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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04.17 일기. 2021.04.17 PM 07:21
와이프가 애를 데리고 나갔다. 평소 이렇게 혼자 되는 시간보다는 꽤 긴 시간의 외출. 아들 친구(+친구 엄마)와 같이 나갔고, 꽤 멀리 나간거라 언제 들어올지는 몰라도 평소 생기는 시간보다는 꽤 긴 시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이렇게 시간이 생길 때 마다 즐겁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면서도 어쩔 줄 모른다. 딱히 할게 없거든. 막상 뭔가를 하기도 좀 애매한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 생긴 시간은 대략 다섯시간. 어제 밤에 급하게 생긴 시간이라 계획하지않은 뭔가 뻘짓(?)을 하기에도 적절치 않고, 한적한 어딘가로 나가서 느긋하게 시간 보내기는 조금 부족한 그런 시간. 원래는 한시에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냥 돈만 보냈다.
이런 시간이 생기면 결국 평소에 하던걸 하게 된다. 오전엔 집에 그냥 있었다. 특별한 걸 한건 아니고, 주식 잠깐 들여다보다가 하스스톤 몇판하고, 12시엔 리니지에 잠깐 접속했다. 그러다가 목 어깨가 계속 안좋고 점점 안 좋아 지니 아점을 챙겨 먹고 정형외과엘 갔다. 도착해서는 접수에 있는 간호사와 간단히 농담따먹기를 하고 대기 손님이 없어 담당의사도 할게 없는지 잠깐 나와서 아는척을 하다가 물리치료실로 간다. 별 특별한 차도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냥 잠깐의 증상 완화나 마음의 위안을 받기 위한 물리피료. 도수치료를 작년 여름쯤까지 거의 2년동안 엄청 열심히 받다가 차도가 없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싶은 생각에 한의원도 다니다가 결국 포기했다. 정말 목에… 수술 말고는 다 해본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디스크가 터진 것은 아니니 수술을 하기도 애매하고… 요즘은 목상태가 정말 최악이다. 그때 터졌을때 그냥 수술을 했었어야 했었나.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아프고 누워도 아프고 일어서도 아프다. 목만 아픈게 아니고 어깨를 움직일 때도 아프다. 뭘 해도 괜찮아지지 않지만 그냥 마음의 위안 비슷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별 차도없는 물리치료를 받으려 베드위에 잠시 눕는다. 수원에 잘 하는 한의원이 있다는데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광교 언저리였던것 같은데… 흐음… 여튼, 평소에 받지 않는 찜질까지 받고 나오니 어느덧 한시. 애들이 나간지 벌써 세시간 째. 내게 남은 시간은 대략 두시간.
이런 느낌
처음엔 병원에 갈 계획이 아니었다. 차도가 있기를 크게 기대하지 않으니 그냥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 병원에 굳이 들른 건 2주 전에 또 망가진 내 안경을 수리하는 곳으로 가는 길에 있기 때문이었다. 테를 그대로 쓰고 안경 알을 바꾸자 마자 벌써 세번째로테가 맛이 가서 수리를 했다. 스페어 안경들이 있어서 다행이지 정말 곤란할 뻔 했다. 고치자 마자 다른 곳이 또 망가졌는데, 몇 년 전에 쓰던 스페어 안경이 그럭저럭 쓸만하니 수리가 급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2주만에 맡기게 됐다. 수리 되는데도 2주 정도 걸릴 텐데. 안경점까지 다녀 오니 대략 한시 20분. 시간은 참 잘도 간다.
원래는 밥을 먹고 바로 서점엘 갈 생각이었다. 혼자 서점에 가서 몇시간이고 그냥 시간 보내며 앉아서 느긋하게 책도 보고 몇 권 집어 올 생각이었다. 그런 사치스러운 시간을 가져본지 너무 오래 됐다. 요즘은 거의 쫓기듯 방문해서 그냥 수박 겉핥듯이 베스트 셀러들, 신간들만 잠깐 들춰 보고는 돌아오는게 대부분. 서점에 방문할 땐 혼자가 아니거나 이후 일정에 쫓기다시피 해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는 힘들었다. 결과적으론 오늘도 그리 넉넉한 시간을 가지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쫓기는 시간도 아니었다. 앉아서 책좀 몇권 진득히 읽어보고 싶었는데, 앉을 자리가 없었던 것 말고는 만족스러웠다. 책장에 기대서 보기도 하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보기도 하며 진득히 몇 권 골라왔다. 책을 고르고 나서 와이프에게 전화를 해 보니, 집에 이미 도착했단다. 아들은 다시 친구네 집으로.
책 네 권과 지난주 중고 서점에 갔을 때 사고 싶었던 책갈피 하나. 계산대 앞에서 급히 사느라 에펠탑을 사긴 했는데 다른 게 뭐가 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소비에 관해서… 사실 갖고 싶은 것도, 필요한 것도 그냥 갖고 싶은것도 꽤 많은데, 이렇게 플렉스(… 라고 말 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하는 것은 거의 책 뿐이다. 사실 이렇게 책을 사는 건 정말 굉장한 뻘짓이다. 얼추 7만 8천원치를 샀는데 적립은 2천원이 안 된다. 몇프로지 이거…? 대략 8만원에 2천원이라고 계산해보면 2.5퍼센트. 이 책들이 당장 볼 것들도 아니고(읽고 있는 책만 세권이고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도, 리디셀렉트에도 읽을 책은 산적해있다. 오늘 산 책 중 반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펼쳐보지도 않을지 모른다. 혹은 반이 넘을 지도.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10프로 할인에 5프로 적립이다. 포인트로 사는 것 이지만 사은품도 쏠쏠한 편. 숫자로만 보면 12.5%. 30략 8만원이라도 치면 얼추 만원 손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달에 한번, 종종 이렇게 서점에 가서 그냥 내키는 대로 책을 몇 권 집어오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일종의 충동구매. 충동구매라고 하는 게 꼴랑 책이지만 사고 싶은 책은 더 많았다.운반도 힘들고, 용돈도 간당간당해서 멈췄는데… 지난번에 서점 갔을때 사고 싶었던 책들도 아직 못 한 것들도 있고, 오늘도 몇 권은 당장 읽을 것 같지 않아 멈췄다. 개들을 다 집어오면 이달 용돈은 분명히 초과다.
개인적으로는 멍청한 짓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짓을 종종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다른 것들은 다 그냥 갖다 붙이는 이유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근원이 되는 이유는 그냥 내가 뭔가를 사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받아오는 진짜 돈 쓰는 느낌을 받으려고 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 서점이 더 이상은 문을 닫지않고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는 이유도, 주차 시간때문이라는 이유도 그냥 갖다 붙이는 이유일 뿐. 개인적으로는 미련하고 멍청한 소비를 했다 그런 만족을 위해서. 여튼 오늘 산 책들은 신중하게 골랐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라 생각한다. 뻘짓이 되지 않도록 재미있게 읽어야지.
돈을 그리 많이 벌지는 못 하지만 사실 이렇게까지 벌벌 떨어야 할만큼 적게 벌지는 않는것 같은데(투자 수익들도 내 기준에선 적지 않은 편이고) 나만을 위한 지출...은 꽤 생각해보게 된다(어쩌면 내가 그것들을 그렇게까지 바라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맥북같은건 뽐뿌가 너무 강하게 온 나머지 그냥 사버렸으니까). 당장 사고 싶은것들만 해도 매직마우스2(꼭 스페이스 그레이, 화이트 ㄴㄴㄴ), 그래픽카드+모니터, 스위치 프로콘, 플스와 엑박 차세대기기, 몽블랑 만년필(어린왕자), 무게감없는 헤드폰, 애플워치…. 리얼로 물욕의 화신이다. 근데 참 이 가장이라는게….. 나만을 위한 지출은… 참 못 사게 만든단 말이지. 내가 벌이가 부족해서 그렇다… 라고 말하면 뭐 할말없다. 실제로 뭐 억대연봉은 커녕 근처에도 못 가고 있으니.
그냥 소소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안전하고 실패하지 않을 선택만을 하다보니 이 꼴이다.
이런 거 말고도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뭔가가 있을 텐데. 내가 기꺼이 돈 쓸 뭔가가 있을 텐데.
여튼 오늘은 F1 이몰라 그랑프리가 있는 날이다. 개막전 이후로 3주나 기다렸다. 개막가지의 기다림보다 이 3주의 기다림이 체감상은 더 길었다. 올해는 레드불이 일 낼것 같은 느낌이다. 해밀턴이 월챔을 한번은 더 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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