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보며 나를본다] 수학의 쓸모 2021.07.23 AM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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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지는 역시 바로 날려버리시고.... 

 

 ‘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 이후로 몇 년에 걸쳐 이련 류의 책들을 꽤 많이 봤다. 대략 대여섯 권쯤?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싫었던, 이런 거 배워서 뭐에 쓰냐고 입이 닳도록 말하던 수학이 실질적으로 어디에 쓰이는지를 알려주는 책들. 그런 책들 중에 가장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이 두께가 꽤 되는 편이지만 페이지도 술술 넘어가고 내용도, 문체도 어렵지 않다. 내용이 흥미로운 것은 물론이고. 이 책의 단 하나의 단점은 이미 산 책이 리디셀렉트에 나왔다는 것 정도겠다. 이 책의 접근성이 낮아져 쉽게 볼 수 있게 된 사람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아닌, 나만의 문제겠지만. 사실 나에게도 별문제는 아니다. 그냥 삐진 거지. 

 

 

 이 책의 원제는 ‘AIQ : 기계와 사람이 함께 똑똑해지는 법’으로 ‘수학의 쓸모’와는 꽤 많이 동떨어져있는 제목이다. 원제목이  훨씬 더 어울리지만, 책 판매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 아주 기나긴 제목이다. 그리 좋아하지 않은 양장본 제본된 책이지만 왠지 책의 무게감이나 질감에 대한 거부감은 적었다. 읽느라 정신없어서 그랬을 수도. 책의 반절은 종이책으로 커피숍 소파에 반쯤 널려서 봤고, 나머지 반절은 패드로 읽었다. 리디 페이퍼가 있으나 쓰지 않은지는 오래됐다. 종이책의 장점… 이 점점 의미가 없어지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책장에서의 존재감, 페이지를 넘기는 손맛, 들고 있는 무게감, 다 읽었을 때 이번 책도 해치웠다는 그런 성취감… 등은 전자책의 장점에 쨉이 안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고,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전자책을 종이책과 비슷한 가격에 구매한다는 가성비의 문제도 최근엔 리디셀렉트나 밀리의 서재 등 구독 서비스로 인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리디셀렉트나 밀리의 서재(밀리의 서재를 이용하지는 않는다)에 얼마나 좋은 책이 올라오겠냐…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쪽에도 양질의 도서가, 각 도서의 출간일과 비교해 많이 늦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물론 책에 따라 늦게 올라오기도, 오래된 보고 싶은 책이 늦게 올라오기도 하지만. 

 

 

 출간됐을 때부터 눈에 들어왔다. 서점에 들를 때마다 몇 번이고 집었다 내려놓기도 했었다. 그쯤이면 그냥 집어 들만하기도 했는데, 양장본인 것도, 책이 두꺼운 것도, 표지가 너무 휘황찬란한(?)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미적분에 관심이 생겨 ‘미적분의 쓸모’를 구매할 때 같이 구매했다. 사자마자는 또 왠지 한참이나 손이 안 가서 다른 책들을 읽고 읽을 게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 즈음에 집어 들고 읽었다. 사고 나서 읽기까지 (이미 기존에 올라온 걸 내가 못 봤을 수도 있겠지만) 그 두 달 사이에 리디셀렉트에 올라왔고, 나는 이미 몇번이나 겪은 가벼운 아까운 감정을 다시 느꼈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 때문에 이런 속 쓰림을 겪는 것이 리디 셀렉트가 처음은 아니다. 아마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고. 예전에 넷플릭스가 생기기 전에는 내게 블루레이를 사서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아들을 데리고 극장에 갈 자신이 없을 만큼 아이가 어렸을 때, 디즈니 영화들과 내가 보고 싶은 영화 몇몇 개의 블루레이를 모은 적이 있었다. 이미 본 것도 간간이 꺼내서 몇 번씩 보기도 했었는데(공룡 다큐멘터리랑 ‘니모를 찾아서’는 정말 디스크가 닳도록 본 듯) 넷플릭스가 나오고 나서 블루레이를 사는 일은 매우 적어졌고, 넷플릭스에 디즈니 영화가 올라오고 나서부터는 아예 없어졌다. 꽤 모인 블루레이 케이스를 보는 것도, 엑스박스에 넣어 영상을 보는 것도 참 좋아했었는데 넷플릭스가 나온 이후로 굳이 그 돈을 들여가며 그렇게 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취미 하나를 잃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잃은 취미가 그리 아깝지 않다. 예전보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컨텐츠를 접하고 있으니까. 넷플릭스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리디셀렉트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가 그렇다. 소비자의 지출은 줄이고, 접할 수 있는 서비스의 양은 극단적으로 많이 늘었다. 앞으로 올라올 것들은 제외하고, 지금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영상을 보는 것이나, 리디셀렉트에 올라와 있는 책들을 다 보는 것은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본다고 해도 무리일 만큼 양적으로 많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그중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게 취사선택하면 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단기적으로는 확실히 그렇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일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문화컨텐츠에 지불하는 금액 자체가 굉장히 줄어들었다. 극장은 원래 자주 가는 편이 아니었으니 논외로 치고, 매년 몇십만 원을 블루레이 사는데 썼었으나 이제 그런 지출은 전혀 없다. 영상 콘텐츠를 내가 소유하는 데에는 비용을 전혀 지불하지 않는다. 이 회사, 저 회사로 나눠서 지출되던 내 소비는 넷플릭스 하나에만 집중돼있다. 내 지출의 규모로만 보면 반 이하로 줄었다. 넷플릭스는 문화컨텐츠에 한한 내 소비를 ‘독점’하고 있다. 리디셀렉트도 마찬가지. 이쪽도 내 소비를 억제 시킨다. 예전엔 책을 열권을 사면 두어 권을 펴보지도 않는 책이 되었으나 지금은 정말 볼 책이 아니면 안 산다. 적당히 사고 싶은 책은 셀렉트에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보거나 사지 않는다. 적당히 읽고 싶은 책들을 대신할 다른 적당히 읽어보고 싶은 책들은 리디셀렉트에도 산적해있다. 전자책은 아예 안 산다. 올해 들어서 전자책은 한 권도 사지 않았다. 작년끼지는 책값으로만 일 년에 이백만 원 가까이 쓴 것 같은데, 지출 자체가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리디셀렉트에도 이미 읽을만한 책들은 많다. 이쪽은 넷플릭스보다 되려 심하다. 블루레이는 가끔 사는 거였고, 책은 숨 쉬듯이 사는 거였는데 숨을 굉장히 가끔 쉬게 됐다. 지금 당장은 선택의 폭을 넓혀서 좋지만, 먼 미래에도 이 선택의 폭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보내는 돈은 확실히 줄었다. 나 하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고, 너무 넓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우민화로 진행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디플레이션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 미래… 만약 넷플릭스가 영상 시장을 과반 이상 먹는다고 가정한다면(딱히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은데), 과연 그들이 변호인이나 카트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만들려고 하기는 할까? 

 

 독후감인데 잡설이 너무 길었다. 이 책은 내가 읽었던 이런 종류의 책, ‘이 어렵고 쓸모없어 보이는 수학을 배워서 대체 어디다 쓴단 말인가’를 집대성한 책으로 볼 수 있겠다. 같은 것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들을 읽으면 으레 그렇듯이, 이 책도 기존에 읽었던 책에서 나왔던 내용이 꽤 많이 등장한다. 그런 내용들의 집대성 같은 내용이지만 왠지 훨씬 읽기 편하다. 번역가의 힘인 듯. 또 책의 부체로 삼아도 좋을 만큼 역사 속에 숨겨진 천재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점도 좋았다. 수학을 이렇게 사용한다를 알려주기 위해 그 분야의 선구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지 말해준다. 좋아하는 스포츠 F1 이야기가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좋았다.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설명할 때에는 예전에 좋아했던 이 영상이 생각나기도 했다. 


정말 즐겁게 읽었다. 이런 쪽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 앞으로 몇 년은 이런 류의 책을 더 읽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사 놓은 미적분의 쓸모는 읽겠지만. 

 

댓글 : 4 개
  • 2021/07/23 AM 10:24
아 수학을 배우면 투자금융에 엄청난 도움이 됨.
바로 주당순이익을 뽑아냄.
그리고 옵션에 속지않음.
EPS는... 산수 정도로도 되지 않을까요... ㅎㅎㅎ
  • Mr X
  • 2021/07/23 AM 10:40
이 어렵고 쓸모없어 보이는 수학을 배워서 대체 어디다 쓴단 말인가//

고 신해철 선생의 일화가 생각나는 말씀이시군요

본인은 음악에다가 철학과 전공이니 수학과는 백만광년쯤 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신디사이저를 공부하면서 사인, 코사인의 미적분으로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고 스학의 정석을 다시 붙들었다죠(이미 피타고라스가 사인, 코사인의 합성으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옛날에 증명을 했지만 우리는 그런거 알리가 없으니 ㅎ~)
저도 눈은 좀 가는데 망설이던 책이네요
장바구니에 일단 넣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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