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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04.11 일기 - 중고서점 2021.04.11 PM 07:52
예스24에서 하는 중고서점을 다녀왔다. 오랫만에 하는 주말 외출. 집에서 그리 가깝지 않고, 그리 좋아하지 않는 거래처 근처에 있다. 차가 왜 그렇게 막히는지… - _ - … 오는길 가는길이 모두 막혀서 오가는 길이 모두 편하지 않았다. 굉장히 큰 건물 안에 있었는데, 푸드코트가 잘 돼 있고 먹을게 많아 좋았다. 특히 수원왕갈비맛 닭강정이 있었는데, 리얼로 겉바촉촉… 만족스러웠다.
중고서점은 생각보다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예스24에서 중고책을 접수할 때 가격을 굉장히 후려치기도 하고 책의 상태도 굉장히 까다롭게 받는다는 얘기를 들어서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갔는데, 책의 상태와 가격이 모두 실망스러웠다. 가격은 인터넷보다 조금 더 저렴한 수준.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 10프로 할인에 5%적립해서 토탈 15% 정도 할인을 받아서 구매할 수 있는데, 그곳에서 살 수 있는 책들은 정가대비 보통 20~25% 정도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책의 퀄리티를생각하면 실망스러운 수준… 정가대비 30~40% 할인 정도는 기대 했었는데, 기대보단 꽤 별로였다.
내 책은 두 권 집어왔다. '오리진'과 '워터 댄서'. 둘 다 서점에서 몇 번 눈에 밟혔던 책이었는데, 오리진은 겉면에 살짝 거슬릴 정도의 낙서도 있고, 정말 잘 떨어지지않는 스티커까지 있어서 가격이 꽤 저렴하게 돼 있었고, 워터댄서는 책 상태가 나름 괜찮아서 집었다. 책보다 거기있는 책갈피가 더 탐났는데, 책갈피 치고는 너무 두꺼워서 책에 흔적 남을까 봐 안사고 그냥 왔다. 한동안 책에서 손을 놨다가 요즘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던 책들을 후딱 읽고 읽어야겠다. 나는 아마 다시 가는 일은 없겠지만… 나온 지 오래 된 소설책을 읽고 싶을때엔 들러볼 만 할 듯 하다. 리디셀렉트에 없다는 가정하에.
서점은 작지 않은 규모였다.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작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규모. 두 층에 걸쳐져 있었는데, 아래층에서부터 위층까지 대략 6미터 정도는 될 벽면에 책이 꽂혀있는 모습은 꽤 장관이었다. 내가 만약 그 곳을 다시 방문한다면 단지 그것을 다시 보기 위해 방문할 정도로 멋진모습이었다. 사진이라도 찍어올 걸. 그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책들은 모두 중고책일 텐데 그벽면의 책들과, 다른 공간의 책들.... 이 모두 중고책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굉장히 생소하게 다가왔다. 비단 책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잘 권 팔리지 않아 재고가 되는 책들도 부지기수일 텐데, 이 많은 책들이 어쨋거나 한 번은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이 꽤 생소하게 다가왔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나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책들, 책의 주제가 관심이 없거나 제목이 눈에 띄지 않거나, 혹은 작가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제목이나 포지, 주제등이 마음에 들어 집어 들었다가도 조금 펼쳐본 부분의 내용이 와닿지 않거나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려놓는 일이 부지기수. 나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들을 이 전 주인인 누군가는 어떤 이유로 구매해서 읽었을까. 어떤 부분이 와 닿았을까. 왜 책을 내 놓았을까. 한번 구매한 책을 판다는건 나에게는 여간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서점내의 모든 책에 그런 사연, 나와 다른 어떤 이유가 있을거라는 상상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뭔가에 찍힌 자국이 있는 책도 있었는데, 이 책엔 왜 그런 상처가 있을까 하는 상상도 즐거웠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취향을, 어떤 것의 역사... 라기엔 좀 거창하고 지나온 손길을 상상하는 것. 예상 외의 즐거움이었다.
아, 그리고 나간김에 서점 근처에 있는 대왕카스테라 가게를 다녀왔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대왕카스테라는 처음 먹어봤는데, 비싼감이 있긴 하지만 그 크기의 케잌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니 맛도 가격도 만족스럽다. 영돈이형 덕에 대왕카스테라의 유행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 유행할 땐 못 먹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맛있었다. 다음에 언젠가 또 가서 사먹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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