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보며 나를본다] 결혼의 연대기 2021.05.06 PM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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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상으로 이 책을 먼저 읽고 독후감도 썼으나, 검수 전에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최근 이슈에 대응하는 내용이 그 책의 독후감에 있어서 먼저 먼저 쓰고 이게 뒤로 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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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연대기가 아니다. 우리결혼의, 나의 결혼의 연대기도 아니고, 어떤 결혼의 연대기도 아니다. 결혼의 연대기이다. 북유럽... 노르웨이 작가의 책이지만 노르웨이말은 전혀 모르는 관계로 영어로 번역된 영어제목을 참조하기로 한다. 영어제목은 Story of a marriage. marriage앞에 정관사인 the를 사용하지 않고 부정관사인 a 를 사용했다. 주인공들의 특정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야기인것을 암시하는 듯한 단어 사용. 그정도의 의미는 없으려나…? 내가 단어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돌아이 같기도 하고…. 


 이 소설은 등장인물 중 누구에게도 애정을 주기 어려운 소설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그리 유쾌하지 않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다. 근데 손에서 놓기는 어렵다. 등장인물 중 누군가에게는 공감되서일까. 그러나 누군가에게 공감하기는 어렵고 감정이입을 하기에는  더욱 어려운 이야기이다. 이야기 자체가 유쾌하지 않다. 감정이입이 아니라 이 이야기에 나오는 누군가를 애정하기조차 쉽지 않다. 이야기에서 피해자로 묘사되는 주인공을 동정하게 되다가도, 의도적 배치인것 같으나 또 다른 관계에선 가해자로 굳이 묘사하는 주인공을 동정하기도 쉽지많은 않다. 스포츠 경기를 볼 때도 응원하는 사람이 있어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데 이런 이야기에서 응원할 사람을 안 만들어 주면 어쩌잔거냐... 


 배드엔딩이 이미 정해진 채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웹툰 죽는남자 처럼, 끝은 정해져있고 이야기는 이야기의 처음의 과거시점에서 관계의 끝으로 계속 나아간다. 이야기의 끝도, 과정도 모두 유쾌하지 않다. 영화 아는여자에서같은, 마지막의 유쾌한 반전은 없다. 이야기의 진행방법은 '너의췌장을 먹고싶어'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한때 열렬하고, 뜨겁게 사랑했던 커플이 결혼하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가 어떤 사건과 그 이후에 따라오는 사건들로 망가지는 흔한이야기.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양이지만 불행한 가족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이야기인데, 그 불행한 이유 중 하나… 꽤 흔한 이유중에 하나가 시작되며 책도 시작된다. 불과 몇 장을 넘기기 전에 책의 모든 내용을 예상할 수 있다.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처음 그린 그 내용은 뚜렷해져만 간다. 책 끝까지.


이야기나 캐릭터에 공감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서, 일단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이 쓴 책이라는것을 감안해야 한다. 비슷한 구석을 되려 찾기 힘들정도로 다른,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문화권인 북유럽 작가가 쓴 책이다. 등장인물 누구도 이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혼에 대한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주인공 일방적으로 상대가 나에게서 멀어지는것에 대한 스트레스일 뿐. 주인공도 이혼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혼에 대해 실패한것이 아니라 그저 개인적인 일일 뿐. 흠.. 표현하기가 쉽지 않네 이걸. 결혼생활이 깨진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상대의 애정이 나에게서 다른 것으로 옮겨간것에 대한 슬픔뿐인것으로 느껴진다. 결혼제도가 깨진것에 대한 불안, 내 삶의 변화에 대한 걱정은 그리 커 보이진 않는다. 문화의 차이인 것일까, 개인의 차이인 것일까. 나 개인적으론 그렇게 큰 일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 문화권에서 이혼은 아직까지도 작은 일은 아니다. 나같은 철면피야 이혼 한 후에도 얼굴에 철판 깔고 잘 살겠지만은.


 북유럽에 대해 자세히 아는것은 아니지만 이혼율도, 우울증 환자의 비율도 굉장히 높다는 것은 알고 있다. 물론 사회 안전망 관련한 좋은점도 많지. 특히 이 작가는 노르웨이 출신인데, 북유럽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노르웨이도 인구가 참 적다. 인구 겨우 5백만. 북유럽국가들의 인구는... 참 수치로 볼 때마다 예상외로 많이 적다는 느낌이 든다. 왠지 이미지는 우리랑 비슷하거나 많을 것 같은데... 그들이 자랑하는 사회안전망, 보편적 복지는 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노르웨이는 매우 적은 인구에 비해 천연자원이 매우 풍부해 세계 9위의 석유 수출국, 천연가스는 세계 3위 수출국이다. 1인당 GDP는 7만불수준. 참 부럽게도 드럽게 높다(우리나라는 3만불 수준). 그래서 그랬을까, 이야기 안의 사람들은 먹고 살 걱정은 특별히 없어보였다. 그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여주인공의 캐릭터 덕에 페미니스트들은 어느정도 즐기면서 볼 수 있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결혼이야기도 얼추 이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야기가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이야기의 결말까지 주욱 그려진다. 결혼이야기는 갈등의 전개가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긴 하지만(애덤 드라이버의 연기는 진짜 리얼로 미친 수준이었음…). 아니다. 생각해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 난 적어도 결혼이야기의 애덤 드라이버에게는 매우 잘 공감할 수 있었다.


 요즘 드라마들은 그렇지 않긴 하지만, 예전에 보던 한국드라마 같은 느낌을 느끼며 볼 수 있었다. 이야기 전체의 흐름은 물론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욕하고 씹고 맛보며 욕을 퍼부으면서도 드라마를 보는 것 자체는 멈추지 못해 한번 시작하면 드라마를 다 볼 떄까지 잠을 잘 수 없었던 그런 느낌. 프리즌 브레이크같은 미드는 손에 땀을 쥐면서 아 다음이야기 너무 궁금하다 너무 재밌다 같은 느낌을 느끼며 보게 되지만 그 시기에 나온 한국 드라마들은 별로 그렇지 못했던… 그런 시절. 물론 미드도 완성도 떨어지는 미드는 많았지만. 여튼… 별로 큰 재미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지만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어 잠도 못 자고 봤다. 


결혼을 앞둔 사람,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강추한다. 꼭 한번 읽어보시길. 

댓글 : 2 개
결혼생활의 붕괴에 대한 소설이면 결혼 앞둔 사람은 보면 안될것 같군요. 결혼에 실패한 사람이 더 몰입할듯
아마 상황이 꽤 특이한 편이라... 실패한사람은 몰입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ㅎㅎ
결혼을 바라는 미혼자들이 봐야 한다고 행각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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