모든 이야기가 흥미롭다. 정말 재미있게 흥미롭게 읽은 책. 모든 건 아는만큼 보인다. 특히 비행기를 많이 타는 사람이나 관심있는 사람들, 그냥 뭔가를 읽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 : 4 개
5세대 자율주행은 양산차업체에서 거부할겁니다. 5세대 자율 주행의 의미는 사고의 모든 책임은 제조사가 진다는 뜻이니까요
ㅎㅎ 말씀하신 부분도 법제화 되겠죠.
말씀하신 부분 관련해서 상당히 많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을 회피하게 될 수도, 각 운전자별 설정에 따라 어느정도 운전자에게 책임을 지울 수도.
그런 차를 살 것이냐 하는건 또 다른 문제겠지만욤 ㅎㅎ
  • Ezrit
  • 2020/08/11 AM 11:43
비행 시뮬레이터 게임에 한 때 빠져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시뮬레이터가 없던 시절엔 정말 조종사를 어떻게 키웠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추진력이 부족하던 1차~2차 대전 전투기들은 조금만 스틱을 올려도 바로 스톨 걸려서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현대전 전투기들은 착륙이 미친듯이 어려워요.
시뮬레이터를 해보진 않았지만 어떨런지는 상상해볼 수 있군욤... ㅎㅎㅎ
생각보다 시뮬레이터의 역사가 오래 되었다는데에 많이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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