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21년 6월 셋째주 일기. 주기라고 해야하나. 2021.06.28 PM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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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 오전에 집에서 멍때리다가 느즈막히 카페에 나선다. 카페가서도 딱히 별거 하는건 없지만 이제는 거의 주말 아침의 고정된 루틴이라고 할까. 그냥 거의 일상화돼서 숨쉬듯이 간다. 가져간 책이 생각만큼 재미있진 않지만 그냥 꾸역꾸역 읽어본다. 요즘 책을 좀 많이 안 읽었다. 한동안 꽤 보고 독후감도 꽤 썼는데 요즘은 좀 동력을 잃은 느낌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그 시간에 다른 뭔가를 하며 집에서 뭐 재미있게 노는 것도 아닌데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이런 나를 보는 것이 편하지않고 언짢다. 그러나 그렇다고 뭔가 할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재미있게 뭔갈 할 의욕도, 건설적으로 살기 위해 뭔가를 할 의욕도 없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괜한 무기력감. 사실 짐작가는 이유는 있지만 상황을 바꾸기는 어렵다. 


  오후에 친구가 놀러와선, 몇 주 전부터 노래를 부르던 웨이크 보드를 타러 가자고, 오늘이 그 날이라 한다. 남양주 언저리의 작은 업체로 알아보고 출발. 와이프는 물을 좋아하지 않아 친구랑 나, 애 셋이서만 출발한다. 일요일 오후. 날도 좋고 몸 상태도 좋은데 난 이런 액티비티한 활동은 조금 꺼려진다. 노는것도 놀아본 놈이 논다고, 난 이런 액티비티한…  하루 노는데 인당 십만원 언저리씩 이런 비용… 을 쓰면서 취미생활을 하는 것에 굉장히 소극적이다. 어느정도 고정비용이 아니라, 뭔가를 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돈을 세면서 써야 하는 그런 지출. 차라리 돈을 더 쓰는 한이 있더라도 정액제가 마음이 편하다. 돈을 세면서 쓰더라도 그렇게 쓸 돈이 없는것도 아닌데, 주식 떨어지는 날엔 몇십만원씩 떨어지기도 하고, 내가 한달에 버는돈이 얼만데… 라고 생각하면 그리 큰 금액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출엔 굉장히 움츠러들고,  소극적이 된다. 결국 놀러 가서도 나는 안 타고, 친구랑 아들만 놀라며 나는 그늘에서 책이나 보겠다며 재밌게 놀다 오라 한다. 바지선위에 만들어진 공간에서 음악들으며 책보고, 광합성하기 딱 좋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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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큘러스를 사서 요즘 재미있게 하고 있는 비트세이버도 그렇다. 이걸 사기 전엔 매주 신도림에 한우리에 갔다가 1층에 있는 VR오락실에 들러서 몇 판 하게 하는 것이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거의 정해져있는 일과 중 하나였다. 그곳에 가면 비트세이버 두판에 다른 체험형 VR하나. 그렇게 놀면 대략 20분 언저리정도 놀게 되는데 가격이 딱 만원.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한번도 애랑 같이 그렇게 가서 같이 놀아본적이 없다. 나 하는동안 애가 혹시 없어지면 어쩌나 라던가 애 봐야하니까… 라는 적정한 핑계가 있기도 했으나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그 잠깐의 여흥을 위해 돈을 몇천원 쓰는게 아깝기도 했고, 나는 분명히 내가 이것을 시작하면 멈추지 못하고 매주 꽤 큰 돈을 쓰게 될거라는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놀면 없어지는 그런 비용을 만드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돈을 세면서 써야만 하는 것이 쪼잔하게 느껴지기도, 나를 그렇게 만드는 것도 거부감이 들었다. 지금은 오큘러스도 사고, 이런저런 게임들도 사고, 비트세이버는 DLC들도 사서 VR에 총 쓴 가격이… 대략 60-70만원 언저리 정도는 될 듯 하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매주마다 VR체험장을 다녔다고 해도 이거보다 덜 썼거나 많이 써봐야 비슷하게 썻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총략으로 보면 비슷한 규모의 지출이겠지만 그냥… 그렇게 없어지는 비용엔 굉장한 거부감이 든다. 물건은 없어지지 않으나 그런 경험은 없어지는 기분이라서 그런걸까. 여튼 몇번 미리 돈을 냈으나 친구는 팔이 아프다며 한번만 타고, 아들은 물을 엄청 먹어가면서도 재밌게 탄다. 이런데 돈 쓰는걸 아끼지 않는, 놀 줄 아는 친구가 부럽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좀 내가 초라해보이기도 하고 어릴때… 20대 후반때 까지도 너무 없이 살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들은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지.. 


 노는동안에도 하늘이 꾸리꾸리 해지더니, 집으로 출발하고 편의점에서 허기를 달래는 사이 소나기가 오기 시작한다. 운전대만 잡으면 종려오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몬스터를 한캔 따 먹기도 했다. 소나기는 굉장히 거셌다. 하늘 색이 금방 멎을 것 같진 않았는데 다행히도 비가 오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터널에 들어갈 때만 해도 비가 미친듯이 왔었는데, 물론 터널 안에서 차가 굉장히 막히기는 했지만 그리 길지 않은 터널에서 나오니 해가 쨍쨍 쬐는 경험은 신선했다. 가는길은 차가 그리 막히지 않아 한시간 10분 언저리쯤 걸린 것 같은데, 오는길은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남양주에서 내부를 타기까기 넘어오는길이 너무 많이 막혔다. 집에 오는길에 아들과 합의한게 있었는데 아들이 지키지 않아 매우 화가 났는데, 아직도 풀지 않았다. 애 키우는 것은 어렵다. 애 하나를 키우는 것 보다 마누라를 셋 데리고 사는게 훨씬 쉬운 일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아들을 보면 가끔 욱하는것을 참기 어려운데, 어젠 좀 많이 심했다. 애라서 그런 건데…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내가 이런 꼴을 볼라고 인생을 갈아 넣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 말로 하기 힘든 기분이 든다. 참담하다고 표현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듯한 감정…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들에게 그런 폭언을 하는건 잘못됐다. 와이프나 친구, 혹은 동료 직원들에게 하는 말과는 상황이 많이 다른 것이… 아들은 내 폭언에 대응할 길이 없다. 가뜩이나 싸울 땐 굉장히 재수 없게, 반박을 할 수 없게 말을 하는데… 그렇게 감정을 폭발하며 아들에게 말하는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그렇게 욱 하는것을 참기 어렵다. 이미 걱정할만한 평판도 별로 없겠지만, 그런 평판이 두려워 아래 직원들에겐 그렇게 말 하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감정을 터트린 어제도, 어제의 일을 되씹는 지금도 나는 나에게 실망한다. 평소에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가 거실에 있으면 ‘아빠 이리와’ 라며 손짓과 함께 2층 침대에서 내려달라던 아들이 오늘 아침엔 눈치를 보며 지 혼자 스스로 내려오는 모습이 짠했다. 이렇게 화난 상태를 유지하면 생활 모습 자체가 굉장히 부모에게 유리하도록 바뀌는데… 억압되어 눈치보는 상태겠지만 학습태도나 생활(밥을 잘 먹는다던가, 운동을 한다거나)이 눈에 띄게 좋아진 지금상태를 유지하는것이 좋은건가 하는 재수없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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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미 나에게 많은 부분에서 너무 많이 실망했다. 더이상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 비오고 갠 뒤의 하늘처럼 내 마음도 맑아지기를. 



 ps1. 어제 F1경기를 보고 나니 해밀턴은 이번엔 월챔을 못 할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든다. 

 ps2. 글 쓰면서 윔블던 보고 있는데, 테니스가 이렇게 재밌는 스포츠였나? 테니스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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